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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동화세계 구채구를 향하여 - 3

by 깜쌤 2005. 5. 26.


                                        < 휴게소 내에서 식사하는 중국인들 >


 성도를 떠난 시외버스는 일단 도강언 방향으로 나가서는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다. 도강언에 대해서는 뒤에 이야기를 할 예정이지만 그 이름 석자만은 기억해 두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싶다.


 "도강언"이라는 수리(水利)시설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데다가 도시 자체도 매력적이어서 한번 가보기를 권하고 싶다. 작년까지만 해도 버스는 일단 도강언으로 갔다.

 

그런 뒤 민강(珉江)을 따라 서북쪽으로 계속 고도를 올리면서 높이 올라가는데 송반까지 가는 도중에는 절경중의 절경으로 쳐줄 만한 곳이 몇 군데 있다.


 처음에는 길이 평탄하지만 도강언을 지나면서부터는 차츰 분위기가 달라져서 서너 시간을 가면서부터는 차창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특히 태평(太平)이라는 작은 마을부근을 지날 때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버스가 지나면서 느끼는 긴장감은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오른쪽 위로는 천길 절벽이 하늘로 치솟아 있고 왼쪽 밑으로는 다시 천길 낭떠러지가 수직으로 아래로 뻗어있는데 그 부근을 흐르는 민강이 두 개의 커다란 호수를 상하로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그 두 호수가 다시 폭포로 연결된 경치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송판이 가까워지면 초원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초원 저 너머 멀리 눈을 머리에 인 산봉우리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노라면 가슴이 떨려온다. 때는 7,8월이 아닌가 말이다. 한 여름에 눈을 보고 다니는 것이 어찌 감격스런 일이 아닌가?

 

 그 경치는 터키 동부에 있는 '노아의 방주'가 도착했다는 '아라랏' 산 가는 길과 비슷해서 작년엔 나도 모르게 감격스러움에 눈시울이 뜨거워 졌었다. 


 구채구로 가는 또 다른 길인 면양을 지나 평무(平武)로 가는 노선도 결코 밋밋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 길은 도중에 역사적인 장소를 몇 군데 지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백(李白 이태백)의 고향인 강유(江油)를 거쳐간다는 것이다.

 

 이 백이 사천성 출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출생지인 강유시를 직접 거쳐 가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구채구 가는 도중에 나타난 기념품 판매소 - 야크 고기가 보인다>

 

 '배강'을 따라 버스는 구비 구비 골짜기를 헤쳐나가다가 급기야 4000미터 급의 험산준령을 넘어 간다. 이때부터 경치가 서서히 고원지대 특유의 생태 모습으로 바뀌면서 계곡 양쪽으로 수직 절벽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구채구를 눈앞에 둔 남평(南平)까지 가는 경치를 보는 즐거움도 예사로운 일은 아니지 싶다.


 평무를 지나 남평 가기 전 중간에 지나치는 엄청난 고개는 상상을 초월한다. 고개 정상은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초원으로 되어있고 골짜기와 산비탈엔 수십 미터 높이의 주목들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그 초원을 누비며 말을 탄 티베트 사람들이 지나가고, 말고삐를 잡고 기다리고 있다가 잠시 숨을 죽이기 위해 차에서 내려온 승객들을 대상으로 흥정을 걸어오는 현지인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 고개를 지날 때 당신은 카메라를 바로 옆에 두고 셔터를 누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장면들이 눈앞을 휙휙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