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서가는 길에 고개를 넘다가 명자나무 꽃을 만난 거야.
아주 옅은 분홍색 꽃을 가득 매단 벚나무 옆에 명자나무 새빨간 꽃이 활짝 핀 거지.
문득 어린 시절 같은 마을에 살았던 명자가 생각났어.
나보다 한살 많았던 그 여자 아이의 집은 고개를 넘어가면서 만나는
오른쪽 제일 첫 집이었을 거야.
동네에서 제일 높은 집에 살았었다고 기억해.
2006년 5월 5일, 고향을 찾아갔을 때 그 아이 집에 가 본 거야.
사랑채 건물 끝 방에 그 여자 아이의 오빠가 거처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
동네에서 가장 잘 산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그 아이 집에 어쩌다 딱 한번 가보았을 때
나는 탁상시계라는 것을 처음 보았어.
자전거를 세워 두고 명자나무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어.
어린 시절 추억이 마구 지나갔어.
명자는 집에서 그냥 부르는 이름이고, 학교 이름은 명희였을 거야.
성은 권씨였던가.
1967년 1월 13일 금요일, 거기를 떠나 올 때 기차역까지 와서 손을 흔들어준 여자 가운데
그 아이의 이름이 있더라고.
초등학교 때 써둔 일기장에 그 아이의 이름이 나와있었어.
복사꽃처럼 발그랗게 물들어 오르던 그 아이의 뺨 같은 색깔을 담은
꽃이 별서 부근에 활짝 피어났어.
인생!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아.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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