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를 다닐때 나는 마당 한귀퉁이에 작은 화단을 가꾸었습니다.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 백일홍을 꽃밭 가득히 심고 정성을 들여 보살폈습니다.
채송화 피는 초여름엔 아침마다 화단에 달려나가 오늘 필 꽃봉오리를 헤아려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그게 왜 그렇게 즐겁던지요.
작은 가슴 어린 마음에도 백일홍은 너무 아름답게 보이더군요.....
이란의 "이스파한"이라는 도시입니다. 사산조 페르시아가 번영하고 있었을때 세계의 중심이라고 불렸던 곳이죠. 바그다드와 함께 아라비안 나이트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환상의 도시입니다.
거기 최고급 호텔 정원이 백일홍으로 가득하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정말 백일홍 하나는 마음껏 보고 왔습니다. 정원 전체가 백일홍으로 가득하더군요.....
정원엔 고운 벤치가 놓여있었습니다. 부유한 손님들은 긴 물파이프 담배를 태우고 있더군요.
그들이 태우는 담배 속에는 약간의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굴 표정들이 무엇엔가 도취된 듯한 모습들이었거든요.....
잠시 배낭을 벗어두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백일홍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가슴아픈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가꾸었던 꽃밭이 습격을 받아 완전히 망가져 버렸던 그 아침이 기억난 것이죠.
그 슬픔과 충격이 마음 한가득 자리잡아(그것이 다는 아니었지만) 성장기 내내 나를 괴롭혔습니다. 어리버리한 아이인데다가 시골 촌놈이어서 그런지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잘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다가 고등학교 동기들 카페에 가만히 들어가보면 난 아직도 주변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영악하다고는 해도 저처럼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자라는 아이들은 많이 있을 것입니다. 상처를 안고 자란다는 그런 아이들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려옵니다.
아이스크림 한 조각으로 휴식을 끝내고 호텔을 나왔습니다. 이스파한의 그 화려한 백일홍 씨앗을 가져오지 못한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 미련을 달래보려고 작년에는 화분에 백일홍을 조금 키워 보았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아내가 부산을 떨기전에 혼자 시간을 만들어 고요히 반성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우리 아이들 가슴에 상처를 만드는 교사가 아닌가 싶어서요.
좋은 하루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날이 화창할 것 같습니다. 밖엔 안개가 가득하거든요.
깜쌤
드림
'배낭여행기 > 세상헤매기: Walk around the world'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룡(黃龍 후앙룽) 2 (0) | 2005.04.26 |
---|---|
황룡(黃龍 후앙룽) 1 (0) | 2005.04.26 |
이란 : 페르세폴리스 (0) | 2005.04.25 |
중국 서부 오지도시 - 쏭판의 꽃밭 1 (0) | 2005.04.25 |
중국 서부 오지도시 - 쏭판의 꽃밭 2 (0) | 2005.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