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6일에 이 블로그에 올려둔 글이니 이제 20년이 다 되었어.
사진도 그때 거야.
언젠가 한번은 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싶어서 새로 가져와 본 거야.
20여년 전에 네가 이 글을 읽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어디 사는 지, 살아있는지조차도 모르면서 썼던 글인데 말이지.
혹시 읽을 수 있다면 그냥 편안하게 봐주었으면 해.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어서,
하나씩 정리하고 싶었기에 해보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아.
꽃이 피었어.
영춘화라고 들어보았는지?
봄을 맞이한다는 꽃이지.
십자 모습으로 된 노란 꽃이
다부룩하게 붙는 꽃인데
가지가 길게 뻗어나가기도 해.
짧게 다듬어서 분재 모습으로 길러도 되지.
앙징맞은 그 모습은 너무 예뻐.
혹시 부근에 분재가게가 있으면
가서 찾아봐.
사는 맛이 날거야.
매화도 요즘 필 거야.
난 매화를 세 그루 가지고 있어.
하나는 고목인데 지금 말라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
발그레하게 연분홍으로 피는 녀석인데
시드는 걸 보면 너무 슬퍼.
다른 한 녀석은 하얗게 피지.
그런 매화 향기는 너무나 좋아서
마치 중국 춘란 향기 같아.
가슴이 시원해지고 정신이 맑아져.
한번 맡아봐.
그런 향기 나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그게 뜻대로 안 돼.
노력은 하지만 재질이 모자라는가 봐.
그래서 또 슬퍼.
그저께는 모임이 있었어.
식사를 끝낸 후
2차로 생맥주집과 노래방을 간다고 하더라.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걸 어찌어찌 하다가 선생님들이 알게 되어서
모두 함께 가자고 잡는거야.
10시가 넘은 시각이었거든.
그래도 난 안 갔어.
동료들이긴 하지만 소중한 남의 부인들인데
노래방을 간다는 게 싫었어.
난 그런 게 싫어.
조용히 생각하고 책보고 걷고 글 쓰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그런 게 좋아.
짧은 인생인데 매순간마다 의미를 주면서 살고 싶거든.....
사실 우린 남남이야.
이젠 인생이라는 오솔길에서
다른 방향으로 너무 멀리 와버려서
다시 되물릴 수 없는 남남이 된 거야.
이젠 한 30년 되었을까?
그런데 어디쯤에서 어느 하늘 밑에 살고 있니?
스쳐지나가는 바람결에 얼핏 얻어들은 소식조차 없으니
살아있기나 한 것일까?
난 네 가족들과 네가 진심으로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
이 땅에 태어난 이상 누구든지
행복하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봐.
특히 가족은 더욱 더 그렇지.
행복하길 바래.
널 포함한 네 가족들이 모두 다 멋진
인생을 살기를 바래.
그만 쓸게.
딴 뜻은 없어.
그냥 한번 소식 전하고 싶어서 말이야.
이 글조차도 네가 볼 리 없건만
받을 사람 없는 글을 그냥 한번 끄적거려 보았어.
이젠 참 너무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이만.
아래 주소 속에 이 글의 원문이 들어있어.
https://yessir.tistory.com/1741549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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