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막이나 금강마을(금광 2리)이 이쪽으로 옮겨왔다고 들었어.
나는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달렸어. 어쩌면 내 기억속에 잠들어 있는 분들이 이 마을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래봐야 극소수이겠지만 말이지.
나는 자전거를 세웠어.
이제 저 다리를 건너서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까지 걸어서 가볼 거야.
중앙선 철교가 있던 자리도 물에 잠겨버렸어.
구경 온 사람들이 경치가 정말 좋다는 소리를 연발하고 있었어.
여기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 눈에는 경치 좋은 것만 보일 거야.
사방에 물이 가득한데다가 단풍까지 들고 있었거든.
여기에 있던 아주 짧은 터널에도 물이 들어차버렸어.
멀리 산이 깎여나간 곳 밑에 평은역과 구마이 마을이 있었지.
나는 다리를 건너갔어. 가자골 뒷산으로 가보려는 거야. 초등학교 다닐 때 이 골짜기 이름을 가자골로 들었는데 맞는지 모르겠어.
가자골이니 금강 마을이니 하는 말들은 이젠 잊혀진 단어에 지나지 않아.
내가 기억하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천국에도 있을까?
죽은 뒤에 천국에 간다면 닮은 지형이 있는지 꼭 찾아보고 싶어.
지구 위에서는 이제 찾아낼 길이 없지 않겠어?
영주댐 부근에서 출발한 배 한척이 금강마을을 지나 내가 서있는 곳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어.
가자골 뒷산으로 이어지는 두번째 다리가 발밑에 나타났어.
나는 다리를 건넜어.
송리원 철교가 있던 곳으로 배가 지나갔어. 잠시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지.
포털 사이트 DAUM에서 컴퓨터로 이 글을 볼 경우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확대되어 다시 뜰 거야. 2008년에 항공촬영했던 지도를 불러내서 가공한 거야. 지금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지.
1 : 미림 마을 2 : 완공된 영주댐 위치
3 : 평은역 이설 지점 및 가자골 위치 4 : 철거된 송리원 철교 부근 및 현재 나의 위치
5 : 금광 2리 (금강 마을 ) 6 : 옛 평은역 및 철도관사 마을(구마이 마을)
7 : 동막 마을 8 : 옛 평은 초등학교 위치
오른쪽 산 부근에 송리원 철교가 내성천을 가로 질러 있었지만 그것도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어.
모든 게 꿈만 같아.
그래, 맞아. 사는 게 꿈이었어.
멀리 육중한 둑처럼 버티고 서 있는게 영주댐이야.
2019년 가을에 다시 담수를 하는 지금, 이젠 녹차 라떼라는 소리를 안들어야하는데....
여기 공식 이름이 영주호 용마루 공원이라는 사실을 이제 알았어.
방금 내가 건너온 다리야.
나는 내성천 아름다운 물줄기가 언제까지 그대로 남아있을 줄로만 생각했어.
그랬기에 은퇴하면 내성천 가에 오두막 하나 구해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버텨왔었지.
그런 소박한 꿈도 이젠 개꿈이 되어버렸어.
가을이 깊어가고 있더라고.
가자골 뒷산마루에 서보았어.
맞은 편 저 골짜기 꼭대기 부근이 왕머리 마을일 거야.
공민왕이 안동으로 피난가는 길에 잠시 머물렀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동네지.
산불 진화를 위한 소화장비인가봐.
산봉우리 끝까지 걸어갔더니 역건물이 나타나는 거야.
예전의 바로 그 건물일까? 겉 모습이 비슷하긴 한데....
옛날 사진을 보았어.
안내판에는 이전해서 복원했다고 되어 있었어.
역건물이 여기에 올라와 있다니....
산이 깎여나간 그곳에 머물러 있어야 할 건물이 이곳에 옮겨져 있다니 할말을 잃어버렸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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