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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반점

by 깜쌤 2005. 5. 14.
성도 시내로 들어가는 길 양쪽으로는 옥수수 밭과 논들이 펼쳐진다. 산은 거의 볼 수가 없다. 이 산골짜기 분지가 그렇게 크다니 감이 잘 잡히지 않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현재 중국은 개발 열기가 불어닥쳐 거의 모든 곳에 건축열기가 가득하다. 곳곳에 새로운 고층 빌딩이 올라가고 어지간히 낡은 건물은 부순 뒤 새로 짓는 것 같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교통반점은 시내 중심지에 있다. 사천성을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들이면 한번은 들르는 유명한 호텔인데 방 값이 싸고 종업원들이 친절한데다가 온갖 부대시설이 그득하여 배낭여행지의 천국이라고 불릴만하다. 결정적으로 유리한 점은 바로 옆에 버스 터미널이 있어서 어디든지 쉽게 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반점이라고 하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 음식점이나 자장면 집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중국에서 반점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호텔을 의미한다. 발음도 반점이 아니고 '판디엔' 정도로 소리가 난다. 중국 발음은 정확하게 옮기기가 불가능하다. 발음의 높낮이와 길고 짧음이 어우러진 소리이므로 정확하게 옮기기가 힘이 든다는 뜻이다.


 



 교통반점은 성도 북역과 남역을 연결하는 인민대로(人民大路) 중간쯤에 있다. 인민대로가 성도 시내 남북을 연결하는 중추도로이므로 지도를 펴 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민강(珉江) 지류를 지나자마자 민산반점이 나타나는데 그 부근에서 내리면 된다. 이 정도는 쉽다. 배낭을 매고 한 500미터를 걸었더니 그새 땀이 배어나기 시작했다.


 리셉션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므로 방 구하기는 쉽다. 하여튼 호텔에는 아침 일찍 도착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방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체크아웃 시간이 12시이므로 그전에는 가야 된다.


 4명이 묵을 도미토리를 원했는데 쉽게 방을 내어준다. 여권을 꺼내 주면 카운터의 아가씨들이 숙박계를 쓰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모든 필요한 사항을 다 기록해준다. 방 값은 일인당 30원인데 출입문 카드 보증금이 100원이다. 중국 호텔이나 여관에서는 보통 보증금을 받는다. 이 보증금을 영어로는 deposit이라고 하고 중국인들 자기 말로는 '야진'이라고 한다.


 나중에 체크아웃을 할 때 돌려주므로 잠시 맡겨두는 돈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대신 우리가 묵었던 방안에 기물을 파손하거나 출입카드를 잃어버리면 그 가격만큼 제하고 주므로 조심해야 한다. 출입증 겸 열쇠로 쓰는 카드를 받아들고 3층으로 올라갔다. 3층 복도 통로 한가운데는 근무하는 아가씨가 있어서 일단 거기에 카드를 보이면 방을 안내해 준다.

 



 <성도시내의 자전거 행렬>

 

 4인용 도미토리이지만 시설은 좋다. 침대 시트도 깨끗하지 벽걸이 에어컨이 달려 있어서 리모컨으로 조종하게 되어있지 거기다가 빨래하고 샤워할 때 요긴하게 쓰도록 세숫대야도 4개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지...... 거기다가 목욕용 타월도 주는데다가 수십 개 채널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TV도 갖추어져 있으니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시설이면 낙원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체크인을 하면서 가만히 보니까 외국인 숫자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작년만 해도 호텔로비에 온갖 종류의 형상을 한 외국인들이 바글거렸는데 올해는 보기가 힘들었다. 사스 영향 때문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이럴수록 우리 같은 배낭여행자들도 대접받는다.


 "흐흐흐"


 괜히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짓는 것도 모자라 회심의 미소까지도 띄워본다. 일단 호텔 입구 좌우와 안쪽에 있는 여행사에 들러 우루무치행 기차표를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우루무치는 실크로드에 있는 중국 서북쪽의 거대도시이다.

 

 거기를 먼저 가서 돌아본 뒤 성도로 돌아오는 길에 찬찬히 여러 곳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은 일정이므로 우루무치 행 기차표를 알아보는 것이 시급한 일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