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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이라는 말을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라는 노랫말은 누구라도 다 알지 싶어. 초원을 어떤 모습으로 상상하는지 모르겠네. 단 한 번이라도 초원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지만 한 번도 못 본 사람들은 아마 나름대로 엄청나게 너른 풀밭 정도로 이해하지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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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상상은 아니야. 하지만 초원의 모습은 너무나 다양해서 한 가지 모습으로 쉽게 단일화시킬 순 없어. 초원에도 산이 있고 강이 있으며 깊은 골짜기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사막이 들어 있기도 해. 넓고 너른 풀밭은 막연하게나마 상상할 수 있어도 자세한 모습은 그려보기가 어려우리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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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원을 하나님께서 가꾸시는 거대한 잔디밭 정원 정도로 이해하고 있어. 내가 중 고등학교를 다녔던 때 히식스(He 6 정도로 쓰지 않았나 싶은데....)라는 그룹이 있었어. 그들은 초원이라는 것을 주제로 하여 자주 곡을 발표했던 것으로 기억해. 예를 들면 이런 식이지.
https://www.youtube.com/watch?v=8vpFssFgxo0
이제는 폐쇄된 안동역 플랫폼에 울려 퍼지던 음악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역무원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노래를 틀어주었는지 그게 궁금해지네. 이런 노래도 있었어.
https://www.youtube.com/watch?v=ur_PwxbLLb4
비슷한 것 같아도 다른 노래야. 6월 하순의 나른한 토요일 오후, 고등학교 시절 기차 통학을 했던 나는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역 플랫폼에 역무원 모르게 미리 나가 하염없이 앉아서 기다리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그들의 노래가 흘러나와 따라 불렀던 기억이 있어. 그러면 다시 초원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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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하고 뭔가 그리운 그런 감정이 떠도는 듯한 야릇한 느낌, 그 느낌이 마음 한구석에 새겨져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초원이 주는 이미지가 미친 듯이 좋아서 언젠가는 꼭 한번 초원을 가봐야겠다고 벼르며 살았어. 그러다가 2000년 여름에 드디어 내몽고 자치구에 가서 광활한 대초원을 보게 된 거야. 그때 보았던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초원이 있는 곳이라면 반드시 찾아가 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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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략을 받았던 조지아의 깊은 산골에 찾아가서도 초원을 둘러보았어. 아르메니아에서도 만나보았고 이란에서도 보았어. 러시아의 광활한 초원지대를 보기도 했었지. 터키 동부 고원지대는 몇 번씩이나 찾아갔던 거야. 중국 서부에서도 많이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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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이 어떤 것인지 도저히 짐작이 안 되는 분들을 위해 함께 상상의 세계로 떠나 가보기로 해. 모두들 자기가 다녔던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의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다고 상상하는 거야. 당신이 서있는 곳 바로 발아래에는 키가 아주 작은 야생화들로 가득 차 있어. 풀들은 작은 잔디들처럼 생겼는데 빽빽하게 자라나 빈틈이 보이지 않는 거야. 사이사이 키가 조금 큰 것들도 섞여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높이가 같아서 초록의 양탄자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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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록의 양탄자 위에는 빨강, 파랑, 노랑, 보라, 흰색 등 온갖 색깔로 치장된 화려한 꽃무늬가 무한정 이어져 나가는 거야. 자, 이제 학교 건물과 운동장 주위를 둘러싼 담을 제거해보자고.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크고 작은 집들과 아파트 건물을 없애 나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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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나가면서 모든 구조물을 사정없이 없애버리는 거야. 그대가 살고 있는 행정구역을 완전하게 평탄한 풀밭으로 만들었다고 치자고. 곳곳에 자리 잡은 산들도 모두 없애 버리는 거야. 부근의 올망졸망한 산들을 다 없애고 먼 산도 완전히 들어내서 없애 버려. 이번에는 서울특별시나 경기도의 모든 산들을 없애봐. 이제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풀밭이라고 여겨보는 거야. 그 정도는 돼야 대초원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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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청난 규모의 풀밭이 끝간 데 없이 이어지는 거야. 지구에는 그런 곳이 있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거대한 초원지대가 존재하는 거야. 물론 그 풀밭은 자잘한 꽃으로 덮여있고 말이지. 작은 언덕들이 지평선 저 너머로 아주 부드럽게 물결치듯이 작은 굽이를 이루면서 끝없이 퍼져있어. 하늘은 그 언덕들 위로 가없이 펼쳐져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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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는 너무도 맑아서 지평선 끄트머리 작은 언덕 위에 올라선 말 탄 사람조차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야. 그대의 시력은 지금 5.0이 된 것 같아. 이번엔 하늘을 올려다봐. 한없이 푸르디푸른 하늘은 사방이 타악 터져 있으므로 당신의 머리 위에서 둥글게 보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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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푸른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어.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사방은 연두와 초록으로 뒤덮인 풀밭이지. 그게 초원이야. 이해되는가? 그런 초원을 찾아 나는 길을 떠났던 거야. 그리고 마침내 집에 돌아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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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초원에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소나기가 내린다고 상상해 봐. 하늘의 반은 햇살이 환한데 한쪽은 구름이 덮여오면서 비가 내리는 광경을 그려 볼 수 있겠어? 대자연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광경 앞에 서면 인간은 그야말로 작아지는 거지. 그렇게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가고 난 뒤 풀밭 끝에 무지개가 걸리는 거야. 그런 걸 보면 감격 안 할 수가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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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원 여행을 하며 많은 걸 느끼고 배웠어. 그리고 하나님이라는 절대자를 그려보게 된 거야.
혼자만 봐서 미안해. 보여주지 못한 걸 그지없이 미안하게 여겨. 너무 미안해.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럼 이만 안녕.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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