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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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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9 유럽-동남부:발칸반도 여러나라(完

산토리니 골목 구경 2

by 깜쌤 2020. 1. 7.


하늘이 파란 곳.....



바다도 푸르고.....



그런데 동네는 하얀 곳....




천국이 바로 이런 곳과 닮지 않았을까? 그런 결론은 내 빈약한 상상력의 결과물이지.



이 동네 사람들은 계단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어.



하얗게 칠한 이 마을 풍광은 밤이 되면 더 위력적일 거야.



눈이 쏟아진 날 밤, 밖에 나가보면 세상이 환하지?


 

여기가 바로 그런 곳이야.



산토리니에서 눈(snow)을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흰색과 파랑의 조화가 이렇게 멋지다는 것을 여기에서 처음 느꼈어.



마을의 위치가 절묘하잖아?



어찌보면 화산 위에 자리잡은 마을이지만 3,500여년 전의 큰 비극 이후, 아직까지 대형사건과 큰 사고는 없었어.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일러.



지금은 연기도 사그라졌지만 저번에 왔을 땐 건너편 섬에서 연기가 솟아올랐거든.



건너편 화산은 산토리니 섬 절반이 날아가고 난 뒤에 다시 화산이 솟아올라 만들어진 섬이야.



그러니 잠재적인 위험을 안고 사는 거지.



절벽 위에 만들어진 동네다보니 경치 하나는 끝내주지.



재난이 지나고 난 뒤, 섬을 떠났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돌아와 이런 동네를 재건한 거야.



골목엔 앉아 쉴 곳도 많았어.



이런 곳이 무료인지 아닌지 나는 몰라.



유명 관광지에 공짜가 있으려나?




산토리니 골목에서는 내가 남의 지붕을 밟고 다니는 대신 남도 내 지붕을 넘나든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거야.




여기서는 지붕과 골목의 공유화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는듯 해.



심사 고약한 인간이 끼어들어 여긴 내땅이니 당신은 이 길을 쓸 수 없다고 우기는 날엔 큰 문제가 벌어질 게 뻔해.



우린 적당한 지점에서 돌아섰어.



피라 마을 제일 높은 지점에서 돌아섰다고 보면 될 거야.



다른 곳 구경은 아껴두었어.



아마 처음에는 이런 길이었을 거야.



그런 곳에 건물이 자꾸 들어서면서 다닥다닥 붙어 나갔겠지.



  

결국은 오늘날처럼 이런 형태가 되었겠지.



저번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리스 섬들 가운데 하얀 집들이 들어선 곳은 많아.



그건 말이지, 그들 사이에 공통의 정서를 가졌다는 말이 되는 것 아닐까?



정서와 언어를 공유한다는 것은 한 민족이라는 말이겠지.



나도 젊었던 날에는 '한이 맺혔다, 그게 한이다'라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했어.



그런데 말이지, 이만큼 살고 나니까 이해가 되는 거야.



나도 모르게 가슴 속 깊이 어떤 응어리가 만들어져버렸어.



이젠 수많은 종류의 아리랑 가사들이 이해되기 시작하더라니까. 모레 아침에 아테네로 돌아갈 배표를 구해야했어.



배표를 알아본 뒤 일행들을 다시 만나 커피를 한잔 대접해드렸어.



 커피숍에 앉아 절벽 아래 광경을 보며 한잔 마셨던 거야.



커피 맛이라기보다는 분위기를 마셨던 것이지.



산토리니 절벽 커피숍에서 마신 한잔의 커피! 그걸로도 나는 만족했어.



이만하면 만족한 인생이야. 하지만 서울 강남에서 빌딩 한채를 가진 건물주들이 나를 바라보면 나같은 인생이 인생이겠어?



 나는 나란 인간의 그릇 크기를 알아.



그러니 이 정도로 충분히 만족한다는 말이지. 다만 학자의 길을 걷지 못한 것은 너무너무 아쉬워.



이번 포스팅에서는 내 이야기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어. 다 쓸데없는 개소리 헛소리 잡소리에 지나지 않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