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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9 유럽-동남부:발칸반도 여러나라(完

크레타의 이라클리온에 도착하다

by 깜쌤 2019. 12. 16.


22년 전에는 저 회사 배를 탔었어. 그때도 피레우스에서 이라클리온으로 갔었지.



 피레우스 항구 바다가 석양에 물들면서 드디어 호머가 읊었다는 그 유명한 포도주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어.



배들은 그런 바다를 헤치고 목적지를 향해 하나씩 출항하기 시작했어.



저 여성은 갑판 위에서 시간을 보내려나봐. 그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이었는지는 한밤중이 되기도 전에 저절로 알게 될건데....



추위에 버틸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갑판에서 시간을 보내도 돼. 그렇지 않다면 적당한 선에서 자기자신과 타협하고 실내로 들어가는게 좋을 거야.



살라미스 섬이지. 고대 세계사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섬이야. 


 

우린 캐빈으로 돌아갔어. 객실 안 화장실도 마음에 들었어. 물론 샤워실을 겸하고 있지. 종일 걸었더니 피곤했기에 침대에 눕자마자 쉽게 잠들 수 있었어.



2019년 5월 22일 수요일 아침이야. 벌써 24일째 날이야. 아침에 눈을 뜨자 곧 갑판으로 나갔어. 크레타 섬이 오른쪽에서 옆으로 길게 누워있더라고.



먼산 봉우리에는 흰눈이 가득했어. 5월 에게해에서 눈구경을 하는 셈이지.



뱃머리쪽으로 해가 돋고있었어.




뒤쪽으로는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가 아침 하늘을 흐리게 만들고 있었지.




바닷가 해안 절벽 위에 하얀 집들이 목화송이처럼 박혀 있었어. 



 크레타에는 큰 항구도 세개나 있고 비행장도 두군데나 있다고 해. 그러니까 지중해에 뜬 거대한 항공모함 구실을 하는 섬이라고 보면 돼.



 

그리스로 봐서는 황금알을 낳는 보물 덩어리인 셈이야.



7시 25분경에는 배낭을 메고 리셉션 앞 로비에 가서 하선 순서를 기다렸어.



이내 다른 승객들도 모여들어서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어.



Deck 5를 표시한 곳에 프로필라이아라는 말이 보였어. 아테네의 아크로포릴스 언덕 입구에도 그런 말이 있었잖아? 그렇다면 '손님을 마중하는 곳'이나 '현관'이라는 의미와 통하지 않을까 싶어.



7시 45분이 되어서야 하선 허락이 떨어졌어. 드디어 크레타 섬에 도착한 거지.



우리를 태우고 온 '크노소스 궁전'호를 뒤로 남겨두고 육지에 발을 디디게 되었어. 우리들의 오늘 첫 방문지는 크노소스 궁전이 될 거야.  



섬이 많은 그리스답게 해운회사들도 많았어. 페리들은 하나같이 대형이었지. 하이스피드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쾌속선인 모양이야.



이젠 호텔을 찾아가야지.



이륙한 비행기가 고도를 높이고 있었어. 크노소스 궁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버스도 마구 토해내고 있었어.



부두 밖으로 나왔어.



우린 항구에서 가까운 호텔을 예약해두었어.




그러니까 부두밖으로 난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거야. 고속선이 다양하게 운행되고 있는 것 같았어.



우리가 예약해둔 곳은 레나 Lena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호텔이었어.



네오리아 베치(Neoria Vechi)라는 이름을 가진 옛 건물이 나타났어. 갤리선이 주축이었던 베네치아 함대가 사용해야 할 무기고였을 가능성이 높아.



베네치아라면 당연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베니스를 말해. 중세시대의 베네치아는 지중해 세계의 강국이었어. 오늘날의 싱가포르와 같은 역할을 했던 도시국가였다고 생각하면 대강이나마 맞게 이해한 걸거야. 



 이라클리온 항구에는 베네치아인들이 만들어둔 부두와 요새도 있어. 



 해양강국이었던 베네치아가 기를 쓰고 차지하려고 했던 영토가 크레타였어. 



 요새가 보이지? 나중에 크레타 섬은 오스만 투르크에게 넘어가지.



오스만 투르크는 가혹하게 섬을 착취했어. 어떤 이들은 평화롭게 지배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강변에 지나지 않는 말이야. 이슬람교를 숭상했던 오스만 투르크가 그리스 정교를 믿어왔던 그리스인들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지배했다고 이야기한다면 그건 왜놈들이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를 평화롭게 다스렸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지.  




레나 호텔에 도착했어. 호텔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민박 수준을 조금 높인 호텔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대신 아늑한 분위기를 가진 그리스인 가정에 묵는다는 느낌을 주었어.




로비에는 1985년경에 이라클리온을 찍은 사진이 걸려있었어. 주인은 나이가 들었어도 키가 큰 멋쟁이 신사였어. 베네치아 요새가 멋지게 나타나있어.



아래쪽은 옛날 항구이고 위쪽은 오늘날의 항구일 거야.



아침 식사는 8시부터 된다고 해. 미리 예약을 해야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어. 그러길래 우린 서둘러 외출하기로 했어. 나중에 알고보니 레나호텔 부근에 영국 영사관이 있더라고.



골목으로 나갔어. 여기 아침은 늦게 시작되는 것 같아.




호텔에서 조금 걸어나가자 큰길이 나왔어.



조금 더 걸어올라가자 아기오스 티토스 예배당이 나타났어. 그냥 눈길만 슬쩍 던져주고는 식당을 찾아 시선을 돌렸어.



호텔 부근에 공원이 있더라고. 공원이니까 당연히 분위기 좋은 식당이 있어야하지 않겠어?



잘생긴 미남이 운영하는 가게였는데 나는 팬케이크를 주문했어.



아침인데다가 공원이어서 그런지 주변 분위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었어.  



주인장 발걸음도 가벼웠고 말야.



에스프레소 한잔을 가볍게 곁들였어. 초콜릿도 하나 가져다 주더라고.



내가 주문한 팬케이크야. 팬케익 위에 여러가지를 올렸더라고.



다른 사람들이 주문한게 더 맛있어 보였어. 그러고보면 나도 심보가 조금은 고약한 녀석임이 틀림없어.  



감자튀김을 곁들인 샌드위치도 괜찮아보였어. 나는 팬케이크도 남길 수밖에 없어서 일행 분들에게 나누어 드렸어. 나이가 들면서 먹는 양이 확실히 줄어든 것 같아. 


 

식사를 끝냈으니 이젠 출발해야지. 첫번째 목표는 크노소스 궁전이야.



시내에서 5킬로미터 정도 거리밖에 안되니 걸어가기로 했어. 내가 걸어가자고 부추기고 꼬드긴거나 마찬가지지.



걸어가며 도시 분위기도 살피고 교외 풍경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싶었어. 결국 나때문에 다른 분들이 고생한 셈이지.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