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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비(Rain), 비Be(존재), 비悲(슬픔) !!

by 깜쌤 2025. 1. 31.

2007년 4월 어느 날에 이 블로그에 올려둔 글이었으니 이제 18년이 다 되어 가네.

혹시 읽을 수 있다면 그냥 편안하게 봐주었으면 해.

살아온 인생 세월의 학년까지 새롭게 바뀌었기에, 하나씩 정리해보고 싶어서 꺼내보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아.

 

네가 어디 사는지, 살아있는지조차도 모르면서 썼던 -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글이야.

네가 살아있다면, 혹시 날 기억이라도 하고 있다면

언젠가 한 번은 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되살려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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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고 곯아가는 게 인생길이라고 하더니만

정말 우물쭈물 하다가 이만큼 살아버리고 말았어.

 

그 화려했던 청춘의 잔쪼가리가 길거리에 뒹구는 날은

아침부터 추적이며 비가 내렸어. 

 

 

날아가버린 젊음이 아쉬워서 오늘은 걸어서 출근하기로 했어.

비가 왔거든....

 

그러니 더 더욱, 자꾸, 걸어야 했어.

 

 

이 많은 빗물들이 어디에서 터 잡고 살다가 쏟아지는 것인지

이젠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아.

 

삶에 대해 너무 알아버려서 그럴 거야.

그리 많이 산 것도 아닌데 다 살아 버린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것을 보면 나도 이젠

너무 겉늙어 버린 모양이야.  

 

 

너도 혼자 중얼거릴 때가 있니?

늙었다는 증거야.

아님 네 자신도 나처럼 부끄러운 게 많든 지......

 

설마 나처럼 인생길에서 비만 맞고 다닌 것은 아니겠지?

가슴 깊숙이 슬픔 덩어리를 안고 다닌 것은 아닐 테지?

 

 

칼 빼 든 영웅들이 대륙을 호령할 때

나는 그냥 바보처럼 땅만 보고 살아왔어.

큰 꿈은 이제 더 이상 꾸지도 않아.

 

꾸어야 할 꿈이 없다는 게 슬픔이야.

그게 슬픈 거야.

 

 

이젠 큰집을 갖고 싶지도 않고

호사스러움을 원하지도 않아.

 

살아있다는 자체가 내겐 큰 즐거움이야.

이만큼 살아낸 것도 나에겐 지나친 복이었어.

이젠 고개를 숙일 줄도 알게 되었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란 걸 깨닫게도 되었어.

 

 

내가 아무 것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제법 세월물을 먹고 난 뒤야.

 

비틀어진 겨울 가지에 물이 올랐어.

세월 보낸 증거들은 대지위에 흩뿌리고 이젠 새로 싹이 돋고 있어.

이젠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떠날 때가 되어 가는 거지.

 

 

이젠 우리가 밑거름이 되어주어야 해.

새 삶들이 둥지를 틀도록 우린 떠나가주어야 하는 거야.

 

 

 

2007. 4. 13.

 

 

 

 

2007년 4월에 내렸던 비가, 2025년 1월에 아직도 가슴속에서

마구 내리는 이유가 뭐지?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