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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9 유럽-동남부:발칸반도 여러나라(完

황소인간의 흔적 3

by 깜쌤 2019. 12. 23.

팀 멤버 한분은 나무 밑에서 도를 닦고 계셨어. 나는 샤카무니(석가모니)가 새로 환생하여 그리스 크레타에 나타나신 줄 알았어.



저번 포스팅에서는 황소 이야기를 꺼냈었잖아?



 

제우스는 여기 크레타 섬에서 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었지? 그런 주장이 나오는데는 그냥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거야.  




그리스의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속에는 그리스 신화가 자주 나온대. 학교에서 엄연히 신화를 배운다는 거야. 우리나라에서 역사 시간에 단군신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과 같은 맥락일 거야.




제우스가 동방의 공주 에우로파에게 반해서 흰 소로 변신하여 에우로파 공주를 태워 크레타로 납치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 어떤 이들은 그때 제우스가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넜다고 하기도 하는데 정확한 위치는 아무도 모를 거야.  




에우로파는 그리스식 발음이고 영어로 하자면 유럽이 되는 거야. 오늘날 우리가 아는 유럽이라는 말이 에우로파라는 말에서 생겨났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지. 하던 이야기를 잠시 끊어야할 것 같아.



사람들 발 밑을 잘 보아야해. 이 유물을 잘 봐. 철 구조물 밑에 뭔가 보이지?



땅밑 얕은 곳에 붉은 색 토관이 묻혀있는게  보일 거야. 이런 것들이 크노소스 궁전의 급수와 배수 시설의 증거가 되는 거지.



참고로 영어 설명문이 들어있는 사진을 그대로 올려두었어. 한번 해석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토관의 연결모습까지 잘 살펴봐두면 더 좋을 거야.



나는 말이지, 인간이 생활 도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석기에서 청동기, 그리고 철기로 넘어왔다는 것은 수긍할 수 있지만 고대인이 미개했다는 주장에는 백퍼센트 찬성할 수가 없어.



 

현대인들도 문명의 주류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는 원시인이 되거든. 현재 내가 소지하고 있는 생활용품이 다 떨어지는 그 시점부터는 문명의 중심세계에서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면 원시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거지.



토관 연결 부분을 더 자세히 찍어보았어.



남아있는 건축물의 흔적을 봐도 급수와 배수 시설임이 확실해.



이게 약 3천 하고도 5백여년 전의 미노스 문명을 만든 인간들의 생활 모습이었던 거야.



이런 곳을 통해 궁전 곳곳에 물이 공급되었을 거야.



서력 기원을 전후해서 로마를 다스린 사람이 아우구스투스인데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양자였던 그가 다스리던 시절에 이미 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로마의 도시 인구가 백만명에 육박했었어. 



당시에 수도가 로마에 보급되어 있었던 것은 유명한 이야기지. 부자들은 집안까지 수도관을 연결해서 쓸 수 있었던게 확실해.



황소 이야기도 수도관 이야기도 잠시 멈추어야 할 것 같아. 우리는 너무나 유명한 돌고래 그림을 만나러 가는 길이거든.



크노소스 궁전에서 이 그림을 놓친다면 헛구경 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거야.



여기를 두고 일명 '왕비의 방'이라고 쉽게 번역하는데 정확한 용어로 하자면 '왕비의 메가론(Megaron)'이라고 해야 할 거야. 메가론을 두고 DAUM 백과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




메가론 : 벽이 없이 트인 현관, 문간방과 한가운데에 화로와 왕좌가 있는 큰 홀로 이루어져 있다. 호메로스는 메가론이라는 용어를 단순히 큰 홀을 이르는 말로 썼다. 미케네에서는 궁전마다 메가론이 있었으며 개인주거의 일부로 짓기도 했다. 중동에서 처음 나타난 듯하며, 흔히 기둥으로 받친 트인 현관이 덧붙으면서 에게 건축의 특징으로 발달했다. 초기 그리스 건축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신전건축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출처 :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7m2450a



왕비의 방 벽에 돌고래 그림이 그려져 있어. 물론 복사본이지.



어때?



이런 돌고래는 오늘날에도 지중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고 그래.



돌고래 그림 위에 제비집이라....



왕비의 메가론이 있는 건물의 겉모습이야.



모두들 귀신같이 알고는 찾아와서 보고 가더라고.



하기야 어중이떠중이에 지나지 않는 나같은 시골 촌뜨기 꼰대까지 찾아와서 확인하고 가는데 똑똑한 젊은이들이 놓칠 리가 있겠어?



황소 이야기를 계속해야겠네.



그 전에 잠깐! 반드시 확인하고 가야할 인물이 또 한사람 더 있어.



백합 왕자!



벽에 그려진 벽화의 주인공이 누구냐를 두고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어.



바로 이 사람이지.



현재는 백합왕자로 널리 알려져 있지.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이야. 여기까지 보았다면 거의 본전을 뽑았다고 할 수 있을 거야.



여기에도 배수 시설 흔적이 보여. 어디 있을 것 같아?



직접 눈으로 보지 않는다면 믿어지지 않을 것들이지.



이제 황소 이야기를 계속해도 될 것 같아.



크노소스 유적지 곳곳에는 이런 황소뿔 모형들이 많이 남아있었다고 해. 제우스가 납치해온 에우로파 공주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가운데 한 명이 미노스 문영을 일으킨 미노스 왕이라는 거야.



크레타 섬에 남아있는 또다른 궁전이 패스토스 궁전인데 크노소스 궁전으로부터 남쪽으로 62킬로미터 지점에 지금도 남아 있다고 해. 패스토스라는 말은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해.



패스토스 궁전의 주인이 미노스 왕의 동생인 라다만디스라는 거지.



그러고보면 제우스와 에우로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은 제법 똑똑해서 모두들 한 인물씩 했던 모양이야.


 

미궁으로 알려진 크노소스 궁전을 건축한 사람이 목수였던 다이달로스야.



다이달로스 아들이 이카로스이고 말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저주로 말미암아 미노스 왕의 왕비가 머리는 황소이고 몸뚱아리는 인간인 황소인간을 출산했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알지?  



그 황소를 가두어두기 위해 그리스 최고의 목수인 다이달로스가 미궁을 만들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 미궁, 바로 여기 크노소스 궁전 지하에 황소인간으로 알려진 괴물을 가두었다고 해.


 

그런데 말이지, 이 괴물은 식성이 고약해서 인간을 잡아먹고 살았다는 거야. 그건 아마도 인신공양을 했다는 말이겠지.



크레타 사람들은 인신공양으로 바칠 인간들을 아테네에 요구했고 힘이 약했던 아테네는 오랜 세월 동안 크레타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어.



인신공양으로 인한 원성이 극에 달했을 때 아테네에 영웅 테세우스가 나타난 거지. 테세우스는 괴물 황소인간에 바쳐질 인간 제물들 가운데 끼어들어 크레타까지 왔어. 그리고는 바로 크레타판 낙랑공주와 호동왕자같은 사건이 벌어지는 거야. 



등장인물이 많아졌어. 그리스 신화 속의 어지간한 인물은 거의 다 등장한 것 같아.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그리스 신화에 매달려봐.



미궁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던 다이달로스의 아들 이카루스가 사진 속의 이 섬에서 추락해 죽었다고 해. 22년 전에 나는 배를 타고 이카루스 섬 앞을 지나갔었어. 그때 찍어둔 사진이지.  



이제 크노소스 궁전을 떠날 시간이 된 것 같아.



그리스 신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남편을 둔 아내와 그 분의 남편은 참 행복해보였어.  



두 분은 참 복도 많지.




테세우스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하지?




우리는 왕의 길을 걸어 궁전 밖으로 나가기로 했어.



참 대단한 곳이었어.




역사의 현장을 직접 밟아보고, 많은 책을 읽어보고, 인생을 이만큼 살고 나니까 비로소 그리스 신화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어.



신화는 역사의 그림자야.




신화를 냉철하게 분석하면 잊혀지거나 숨겨진 역사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진실을 밝히는 것은 이런 글을 읽어보는 분들에게, 어리바리하기 그지 없는 내가 내어드리는 과제가 되겠지.



나는 나름대로의 가설을 가지고 있어. 다만 내가 역사학자가 아니므로 정말 가까운 사람들에게 재미삼아 내가 세워둔 가설을 이야기만 하는 중이지.



그게 뭐냐고?



만나면 이야기해 줄게. 오늘은 여기까지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