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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삼국유사의 고장 1

by 깜쌤 2020. 9. 29.

 

9월 16일 치과 예약을 한주일 더 뒤로 물려두고 북으로 올라가는 기차를 탔어.

 

 

 

 

영천을 지나고 화산을 지났어. 화산(花山)! 이름이 참 예쁘잖아? 사춘기 때 내가 살던 동네에 여기 출신의 한 살 많은 형이 이사를 왔었어. 그 형은 별난 사춘기를 보내더라고.

 

 

 

 

농민들은 이미 내년에 수확할 마늘과 양파 농사를 준비하는 것 같았어.

 

 

 

 

밭에 거름을 깔아두었더라고. 까맣게 변한 흙 색깔이 너무 탐스러웠어.

 

 

 

 

신녕역에 기차가 잠시 머물렀어.

 

 

 

 

숨을 고른 기차는 다시 북쪽을 향해 내달렸어. 이제 영천시를 벗어난 거지.

 

 

 

 

 

영천과 의성 중간쯤인 군위군 화본역에서 내렸어. 10시 30분이 덜 된 시각이었어.

 

 

 

 

나는 플랫폼에서 접이식 자전거를 펼쳤어.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시절에 사용했던 급수탑에 눈길을 던져보았어. 낮은 구름이 깔렸기에 멀리 보이던 팔공산이 그 진중한 모습을 감추어버렸어.

 

 

 

 

화본역 앞 광장에서 나는 잠시 망설였지. 어디를 먼저 갈까를 결정해야 했거든.

 

 

 

 

광장에 서서 보면 맞은 편 도로가에 역전 상회가 보이지. 그 집은 김태리가 주연배우로 활약했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등장했어.

 

 

 

 

꽈배기 집에 가서 꽈배기를 세 개만 샀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먹든지 아니면 다 큰 질녀에게 가져다 줄 수도 있겠다 싶었지.

 

 

 

 

화본 마을을 따라 잠시 달려보았어. 시골 마을이 참 깔끔하지?

 

 

 

 

여긴 나름대로는 제법 알려진 곳이야. 화본역의 유명세 때문에 마을도 덩달아 유명해졌거든.

 

 

 

 

군위 산성 지서 부근에 철도관사를 개조한 숙박 집이 하나 있어. 사실 거기서 하루를 자고 싶었는데 예약을 받는다는 발전위원회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무응답이었기에 포기하고 대신 부근에 있는 동생네 집에서 하루 신세를 지기로 했어.

 

 

 

 

동생들과는 내일 17일에 벌초를 하기로 약속을 했었어. 그러니까 나는 하루 전에 올라와야만 했던 처지야. 자가용 자동차가 없었기에 내가 이동하는 데는 제한을 받거든. 이런 때 차가 없는 서러움을 느끼는 거지. 어찌 보면 나 같은 어설픈 환경주의자가 필연적으로 안고 살아야 하는 대가이기도 하지.

 

 

 

 

귀촌을 하고 싶어도 차가 없으니 선뜻 실행에 옮길 수도 없는 처지야. 그럴 땐 내 사는 방식이 옮은 것인지 의심이 든다니까.

 

 

 

 

나는 화본역에서 8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동네를 향하여 천천히 페달을 밟았어. 급할 게 없었기에 천천히 달린 거지. 가끔씩은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어.

 

 

 

 

이 부근 고장은 대추가 꽤나 유명해. 나는 도로가에 자생한 나무에 탐스럽게 달린 대추를 하나 따서 맛보기도 했어. 이 집 대추는 아니고 말이지.

 

 

 

 

이 부근 어디에 시골집이 하나 나있다기에 슬며시 가보았어. 맘에 들긴 한데 돈이 모자란다는 게 문제이지.

 

 

 

 

빗방울 묻은 나팔꽃이 길가에 소복하게 피었더라고.

 

 

 

 

자전거에서 내린 나는 꽃구경에 나섰어.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시골집은 저 멀리 보이는 산밑에 외따로 자리 잡았어.

 

 

 

 

동대구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지나갔어.

 

 

 

 

나는 기차만 보면 가슴이 뛰어. 방랑벽이 도지는 순간이지.

 

 

 

 

방랑벽은 큰 병이라고 할 수 있어. 어디든 마구 떠나가고 싶어지는 것이니 큰 병이지.

 

 

 

 

논둑 부근에 유홍초와 망초꽃이 가득했어.

 

 

 

 

주홍빛 유홍초가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어.

 

 

 

 

얘네들은 생명력이 참으로 강한 꽃이야.

 

 

 

 

억새도 머잖아 꽃을 피울 것 같았어.

 

 

 

 

 

노란색 저 꽃은 달맞이꽃이 맞겠지? 

 

 

 

 

이젠 다시 출발해야겠지? 꽃구경을 하느라고 꽈배기를 먹어야한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어.

 

 

 

 

 

리틀 포레스트에 등장하는 집까지도 저 멀리 산 밑에 놓아두고 천천히 달려 나갔어.

 

 

 

 

저 앞 모퉁이를 돌기 전에 개울을 만날 거야.

 

 

 

 

위천이지. 낙동강의 한 지류야.

 

 

 

 

논벌 저 멀리 학교 건물이 보였어. 아내와 관련이 있는 학교이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