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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훠꿔가 중국을 휘쓸었다

by 깜쌤 2005. 5. 24.

 


                                           <우루무치의 길거리 훠꿔 가게>

 

♠ 저녁은 "훠꿔"로

 

 훠꿔( 化鍋 Hot Pot )란 냄비 정도에 해당하는 중국말이다. 사꿔(沙鍋)란 것도 있는데 이것은 냄비보다 적은 도가니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훠꿔요리는 지방에 따라 불리는 말이 다르지만 일종의 중국식 샤브샤브 요리라고 보면 된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중국에서는 어디에서든지 먹어볼 수 있는 일반적인 요리가 되었지만 혹시 성도나 중경에 들를 일이 있다면 거기에서 한번 먹어볼 것을 권한다. 사천지방의 요리는 맵고 얼큰한 것이 특징이어서 우리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다.


 샤브샤브는 우리나라에도, 일본에도, 중국에도 있는 국제적 요리이다. 중국 표준어로는 "훠꿔(火鍋)"라고 하며, 광동어(廣東語)로는 "다빈로"라고 한다. 국물은 우리나라 샤브샤브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샤브샤브의 진짜 고향은 몽고라고 알려져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을 샤브샤브 요리의 본고장으로 알고 있기도 하지만 몽고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옛날의 몽고병사들이 전쟁터에서 큰 가마솥을 걸고 얇게 썬 고기나 야채 같은 것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던 것에서 이 요리가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목숨이 걸린 전투를 치르는 군인들이 고기와 야채들을 끓는 물에 함께 익혀 먹음으로써 시간을 아낀 것이다. 중국에서는 처음에 소고기가 아닌 양고기를 사용하였고 우리나라의 신선로처럼 가운데 굴뚝이 있는 그릇에다가 아래에 숯을 넣어서 끓였다고 전해진다.


 일본어 가운데 물에 휘젓거나 물이 괸 곳을 걸을 때 나는 소리인 철벅철벅 이란 뜻을 가진 의성어로 (しやぶしやぶ 쟈브쟈브)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 말에서 일본 샤브샤브가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육수에 버섯 종류를 비롯해 여러 가지 야채와 고기를 살짝 데쳐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으로서 익혀서 드는 요리로서는 가장 천연상태에 가까운 맛과 영양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우루무치에서 본 음식거리의 모습>

 

중국 중서부 중경이나 성도지역에서는 우리 나라 태극기의 태극문양으로 중간을 나눈 큰그릇에다가 육수를 넣고 끓이는데 한쪽에는 개운한 맛을, 다른 한쪽은 매운 맛이 나도록 해서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때 맑은 국물을 원할 땐 "청탕( 淸湯 칭탕)"을 달라고 한다고 하면 된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청탕이 있으니 당연히 매운 맛이 나는 것은 홍탕이라고 부른다. 식당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넣고싶은 음식 종류를 메뉴판에서 고르면 원하는 재료를 갖다준다.


 우리가 들어간 음식점은 뷔페식으로 되어 있어서 한사람이 중국 돈 13원을 내면 양껏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말이 통하질 않아서 한참 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나중에야 비로소 고추기름 비슷한 소스가격은 별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야채, 버섯, 각종 고기, 어묵, 해산물, 두부 등 거의 모든 재료가 다 있으므로 자기 마음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넘친다. 우리는 간장에 청량 고추를 가득 넣어서 맵게 만든 소스를 주문하여 찍어 먹었는데 맛이 그저 그만이었다. 큰 음식점의 경우 소스 코너가 따로 있어서 수십 가지의 소스 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 입맛대로 소스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식당 바닥에는 중국인들이 흘린 기름으로 미끌미끌했지만 양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내장, 버섯, 온갖 채소, 해산물을 양껏 들고 와서 실컷 먹었다. 우리가 외국인임을 눈치챈 윗통 다 벗은 현지인이 온몸에 구슬 같은 땀방울을 매단 채로 가까이 와서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거하게 먹고 난 뒤라서 그런지 피곤이 몰려왔다. 하룻밤 30원 짜리 호텔에 돌아와서 내일을 기약하며 곯아떨어지고 만다. 하지만 에어컨이 너무 빵빵하여 난 청년들과 침대 위치를 바꾸어야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