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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내가 자야할 방은 어디에 있나?

by 깜쌤 2005. 5. 11.
 중국인을 상대해보고 나서 터득하게 된 기술인데 그들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일단 영어로 한번 좌악 지껄여본다. 그게 안 통하면 그 다음에는 한자를 써서 필담을 요구하고 마지막에는 우리말과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를 섞어 쓰는 거다. 무거운 배낭 매고 멀리 갈 필요 없이 작년에 묵었던 '만관빈관'에 들어가 보았다. 카운터의 아가씨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 보았다.   

   
 "아가씨, 빈방 있어요? 물론 예약은 안 해 두었지만 말이죠..."
 " ....... "

 

 중국인들은 아주 영악한 존재들이어서 처음에는 무조건 방이 없다고 나올 가능성이 많다. 있다고 해도 일단 비싼 방부터 보여주므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면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비싼 방을 쓰게되고 돈 지출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아가씨, 눈으로 보다시피 우린 4사람이고 돈이 없는 여행자들입니다. 그러니 선풍기만 있는 4인용 도미토리(dormitory)를 원합니다. 그런 방이 있다면 가격은 얼마죠?"


 


<성도 쌍류 공항 앞 호텔>

 

 

 이때 손가락으로 일행을 가리키며 손가락 넷을 펴 보이면 거의 알아차린다. 우린 여관이나 호텔이라면 당연히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여기지만 배낭여행자들이 묵는 숙소는 그렇지 않다.

 

선풍기만 달려 있느냐 에어컨이 있느냐에 따라 방 값이 달라지고, 화장실 겸 샤워 시설이 실내에 있느냐 아니면 밖에 있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쓰는 공용이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므로 미리 필요한 조건을 상세히 이야기 두는 것이 방 고르기에 편하다.     


 벽에 선풍기 한 대만 덩그렇게 매달려 돌아가고 침대 4개가 가지런히 줄 맞춰 있는 방을 이 호텔에서는 하룻밤에 일인당 30원(한화 4500원)정도로 부른다. 이렇게 침대가 많이 들어있는 방이 바로 '도미토리'이다. 터키에서는 침대가 8개까지 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원래는 대학교 기숙사 같은 것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우리 같은 절약형 여행자들을 위하여 모르는 사람끼리 같은 방을 함께 쓰도록 기본적인 시설만 해두고 손님을 받는 그런 숙소를 도미토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인들에게는 다인방(多人房)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샤워장과 화장실은 공용이다. 중국 화장실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데 이 호텔만 하더라도 2성 급임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앞부분은 툭 터져 있어서 볼일 보는 사람들끼리 마주치면 민망함 정도는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 남녀 공용은 아니니 안심하시기 바란다.

  

 



 성도 쌍류 비행장 부근에 배낭여행자들이 묵을 만한 싸구려 숙소는 없다. 2성급 호텔이라고 해도 우리 나라 장급 여관정도밖엔 안 된다. 호텔 벽면이나 입구에 별(星)만 덩그러니 붙여놓았지 별 것은 아니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들어가 보시기 바란다. 더블 침대가 놓여있는 방은 한 칸에 200원 이상(한화 3만원)이상 부른다. 하지만 중국 숙박업소도 요즘은 카운터(리셉션) 부근에 가격표를 붙여 놓는 집이 많으므로 조심만 하면 크게 바가지 쓸 일은 없다.     


 방을 구했으니 오늘 첫날 일정은 그렇게 끝난 거다. 맥이 빠지면서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세 사람은 모두 기대가 큰 표정이다. 그들의 기대가 큰 것만큼이나 나는 속으로 걱정이 더해지면서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첫날은 그렇게 낯선 어둠 속으로 묻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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