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상류를 가로질러 걸린 다리는 승부 현수교였어.
산그늘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어.
만약 계절이 겨울 부근이었더라면 벌써 컴컴해졌을 거야.
이 정도 물이면 일급수가 아닐까?
하지만 상류인 석포 부근에는 많은 이들로부터 지적을 당하고 있는
제련소가 하나 있어.
그런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제련소에 대해서 내가 함부로
옳다그르다 말할 처지는 못 돼.
지도에 석포의 위치가 나타나있지?
나는 현수교로 들어섰어.
흔들지 말라고 되어 있었어.
뭐 나같은 약골이 흔든다고 이런 다리가 흔들려지겠어?
실험해보았느냐고?
이 나이에 다리가 정말 흔들리나 흔들리지 않나 실험해보면
욕먹지 않겠어?
나이값은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배워왔지.
현수교 끝에 서면 승부역 승강장을 만날 수 있어.
나는 다시 돌아섰어.
승강장 방문은 조금 후에 자동으로 하게 될테니 생략한 거야.
왔던 길을 다시 걷는 거지.
이제 한군 데만 가면 끝이야.
하얗게 핀 것은 돌단풍이야.
다른 하나는 병꽃일 거야.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기차가 굴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어.
기차가 지나가고나자 사방이 아까보다 더
고요해졌어.
하늘 세평 숲 부근에 가는 거야.
작은 공원처럼 꾸며놓았더라고.
돌틈마다 돌단풍이 가득했어.
물레방아도 보이고 말이지.
운치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었어.
이 장면만은 꼭 기억해두고 싶었어.
웬 산타?
이누이트까지. 예전에는 에스키모인들이라고 배웠잖아?
이글루 기억나지?
백호 가족들도 등장했어.
이젠 역으로 돌아가야지.
나는 다시 다리를 건넜어.
그리운 다른 다리는 남겨두고 말이지.
내 두 다리로 부지런히 걸었어.
기차를 놓치면 안되잖아?
기차역 구내로 이어지는 비탈을 걸어올라갔어.
그리운 모습은 눈에 반드시 담아두어야겠어.
머리 속에 기억해두는게 빠르겠지?
나에게 주어진 세 시간이 어느새 후딱 지나가버렸어.
갑자기 다시는 못 뵐 선친이 너무 그리워졌어.
그리고 유년 시절의 내 발자국도 승강장 어딘가엔 찍혀있겠지?
나는 천천히 사방을 세밀하게 다시 훑어보았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음에 온다면 분천까지 트래킹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어.
적어도 네시간 정도는 타고가야 할 거야.
철도관사가 있던 장소를 다시 한번 더 보며 추억을 되새김질 했어.
그렇게 하루가 가버린 거야.
5월 7일 목요일의 일이었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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