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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미리미리 준비하면 어디가 덧나는가?

by 깜쌤 2005. 5. 28.


 

터미널에서 나오다가 나 같은 늙다리 한국인 두 명을 만났다. 한 손엔 우리나라에서 나온 어설픈 여행 안내서를 한 권 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언제 오셨는지요?"
 "어제 왔습니다. 내일 아침에 구채구를 떠나는데 좀 편리할까 해서 터미널 부근에 방을 잡기 위해 온 길입니다."
 "여기 구채구 교통 호텔 방 값은 어느 정도이던가요?"
 "더블 룸이 200원 정도 하는 것 같습디다. 어디서 주무실 건가요?"
 "우린 하룻밤 30원 정도 여관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구채구 입구를 지나 계속 가면 삼희빈관이라고 있는데 30원 정도 할겁니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천진까지 와서 북경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는 이 노장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참 대단한 양반들이다. 동행한 우리 일행들도 용기를 얻는 눈치였다. 그분들이 알려준 대로 따라 가면서 삼희빈관을 찾는다.

 

  빈관, 대하, 반점, 여관, 초대소 등등은 모두 숙박업체이지만 중국에서는 아무 곳에서나 외국인이 함부로 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엄격히 정해진 규칙이 있어서 내국인 전용여관에는 들어가면 퇴짜 맡기 십상이다.


 사실 구채구에서 하룻밤 30원 짜리 여관을 찾는다는 것은 최하급 여관을 찾는다는 이야기와 같다. 그냥 하룻밤 눈만 붙인다는 거다. 물론 현지인 들은 이보다 싼 여관을 구할 수 있을 것이지만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외국인들은 이 정도 가격이 최하류가 되지 싶다.


 그런 숙박 정보는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라고 하는 배낭여행 안내서에 상세히 나와있다. 영어판으로 되어 있어서 어떤 분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내용 하나만은 최고이다.


그 책 한 권만 손에 들면 여관 구하는 것 정도야 문제가 없지만 먼저 온 사람들의 의견도 절대 무시할 수 없으므로 알아볼 수 있는 한은 자세히 알아봐 두어야 한다.


 이미 사방이 깜깜해진 지금엔 자꾸 돌아다니면 우리만 피곤해진다. 무거운 배낭을 매고 돌아다니면 힘만 빠진다. 삼희반점 가는 길에 몇 군데 들어가 보았더니 비싸기만 한데도 빈방이 없다. 한두 군데 더 돌아다니려다 구채구 민산반점이라는 곳에서 욕실 딸린 더불 룸을 80원에 구하고 만다. 그러면 일인당 40원인데......


 


 이 여관 주인은 영어가 짧은데 싸구려 여관에 온 외국인이 신기한지 주인 내외를 포함하여 일하는 아가씨들까지 모조리 다 나와서 우릴 쳐다보며 키득거린다. 당연히 아가씨들의 관심사는 나 같은 늙다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동행한 젊은 청년들에게 있음을 안다. 그런데도 그런 관심이 나에게 있는 것 같아 괜히 흐뭇해진다.


 일단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식사는 항상 손님이 많은 곳을 가야 한다. 구채구 입구에서 송반 쪽으로 거리를 따라 가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보았다. 구채구 시내 거리는 한 일(一)자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돌아다니기가 쉽다.


 그러다가 비교적 깨끗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골라 들어갔다. 중국 일반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는 요령은 의외로 간단하다. 차림표는 거의 다 있으므로 한자 실력을 총동원하여 세밀히 살펴보면 대강 답이 나온다.


 우리가 아무리 표를 안 내려고 노력해도 음식을 먹을 때는 들통 안 날 수가 없다. 일단 외국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이 사람들은 바가지를 덮어씌우려고 나온다. 그러므로 음식점에서도 최대한의 자기 방어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일단 계산기와 메모지를 꺼낸다. 그런 뒤 먹고 싶은 요리를 적고 가격을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조심할 것은 우리나라에서 먹던 중국 요리는 현지에서 거의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중국 요리는 깡그리 잊어버리기 바란다. 이제 음식 시키는 요령과 종류를 한번 알아보기로 하자. 구채구 이야기는 언제하느냐고? 너무 재촉하지 마시기 바란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