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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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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프랑스 총각과의 반나절

by 깜쌤 2005. 4. 28.

1.

 

지난 3월 31일 목요일 저녁에 공연을 위한 노래 연습을 하러 갔다가

조흥은행 앞 사거리에서 지도를 들고 두리번거리는 외국인을 보았습니다.

저도 배낭여행을 즐기는 처지라 그양반의 입장이 이해가 되더군요.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도와드릴까요?"

 

 

 

2.

 

프랑스 낭트에서 온 사람이더군요.

낭트라면 1598년 4월 13일 프랑스의 왕 앙리 4세가 공포한 "낭트칙령"으로
유명한 도시가 아니던가요?

그 이야기를 했더니 단번에 눈이 동그래지면서 놀라더군요.

그래서 그 분의 신뢰를 얻은 뒤 토요일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3.

 

오늘 토요일 오후 허겁지겁 점심약속을 해결한 뒤 약속장소로 갔습니다.

제 친구분이 차를 몰고 약속장소에 미리 가서 기다리셨는데

프랑스 양반은 저와 제 친구를 구별하지 못하더군요.

하여튼 차를 타고 불국사로 갔습니다.

남산을 안내해드리고 싶었는데 어제 혼자서 남산을 다녀왔다고 해서 불국사로 간 것입니다.

 

 

불국사에는 오늘 외국 손님이 넘치더군요. 특별히 일본인 들이 많았습니다.

차안에서부터 그냥 이제 마음놓고 영어로 이야기를 시도합니다. 문법이 틀려도 관계없고 억양이 틀려도 신경쓰지 않고 줄기차게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문제는 용기죠. 그는 오늘 나의 영어선생이 된 것이고 저는 오늘 어설픈 가이드가 되는 겁니다.

 

 

 

 

 

단청도 사천왕상도 그냥 아는대로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줍니다. 그래도 그는 다 알아듣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낱말이 빨리빨리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킬러 레옹을 닮은 그는 불국사 기념품 판매점에서 엽서를 한세트 사더군요.

낭트에 계시는 할머니께 보내드릴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정성스레 돌탑을 만드는 것을 보고는 흥미를 느껴 만들어보고자 하더군요.

그래서 돌탑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엔 석굴암을 갔습니다.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집니다. 파리 인근의 르망이라는 도시에서

철도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그는 31세의 노총각이더군요.

 

 

보문으로 오는 길에 민속공예마을에 들렀더니 그는 양모양의 신라토기를 하나 구입하더군요.

여자친구에게 준다나요?

 

 

보문에 와서는 커피를 한잔 마셨습니다. 아, 오늘 돈좀 나갔습니다.

 

 

해가 지기 시작해서 이젠 밥먹으러 가야지요? 그는 배낭여행 안내서인 "론리 플래닛" 프랑스어 판을 가지고 있더군요. 한국의 불고기, 김치 등에 대해 알고 있습디다. 그래서 저녁을 같이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솥뚜껑 삼겹살집에 가서 삼겹살과 양념 갈비를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다며 난리였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엘지, 현대 회사에 대해 환하더군요. 제가 가진 카메라를 보고는 반색을 했습니다. 김치와 불고기를 너무 좋아했습니다.

 

 

소주도 한잔 마시더군요. 맛이 아주 순하고 독특하다고 합디다.

 

 

쌈싸먹는 것도, 고추를 찍어먹는 것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둘이서 실컷 먹어도 2만원이면 됩니다.

오늘 영어실습하는데 그래도 거금 몇만원이 나갔습니다. 헤어질때 그는 프랑스에 꼭 와서 연락을 해달라며 이메일 주소를 남겼습니다. 저는 어쩌다가 외국인을 도와줄 일이 있어도 절대로 먼저 주소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감격하면 오히려 먼저 연락처를 적어줍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도 아는 사람이 있군요. 여자분이었는데 오스트리아에 한번 꼭 들러달라고 하더군요. 그 분은 한국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다시 서울에 유학하러 오겠노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영어를 배웠습니다. 테이프를 듣고 문장을 외운 뒤 실습을 해보는 것이죠. 젊었을 땐 타임이나 뉴스위크를 꾸준히 읽었고요.....

 

나도 외국에서 이런 호의를 받은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갚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그게 인생 사는 법 아닐까요?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