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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성도를 향하여

by 깜쌤 2005. 5. 10.
 

성도를 향하여


또 비행기를 탄다. 이제 어느 정도 여행이라면 이력이 붙어 집 떠나는 것이 그리 낯 설은 것은 아니라고 해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은 어쩔 수 없다. 비행기만 타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묘한 흥분과 기대감은 쉰을 눈앞에 둔 이 나이에도 예나 다름없이 항상 똑 같다.

 

이번에는 일단 중국 중서부 사천성(四川省 스촨성) 성도(成都)를 목표로 삼았다. 성도에서 4000미터, 5000미터 급 눈 쌓인 설봉(雪峰) 들이 즐비한 북서부 산골짜기로 길을 든 뒤 난주(蘭州)까지 나가보기로 한다. 그런 뒤 사막 길로 들어서 실크로드의 주요 도시를 거쳐서 우루무치(烏魯木齊)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게 이번 여행의 주요 행선지들이다.


 


성도는 양자강 중상류에  위치한 거대도시이다. 삼국지 정도는 누구나 다 읽어보았으리라. 유비가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받아들여 천하통일의 웅지(雄志)를 품고 양자강 중류에 위치한 형주를 떠나 서쪽으로 들어간 곳이 사천성이다. 물론 당시에는 파, 촉으로 불렀으니 유비가 세운 촉이라는 나라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작년에도 이미 한번 들러본 곳이지만 올해도 일단 그곳 성도를 여행의 첫 도시로 찍어서 가보는 것이다. 2003년 여름 현재 중국 중서부 도시 중에서 우리나라와 항공기로 직접 연결되는 도시는 성도뿐이다. 그러니 별다른 대안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잘된 일이다. 성도에서 송반(松潘 쏭판)을 거쳐 난주로 나가는 길이 환상적이라고 하는 사실은 어지간한 배낭여행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만난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그 길을 가볼 것을 권해왔기에 이번에는 기어이 한번 가보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이지만 이제 그 정도의 고생이라면 한번 견딜 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3시간 반만에 성도공항에 도착하여 배낭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오니 밤 10시 30분이 넘었다. 성도 쌍류(双流) 국제공항은 건물이나 시설이 초라하게 보이지만 중국 국내용 공항은 우리 인천 공항만큼이나 크고 화려한 편이다. 입국 수속은 별다른 잘못이나 서류상의 하자가 없는 이상 간단히 이루어지는 법인데 올해엔 건강 관계 체크리스트는 철저히 챙긴다. 아마 SARS 때문인 모양이다.

 

일단 체온을 자동으로 감지해서 이상이 있는 사람만 골라내는 모양이지만 우리 비행기 탑승객 가운데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공항 밖으로 나와보지만 아는 사람이 없으니 환영해주거나 기다려 줄 사람은  있을 리가 없다.

 

그래도 몇몇은 우릴 보고 반갑게 다가서는데 이 양반들이야말로 나 같은 배낭여행객에겐 적이면서도 친구로 여겨지는 호객꾼(일명 삐끼)들이다. 작년에 한번 와 본 적이 있으니 호객꾼들의 접근을 뿌리치고 공항 바로 앞 여관에 가서 방을 잡기로 한다.

 

해외에서 공항에 밤에 도착하면 어지간하면 공항 밖으로 안 나가는 것이 옳은 일이다.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보통 공항은 시내에서 10km이상 떨어져 있는 법이어서 시내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걸리고 더구나 야간에는 시내에 들어가 봐도 깜깜한 상태이므로 알맞은 방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비행기의 이착륙이 계속되는 싱가포르의 창이 국제공항이나 태국의 돈무앙 국제공항이라면 구석에 가서 침낭 펴고 자면 되지만 비행편수가 몇 편 안 되는 이런 중국 시골구석 공항이라면 일단 공항 밖으로 나가주어야 한다. 작년에도 보니까 밤엔 불이 꺼졌었기에 올해도 공항에서 자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꿈도 못 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