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비가 와~~

by 깜쌤 2005. 6. 2.

 
잘 잤어?

사실 의미없는 인사인줄은 나도 알아.

우린 만난 적이 없거든.......

네가 살아있는지도 모르고......

 

돌길에 물기가 촉촉하지?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내려.

빗방울의 모습을 그려 본 적이 있어?

빗방울은 밤톨처럼 생겼다더군. 그럴까?

  

 


인생은 첩첩산중에서 헤매는 나그네 같은 것인지도 몰라.

출구를 모르고 방랑하는게 인생이 아닐까?

넌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니?

  

 


살아나가기 위해

얼마나 쓰디쓴 삶을 살아야 했을까?

우린 그냥 애만 쓰다가 가는 것 같아.

하지만 우리 흔적은 이렇게라도 남을지 몰라.

  

 


옹기종기 모여살면 즐겁다는 말을

나이들면서 깨닫게 되었어.

넌 어떻게 생각해?

 

왜 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젊은 날엔 꿈에도 잘 보였는데...... 

  

 


여기 사는 풀들은 세상 넓음을 알고나 있는 걸까?

하지만 하늘 높음은 알지 싶어.

우린 인생 깊이를 알고나 사는 것일까?

  

 


이 길을 딛고 걷고 섰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머리카락의 반이나 하얗게 세어버린 나이가 되니

어깨가 가녀렸던 자그마한 우리 할매가 자꾸 보고 싶어.

"할매요~~~~"

  

 


"할매요~~"

"아재요~~~~"

6.25 참전용사였다가 부상입고 돌아온 아재는

결혼도 못하고 죽었다고 해.

큰 누님은 아제 얼굴을 보았다고 하지만

난 얼굴 본 기억이 없어.

 

  


산골 마을에 어스름이 내려앉고 있어.

도대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넌 그답을 알고나 있어?

 

 


산너머 저 산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너무 궁금해.

재넘어 동네엔 무엇이 있을까?

인생의 뒤안길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 날 이 길에도 비가 내렸어.

먼 산에 비구름이 묻어오는게 보이지 않니?

  

 


그러다가 이렇게 햇살이 나기도 했고...

여우비가 내리는 날의 낮잠은 달콤하기만 했었는데......

이젠 그런 여유가 없어.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내가 어떨 땐 싫어져.

이런 곳에 매달려 땀방울을 흘려야 살 수 있다니.....

하지만 선생인 나는 남보다는 쉽게 살아온 것 같아.

사실 고마운 일이었지.

  

 


이런 고생을 하시면서 살아온 분도 많은데....

  

 


넌 어떤 길을 걸어갔니?

난 학문의 세계에 뛰어들고 싶었어.

책에 파묻혀 살고 싶었는데 그렇질 못했어.

인생을 낭비해버렸거든.

결국 알량한 지식 나부랭이나 팔아먹는 선생이 되고 말았어.

  

 


누군지 알겠니?

나랑 닮은 것 같지?

  


나도 이런 때가 있었어.

  


넌 어디에서 어떤 길을 가고 있니?

난 네가 간 그 길이 의미가 있기를 바래.

 

  


정지용님의 시에 나오는 사철 발벗고 살아 온 아무렇지도 않은

아내가 아침을 들고 왔어.
예전부터 어리버리했기에

내 어리석음과 모자람은 벗어날 길이 없지 싶어.

 

  


그래도 햇살 받는 논은 아름다워.

난 밝은 곳을 보며 살거야.

행복하길 바래.

인생길 무게에 항복하지 말고...

 

 

그럼 이만

안녕.

 

Aerry

Berry

 


'사람살이 > 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쉬움, 또 아쉬움~~  (0) 2005.06.12
잔디밭이 있다면....  (0) 2005.06.02
민정아~~ 사랑해~~  (0) 2005.05.29
여기에서 한번 만나~~  (0) 2005.05.23
花無十日紅?  (0) 200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