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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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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가능하면 다 속인다

by 깜쌤 2005. 5. 12.

 


 

♠ 아침식사 값도 더 받으려고 드는 중국 아줌마!!

 

 잠을 깨보면 항상 보는 익숙한 천장이 아니다. 낯선 천장을 보면 내가 집을 떠나 외국에 와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이젠 어떤 일이 있어도 한달 간 버텨내야 한다. 한 달이라고 하니까 얼핏 생각하면 엄청나게 긴 기간인 것 같아도 지나고 보면 잠깐이다. 특히 여행을 해보면 더욱 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전달되어 온다.


 어차피 누가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므로 일단 밖에 나가 아침을 먹고 다시 호텔에 들어와서 체크아웃(check out)을 하기로 했다. 그게 편하다. 미리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서 나와버리면 무거운 배낭을 매고 다니든지 아니면 어디에 맡겨두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성가실뿐더러 고생만 하기 때문이다.


 성도 시내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한 20미터만 가면 작은 음식점이 있으므로 그 곳에 가서 간단히 아침을 때우기로 했다. 음식점 골목으로만 가면 호객꾼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한 건 톡톡히 올릴 일이라도 있다는 것일까? 이럴 땐 그냥 기분 나는 대로 아무 곳이나 가면 최고다.

 

 지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중국인들은 아침을 가볍게 먹는 편인 것 같다. 식당 메뉴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침은 죽 한 그릇에다가 만두나 교자를 곁들이거나 간단한 요리를 먹는 것 같았다.

 

 그러니 보통 음식점에서는 요리를 시켜보아도 우리가 손해이다. 재료가 부족해도 부족하고 정성이 부족해도 부족한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형편이 그런 줄 아는데 우리가 요리를 시킬 것 같은가? 일단 죽을 시켰다. 좁쌀이나 쌀로 만든 멀건 죽 한 그릇만 먹고 배낭 매고 다니다보면 쓰러지기 딱 알맞다. 그러니 이번엔 만두를 시킨다. 그래야 최소한도 버티기는 할테니까....


 좀 순진해 보이는 아가씨와 필담을 주고받은 끝에 만두는 대나무로 만든 통에다가 8개를 넣고 층층이 쌓은 뒤 찌는 만두가 4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먹음직스럽긴 한데 크기는 우리네 호빵 정도의 반이나 될까 싶다. 죽은 한 그릇에 1원을 불렀다. 그런데 죽 한 그릇에 1원이라면 비싼 것 아닌가?


 배낭 매고 다니는 사람들을 다른 말로 "백 패커(back pack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 패커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돈을 낭비하는 것이다. 바가지 쓰는 것도 당연히 싫어하지만 말이다. 죽 한 그릇에 거금 1원(한화 150원) 준다는 것이 찜찜했지만 알고도 속기로 해준다.


 



 하지만 이럴 때 중국인들이 싫어진다. 돈 되는 일이라면 상대가 빤히 아는데도 속이려드는 인간성 보이는 더러운(?) 인간들은 정말 구역질 날 정도로 싫다. 나중에 식사를 하고 난 뒤 계산을 하려니까 못 보던 아줌마가 와서 돈을 더 받으려든다. 만두 한 통이 5원인데 너희들이 2통을 시켰으니 2원을 더 달라는 거다. 내 참, 어이가 없다.


 갑자기 속에서 뭐가 욱하고 치밀어 오른다. 그렇다고 낯 선 나라에서 함부로 성질 낼 일이 아니다. '비록 작은 돈이지만 1원이라도 더 달라고 하는 너희 중국인들이 싫어서 나도 다 요령을 터득해 두었다. 요 녀석들아..... 너희들이 그렇게 치사하게 나온다는 걸 나도 알므로 주문할 때 가격을 다 메모해 두었다. 자 보아라.'


 메모한 종이를 들이대자 돈독 오른 중국 아줌마가 한 걸음 물러나더니 아가씨를 불러서 확인을 해본다. 너희들이 별수 있나? 기록한 종이가 요렇게 눈을 시퍼렇게 뜨고 버티고 있는데.... 한사람 당 3원으로 식사를 마친다.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데 너희들에게 돈을 퍼 줄 것 같냐? 우린 닳아먹은 백패커 라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갑자기 고소해지며 뱃속에 들어간 만두 맛이 한결 더한 것 같았다.

 

 이번엔 성도 국내선 공항에 가서 성도시내 지도를 한 장 샀다. 모조리 한자로 기록된 지도이지만 이 지도 한 장이면 여행은 다 한 거나 다름없다. 거기다가 우린 배낭 여행의 바이블 격인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을 가지고 있단 말이다.

 

 지난 두 번의 중국 여행은 그 책 없이 버텼지만 이번엔 비장의무기인 론리 플래닛을 들고 있으니 가슴이 든든하다. 그것도 한 권도 아닌 두 권이나 있지 않은가? 자, 이젠 시내로 들어간다. 성도야, 기다려라......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