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어느 날에 이 블로그에 올려둔 글이었으니 이제 18년이 다 되어 가네.
혹시 읽을 수 있다면 그냥 편안하게 봐주었으면 해.
살아온 인생 세월의 학년까지 새롭게 바뀌었기에, 하나씩 정리해보고 싶어서 꺼내보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아.
네가 어디 사는지, 살아있는지조차도 모르면서 썼던 -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글이야.
네가 살아있다면, 혹시 날 기억이라도 하고 있다면
언젠가 한 번은 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되살려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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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고 곯아가는 게 인생길이라고 하더니만
정말 우물쭈물 하다가 이만큼 살아버리고 말았어.
그 화려했던 청춘의 잔쪼가리가 길거리에 뒹구는 날은
아침부터 추적이며 비가 내렸어.
날아가버린 젊음이 아쉬워서 오늘은 걸어서 출근하기로 했어.
비가 왔거든....
그러니 더 더욱, 자꾸, 걸어야 했어.
이 많은 빗물들이 어디에서 터 잡고 살다가 쏟아지는 것인지
이젠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아.
삶에 대해 너무 알아버려서 그럴 거야.
그리 많이 산 것도 아닌데 다 살아 버린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것을 보면 나도 이젠
너무 겉늙어 버린 모양이야.
너도 혼자 중얼거릴 때가 있니?
늙었다는 증거야.
아님 네 자신도 나처럼 부끄러운 게 많든 지......
설마 나처럼 인생길에서 비만 맞고 다닌 것은 아니겠지?
가슴 깊숙이 슬픔 덩어리를 안고 다닌 것은 아닐 테지?
칼 빼 든 영웅들이 대륙을 호령할 때
나는 그냥 바보처럼 땅만 보고 살아왔어.
큰 꿈은 이제 더 이상 꾸지도 않아.
꾸어야 할 꿈이 없다는 게 슬픔이야.
그게 슬픈 거야.
이젠 큰집을 갖고 싶지도 않고
호사스러움을 원하지도 않아.
살아있다는 자체가 내겐 큰 즐거움이야.
이만큼 살아낸 것도 나에겐 지나친 복이었어.
이젠 고개를 숙일 줄도 알게 되었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란 걸 깨닫게도 되었어.
내가 아무 것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제법 세월물을 먹고 난 뒤야.
비틀어진 겨울 가지에 물이 올랐어.
세월 보낸 증거들은 대지위에 흩뿌리고 이젠 새로 싹이 돋고 있어.
이젠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떠날 때가 되어 가는 거지.
이젠 우리가 밑거름이 되어주어야 해.
새 삶들이 둥지를 틀도록 우린 떠나가주어야 하는 거야.
2007. 4. 13.
2007년 4월에 내렸던 비가, 2025년 1월에 아직도 가슴속에서
마구 내리는 이유가 뭐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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