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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세상헤매기: Walk around the world

자잘한 야생화가 양탄자처럼 깔린 초원을 보았던가?

by 깜쌤 2022. 3. 8.

   

 초원이라는 말을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라는 노랫말은 누구라도 다 알지 싶어. 초원을 어떤 모습으로 상상하는지 모르겠네. 단 한 번이라도 초원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지만 한 번도 못 본 사람들은 아마 나름대로 엄청나게 너른 풀밭 정도로 이해하지 싶어.

 

 

 

 

 

터키 동부의 초원 지대

틀린 상상은 아니야. 하지만 초원의 모습은 너무나 다양해서 한 가지 모습으로 쉽게 단일화시킬 순 없어. 초원에도 산이 있고 강이 있으며 깊은 골짜기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사막이 들어 있기도 해. 넓고 너른 풀밭은 막연하게나마 상상할 수 있어도 자세한 모습은 그려보기가 어려우리라고 생각해. 

 

 

 

 


아르메니아 인근의 터키 동부 고원

 나는 초원을 하나님께서 가꾸시는 거대한 잔디밭 정원 정도로 이해하고 있어. 내가 중 고등학교를 다녔던 때 히식스(He 6 정도로 쓰지 않았나 싶은데....)라는 그룹이 있었어. 그들은 초원이라는 것을 주제로 하여 자주 곡을 발표했던 것으로 기억해. 예를 들면 이런 식이지. 

 

 

https://www.youtube.com/watch?v=8vpFssFgxo0 

이제는 폐쇄된 안동역 플랫폼에 울려 퍼지던 음악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역무원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노래를 틀어주었는지 그게 궁금해지네.  이런 노래도 있었어.

 

 

 

 

 

https://www.youtube.com/watch?v=ur_PwxbLLb4 

비슷한 것 같아도 다른 노래야.  6월 하순의 나른한 토요일 오후, 고등학교 시절 기차 통학을 했던 나는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역 플랫폼에 역무원 모르게 미리 나가 하염없이 앉아서 기다리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그들의 노래가 흘러나와 따라 불렀던 기억이 있어. 그러면 다시 초원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고. 

 

 

 

 

 

 

중국 서부 티베트 가까운 청해성(=칭하이 성)에서 만나본 초원

아련하고 뭔가 그리운 그런 감정이 떠도는 듯한 야릇한 느낌, 그 느낌이 마음 한구석에 새겨져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초원이 주는 이미지가 미친 듯이 좋아서 언젠가는 꼭 한번 초원을 가봐야겠다고 벼르며 살았어. 그러다가 2000년 여름에 드디어 내몽고 자치구에 가서 광활한 대초원을 보게 된 거야. 그때 보았던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초원이 있는 곳이라면 반드시 찾아가 본 거야. 

 

 

 

 


조지아와 러시아의 국경 부근 산골 초원

러시아의 침략을 받았던 조지아의 깊은 산골에 찾아가서도 초원을 둘러보았어. 아르메니아에서도 만나보았고 이란에서도 보았어. 러시아의 광활한 초원지대를 보기도 했었지. 터키 동부 고원지대는 몇 번씩이나 찾아갔던 거야. 중국 서부에서도 많이 보았어. 

 

                      

 

 


중국 서부 청해성의 깊은 산골에서 만나본 초원

초원이 어떤 것인지 도저히 짐작이 안 되는 분들을 위해 함께 상상의 세계로 떠나 가보기로 해. 모두들 자기가 다녔던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의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다고 상상하는 거야. 당신이 서있는 곳 바로 발아래에는 키가 아주 작은 야생화들로 가득 차 있어. 풀들은 작은 잔디들처럼 생겼는데 빽빽하게 자라나 빈틈이 보이지 않는 거야. 사이사이 키가 조금 큰 것들도 섞여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높이가 같아서 초록의 양탄자 같아.

 

 

 

 

 

그 초록의 양탄자 위에는 빨강, 파랑, 노랑, 보라, 흰색 등 온갖 색깔로 치장된 화려한 꽃무늬가 무한정 이어져 나가는 거야. 자, 이제 학교 건물과 운동장 주위를 둘러싼 담을 제거해보자고.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크고 작은 집들과 아파트 건물을 없애 나가봐.

 

 

 

 

 

 

사방으로 나가면서 모든 구조물을 사정없이 없애버리는 거야. 그대가 살고 있는 행정구역을 완전하게 평탄한 풀밭으로 만들었다고 치자고. 곳곳에 자리 잡은 산들도 모두 없애 버리는 거야. 부근의 올망졸망한 산들을 다 없애고 먼 산도 완전히 들어내서 없애 버려. 이번에는 서울특별시나 경기도의 모든 산들을 없애봐. 이제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풀밭이라고 여겨보는 거야. 그 정도는 돼야 대초원이 되는 거지. 

 

 

 

 


그 엄청난 규모의 풀밭이 끝간 데 없이 이어지는 거야.  지구에는 그런 곳이 있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거대한 초원지대가 존재하는 거야. 물론 그 풀밭은 자잘한 꽃으로 덮여있고 말이지. 작은 언덕들이 지평선 저 너머로 아주 부드럽게 물결치듯이 작은 굽이를 이루면서 끝없이 퍼져있어. 하늘은 그 언덕들 위로 가없이 펼쳐져 있지.

 

 

 


         


대기는 너무도 맑아서 지평선 끄트머리 작은 언덕 위에 올라선 말 탄 사람조차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야. 그대의 시력은 지금 5.0이 된 것 같아. 이번엔 하늘을 올려다봐. 한없이 푸르디푸른 하늘은 사방이 타악 터져 있으므로 당신의 머리 위에서 둥글게 보일 거야. 

 

 

 

 

 

그 푸른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어.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사방은 연두와 초록으로 뒤덮인 풀밭이지. 그게 초원이야. 이해되는가? 그런 초원을 찾아 나는 길을 떠났던 거야.  그리고 마침내 집에 돌아온 거지. 

 

 

 

   

 

 그런 초원에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소나기가 내린다고 상상해 봐. 하늘의 반은 햇살이 환한데 한쪽은 구름이 덮여오면서 비가 내리는 광경을 그려 볼 수 있겠어? 대자연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광경 앞에 서면 인간은 그야말로 작아지는 거지. 그렇게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가고 난 뒤 풀밭 끝에 무지개가 걸리는 거야. 그런 걸 보면 감격 안 할 수가 없는 거야. 

 

 

 

 

 

나는 초원 여행을 하며 많은 걸 느끼고 배웠어. 그리고 하나님이라는 절대자를 그려보게 된 거야. 

 

 

 

 

혼자만 봐서 미안해. 보여주지 못한 걸 그지없이 미안하게 여겨. 너무 미안해.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럼 이만 안녕.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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