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구 가는 길에 잠시 들른 버스 휴게소에서..... 함께 동행했던 P형님>
남평은 좀 황량한 도시이다. 여기에서는 성도까지 가는 버스가 있어서 왔던 길을 돌아나갈 수도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돌아 나갈 때는 송반을 거쳐 태평, 무현을 거쳐 도강언을 본 뒤 성도로 가는 것이 훨씬 낫지 싶다. 티베트 장족들의 전통가옥을 볼 수 있고 도강언을 보기 위해 두 번 걸음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남평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구채구 냄새가 난다. 버스는 계곡 물이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내달리는 험한 골짜기를 굽이굽이
돌고 또 돌며 숨을 헐떡이며 나아가는데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이 전무한 중국인들이 그 절경을 아무렇게나 파헤쳐 두어 훼손시킨 모습을 보는 것은
차라리 고통에 가깝다.
남의 일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껴보는 것이 우리들 의식을 깨우치는데 도움이 된다. 구채구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까 거의
6시가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12시간 걸리던 길이 이젠 10시간만에 주파한다. 두 번째 온 구채구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기는 매일반이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고 해서 그냥 여관부터 찾으면 곤란하다. 항상 돌아나갈 차편부터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에
또 와서 차 시간표를 알아봐야지 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고생길이 눈앞에 훤하다. 미리미리 챙겨두어야 한다. 긴급상황에 대비하여 항상 준비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배낭여행자들이 가져야 할 기본 마음가짐이다.
송반으로 나가는 차편을 미리 알아두어야 하는데 당연히 영어는 통하지 않으므로 종이에 써서 물어보는 것이 제일 편하다.
한자를 못쓴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현지에서는 반드시 지도를 한 장 구해두라고 했지 않은가?
또 중국에는 널리고 깔린 게 한자 아닌가? 터미널이라고 하는 곳엔 반드시 지도가 있게 되어 있고 지도가 있으면 지명(地名)이 나타나는 것은 상식이므로 목적지를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명천 송반행 기차 하시? (明天 松潘行 氣車 何時?)"
이렇게만 써 주면 구채구에서 내일 나가는 송반행 버스의 시간표를 자르르 써 주게 되어 있다. 학교 다닐 때 국어시간
한자시간 알기를 우습게 아신 분들은 이때 대가를 치르면 된다. 후회해도 때는 늦을 일이지만.....
그런데 터미널에 근무하는 양반이 한자를 잘 보지 못하는데서 문제가 생겼다. 영어도 안되고 한자도 잘 안 통해서 힘이
들었는데 잘 생긴 어떤 아가씨가 천사역할을 맡아 준 것이다. 아가씨의 영어 솜씨가 놀라웠다.
이 험한 산골짜기에서 내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 뺨치게 유창하게 말하는 아가씨를 만나다니......아마 관광 가이드 같았는데 영어로 술술 말해주니 오랜만에 속이 다 시원해졌다. 아가씨를 통해 모든 필요한 정보를 다 알아낼 수 있었다.
이 아가씨는 한술 더 떠서 택시 기사까지 소개를 해 준다. 송반까지 나가는데 필요하다면 불러 쓰라면서 기사를 데리고 와서
명함까지 한 장 주게 하는 것이다.
구채구에 버금가는 비경인 황룡(黃龍 구채구에서 144km)가는 버스는 아침 7시 10분에 있고, 송반 가는 버스는 새벽 6시 20분에 있다는 것이다. 송반 버스는 오후에도 한번 더 있는데 오후 1시 정각이다.
하루에 단 두 번 뿐인 셈이다. 요금은 일인당 25원이었다. 작년에는 20원했는데 물가가 이렇게 올라버리면 어떻게 사는가 싶다. 미리 버스 표를 4장 사 두었다.
아가씨가 소개해 준 미스터 두(杜)는 황룡까지의 택시 요금으로 280원을 불렀다. 한 사람 당 70원이라면 한번 생각해 볼 만한 가격이지만 우리 형편에 웬 택시란 말인가? 작년에는 황룡까지의 차비가 60원이었으니 시도해 볼 만한 가격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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