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던 날, 무슨 생각에서였는지는 몰라도 별서에서
집까지 그냥 걸어가고 싶었어.
그래서 걸어갔던 거야.
왜 그랬는지 몰라.
그 며칠 전에는 비탈의 매화나무 가지에 가득 달린 매화 꽃송이가
벌어지려 하고 있었어.
매화꽃 향기가 얼마나 상큼한지는 알지 싶어.
그러니 똘끼 충만한 내가 살짝 순간적으로 맛이 갔었나 봐.
하지만 이 나이에 비 맞고 걸어서 좋은 게 뭐 있겠어?
내가 마냥 젊은 줄로 잘못 알았던 거지.
착각은 자유지만 망신과 고통은 의무라고 하잖아?
슬슬 뿌리는 비를 맞으며 출발한 건 좋았는데... 쉬지도 못하고 두 시간 반을
걸었더니 기진맥진해진 거야.
결국 그날 저녁부터 한기가 들면서 몸이 조금씩 아파왔던 거야.
2월 마지막 수요일의 일이었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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