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돌아온 나는 우리 팀 멤버들을 만나서 확인을 한 뒤 배낭을 찾아서 메고 지하철을 향해 걸었어. 그때가 오후 5시 40분 경이었어. 오모니아 광장 지하철 역에서 표를 샀어. 자동판매기에 영어가 나오므로 표구하기는 쉬웠어.
아테네의 외항격인 피레우스(=피라에우스, 피레아스)까지는 지하철이 연결 돼. 오모니아 역에서 얼마 안가면 지하철이 지상으로 나가게 되니 지상철이라고 해야 되는가?
지하철은 상당히 낡았어.
지상철이 되는 순간부터는 초라한 모습의 아테네 변두리가 나타날 거야. 여기가 과연 아테네가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지.
아참, 피레우스 항구로 연결되는 지하철은 1번 노선이야. 그리스의 실상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해. 지하철 안은 엄청 복잡했는데 운좋게도 그 다음 역에서 앉을 수 있었어.
우리나라의 지하철 모습만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시설이나 서비스면에서 약간은 실망스럽기도 할 거야. 하지만 1호선이니 공사한지가 오래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한 이십여분 정도만 가면 이내 목적지에 도착해.
지하철에서 내린 우리들은 출구를 향해 걸었어.
종점인 피레우스 역은 전통적인 유럽 기차역의 모습을 하고 있었어.
집찰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표를 끝까지 가지고 있어야해. 지하철 안에 버리고 왔다면 약간 곤란해질 수 있어.
피레우스 기차역을 나오면 곧 항구야. 페리를 탈 생각이라면 잠시만 걸어가면 돼.
돌아올 경우를 생각해서 기차역 모습을 찍어두었어.
도로 하나를 건너고나니까 곧 항구였어.
부두에는 대형 페리들이 정박해 있었어. 해운사 별로 정박 위치가 다른 것 같았어. 우리는 크노소스 팰리스 회사의 배표를 구해두었는데 부두에 배가 안보이는거야.
배표에 선착장 위치(게이트 위치)가 표시되어 있으므로 찾아가면 돼. 그러니까 어려울 게 없다는 말이지. 우리가 탈 배는 E2에서 대기중이어서 그런지 제법 멀리 떨어져 있더라고.
크노소스 팰리스 호를 찾아냈어.
가운데 통로로는 자동차들이 드나들고 사람들은 한쪽 통로를 사용하더라고.
이제 배 안으로 들어가야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어.
내가 들어가야할 방은 5007인데 리셉션에서 7층이라고 말해주어서 조금 헛수고를 해야만 했지.
5층에 있는 4인용 캐빈이었는데 우리들 세사람뿐이어서 모두들 만족해했어.
나는 2층이었어. 캐빈 안 실내 화장실도 깨끗했어. 이동비 더하기 숙박비라고 생각하면 요금 65유로는 비싼게 아니라고 생각해.
출항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라도 갑판에 올라가야겠지.
우리는 갑판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어. 1997년 일기장을 찾아서 확인해보았더니 그때는 ANEK사의 레팀논 호를 탄 것으로 되어 있더라고. 당시 요금은 6,100 드라크마였어. 1달러가 약 285 드라크마 하던 시절이었으니 갑판석 요금이 약 2만 4천원 정도 되었으려나?
그때 배를 탔던 날이 7월 31일 목요일이었어. 행선지는 지금처럼 크레타 섬의 이라클리온이었어.
그때만 해도 젊었었지. 22년 전이었으니까....
8층 카페에서 피자 한조각과 콜라 한 병을 사와서 저녁을 대신했어.
오늘은 배안에서 밤을 지새워야 해.
저녁놀이 번져가기 시작했어.
나는 갑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방 경치를 살폈어.
우리 배가 정박해있는 바로 옆에 거대한 창고 같은 건물이 보였는데 벽면에 인상적인 글이 적혀있었어.
2021년은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가 승리한지 2,500년이 된다는 거였어.
도시국가들의 연합체에 불과했던 그리스군이 당시 서방 세계 최대의 강국이었던 페르시아 제국 함대와 살라미스 섬을 낀 바다에서 역사적인 한판을 벌였던 게 살라미스 해전 아니던가?
말 그대로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던 해전이었지.
오후 8시 47분이 되어서야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사진 가운데 우뚝 솟은 작은 봉우리가 리카비토스 언덕이야.
부두에는 대형 페리들이 즐비했어. 역시 해운강국 그리스다운 풍경이었어.
저녁놀이 바다까지 물들여주었어.
리카비토스 언덕과 아크로폴리스를 뒤로 남겨두고 배가 항구를 떠나기 시작한 거야.
안녕 아테네!
내 평생에 한번 더 올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항구를 벗어나면 오른쪽에 살라미스 섬이 보일 거야.
테미스토클레스가 아테네를 다스리던 시절, 피레우스에서부터 아테네 시가까지 폭 100 미터가 조금 넘는 도로를 만들고 길 양쪽으로 거대한 성벽을 쌓았다고 해.
아테네의 가상적국이었던 스파르타가 이 사실을 알고 줄기차게 반대를 했었지. 하지만 아테네인들은 그런 엄청난 공사를 해치운 거야. 직선으로 이루어진 거리만 6킬로미터가 넘었다는 대공사였는데 말이야. 길 양쪽으로 성벽을 쌓았으니 벽체 길이만 12킬로미터가 넘었지.
그게 아테네의 국력이었던 거야. 그런 아테네를 뒤로 남겨두고 우리가 탄 배는 출발하기 시작한 거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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