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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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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2

봄꽃은 만발했는데.... 3

by 깜쌤 2020. 4. 4.


호수 저 끝에 무지개모양으로 걸린 다리 보이지? 나는 거기서부터 슬금슬금 걸어온 거야.


 

수변 음악당 뒤쪽의 모습이야. 많은 분들이 활기차게 걷고 있었어.



모두들 집안에 갇혀있으려니 얼마나 답답했겠어?



꽃들도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신나지 않겠어?



나는 내가 키우는 화분의 식물들에게 한번씩 말을 걸어주지.



"얘들아, 이렇게 예쁜 꽃들을 피워주어서 너무 고맙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그런 말이 효과가 있다고 그러더라고.



심지어는 우리가 마시는 물도 그렇다고 하잖아?



사랑, 희망, 밝음.... 이와같은 긍정적인 말을 해주면 물도 분자(?)구조가 달라진다고 그래.



하물며 동물이나 식물이겠어?



사람은 더 더욱 그런 것 같아. 애정 어린 말이 상대방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삼십대 중반에서야 알았어. 너무 늦게 깨달은 거지.



"넌 소중한 사람이란다. 앞으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멋진 일을 해낼 사람이야. 사랑해."



칭찬하고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말을 하고 살면 좋지 않겠어?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말을 거의 못듣고 자랐어.



빈정거리고 무시하고 업신여기고 깔보는 사람들만 주위에 많았던 것 같아. 나는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우리 부모님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했어.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버렸네.



오늘은 여기까지만 걸을 거야. 지나쳐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아진 것 같았기에 나 자신부터라도 사라져주어야 할 것 같았어. 남 탓할 건 없잖아?



내일은 반대편을 걸어봐야지.



이젠 원래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야해.



물을 순환시킨다는 펌프가 잠시 가동되는 것 같았어.




바람이 조금 불면서 호수 표면에 물결이 약간 일었어.



나는 도로에서 호수로 이어지는 오솔길 부근의 돌로 만든 의자에 잠시 앉았어.



점심을 먹어야지. 점심이라고 해봐야 맨밥에 간장을 발라 김에 만 게 다야. 



 나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아니며 음식 투정하는 사람도 아니야.



이 나이까지 이렇게 살아남은 것만 해도 그게 어디야?



아까 자전거를 대어 놓은 동궁원 뒤편으로 걸어갔어.



명자나무 빨간 꽃이 너무 강렬하게 다가왔어.



'명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한 동네의 한살 위 누나가 생각났어.



모두들 어디에서 잘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믿어.



다시 시내로 돌아가는 중이야. 아까 이 길을 따라 보문으로 올라갔던 거야.



별 것도 아닌 긴 글 읽어주어서 너무 고마워. 많이 힘들고 지겨웠지? 그럼 월요일에 봐.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