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반월성과 남천, 그리고 교촌>
꽃이 피었어. 영춘화라고 들어보았는지? 봄을 맞이한다는 꽃이지. 십자모습으로 된
노란 꽃이 다부룩하게 붙는 꽃인데 가지가 길게 뻗어나가기도 해. 짧게 다듬어서 분재 모습으로 길러도 되지. 앙징맞은
그 모습은 너무 예뻐. 혹시 부근에 분재가게가 있으면 가서 찾아봐. 사는 맛이 날거야.
매화도 요즘 필 거야. 난 매화를 세 그루 가지고 있어. 하나는 고목인데 지금 말라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
발그레하게 연분홍으로 피는 녀석인데 시드는 걸 보면 너무 슬퍼. 다른 한 녀석은
하얗게 핀다. 그런 매화 향기는 너무나 좋아서 마치 중국춘란 향기 같아. 가슴이 시원해지고 정신이 맑아져. 한번
맡아봐.
그런 향기 나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되. 노력은 하지만 재질이
모자라는가 봐. 그래서 또 슬퍼.
<경주 남천에서 본 선도산 - 선도산 밑에 무열왕릉이 자리잡고 있다>
그저께는 모임이 있었어. 식사를 끝낸 후 2차로 생맥주집과 노래방을 간다고
하더군.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걸 어찌어찌 하다가 알게 되어서 모두 함께 가자고 잡는거야. 10시가 넘은 시각이었거든.
그래도 난 안 갔어.
동료들이긴 하지만 소중한 남의 부인들인데
노래방을 간다는 게 싫었어.
난 그런 게 싫어. 조용히 생각하고 책보고
걷고 글 쓰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그런 게 좋아. 짧은 인생인데 매순간마다 의미를 주면서 살고 싶거든.....
<경주 국립 박물관 뒤를 흐르는 남천 - 보통 관광객들은 앞쪽 모습만을 보고 가버린다>
사실 우린 남남이야. 이젠 인생이라는 오솔길에서 다른 방향으로 너무 멀리 와버려서
다시 되물릴 수 없는 남남이 된 거야. 이젠 한 30년 되었을까?
그런데 어디쯤에서
어느 하늘 밑에 살고 있니?
스쳐지나가는 바람결에
얼핏 얻어들은 소식조차 없으니
살아있기나 한 것일까?
난 네 가족들과 네가 진심으로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 이 땅에 태어난 이상 누구든지
행복하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봐. 특히 가족은 더욱 더 그렇지.
행복하길 바래. 널 포함한 네 가족들이 모두 다 멋진 인생을 살기를 바래.
그만 쓸게. 딴 뜻은 없어. 그냥 한번 소식 전하고 싶어서 말야.
이 글조차도 네가 볼리 없건만
받을 사람 없는 글을
그냥 한번 끄적거려 보았어.
이젠 참 너무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이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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