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승부 4 - 버스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오지를 가다

by 깜쌤 2020. 5. 14.



인간은 유년기의 추억을 어느 나이까지 되돌려 기억할 수 있을까?



내 경우에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여기에서 생활했던 몇 장면이 전부야.



동네 모습은 전혀 기억나지 않아.



이 집 옆, 저기 보이는 밭에도 철도관사가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남아있는 건물을 모두 수리해서 게스트하우스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해.

두 건물은 각각 별빛관, 승부관으로 이름 붙여져 있었어.



이 계단은 아주 어슴프레하게 기억이 나. 지금 봐도 높기만한데

그땐 얼마나 엄청나게 보였을까?


저 계단 위에도 관사가 있었을텐데....


 


계단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았어.

익숙한 풍경이야.



시멘트 계단 위에 밭이 있더라고.



틀림없이 여기에도 관사가 있었을 거야.



밭 부근에 시골집 세채가 있더라고.



역 방향으로도 한채가 있네.



토치카처럼 보이는 시멘트 구조물은 영암선 개통기념비였어.

처음엔 뭔가 했지.



그래, 이 풍경이야. 그렇다면 나는 이 위에 있는 관사에서

살았던게 틀림없지 싶어.



그게 다섯살 아니면 여섯살 때의 기억일거야.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옛날의 추억인 셈이지.



밭 끝에는 '오막살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게스트하우스가

자리잡고 있었어.



아련한 기억속의 모습이야.



데크가 깔린 이 길 어디쯤에서, 나와 나이가 비슷했던 누군가를

만났던 것 같아. 


 

나는 현지인이 사는 집쪽으로 슬슬 걸어가보았어.



끝집에 중년의 남자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분에게 물어보았더니

여기에 철도관사가 모두 여섯채 아니면

여덟채가 있었다고 했어.



대화를 꺼려하는 것 같아서 더 이상 말을

붙일 수가 없었어.



집주인은 깔끔한 성격을 지닌 분 같아.



장작 재어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



나는 되돌아나왔어.



그리고는 기차역 방향을 살펴본 거야.



이럴 줄 알았더라면 어머니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한번

모시고 오는 건데....



나는 영암선 개통기념비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어.




여긴 집터 구하기도 정말 어려운 곳이었어.



산비탈에 붙어있는 이 작은 공간이 전부였던 거야.



그러니 산다는게 얼마나 힘들었겠어?



기념비는 역과 가까웠어.



이 작은 비탈에도 현지인의 집이 붙어있었어.



 

오지중의 오지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던 거야.



글씨는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라고 해.



예전의 보선사무소는 바로 밑 건물 부근에 있었는지도 몰라.



정확하게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어.



아마 큰 누나는 이 길을 통해 기차를 타러 갔을 거야.



나는 다시 기념비쪽으로 돌아갔어.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어.



안내판 속에 자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어.



1955년에 세워졌다는 거야.



"영암선 개통 기념"

'영'은 영주, '암'은 철암을 의미하지. 철암은 오늘날에는 강원도 태백시 안에 있어.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가버렸어.


여기도 그동안 나와 너무나 무관한 곳이

되어가고 있었던 거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