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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울진에서 영덕까지 8

by 깜쌤 2019. 10. 16.


요즘은 시골이라고해도 시설들이 깔끔하고 좋아진 것 같아.



바닷가 공터에서 고추를 말리고 있었어. 바닷가에 농사지을 작은 텃밭이 있다는 것은 큰 복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지.



작은 공간을 이용해서 조형물을 만들어두었더라고.



울진 대게와 뱃사람들....



저런 규모의 무동력선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면 목숨은 하늘에 맡긴 것이나 마찬가지일 거야.



모퉁이를 돌았더니 후포등대와 등기산 스카이워크 시설물이 나타났어.



후포는 <백년손님>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잖아? 텔레비전 화면을 우연히 잠깐 보고 알게 된 사실이야.



모래밭에 앉아있던 갈매기들이 나를 보고는 슬금슬금 도망치는 거야. 자잘하게 찍힌 발자국들이 보이는지 모르겠어.



해변이 정말 깨끗했어.



후포항구에 다 온 거야.



신발을 벗어두고 모래밭으로 가보았어. 이런 모래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들을 보면 경이롭다는 생각부터 들어.



나는 동네 쉼터에 올라가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어.



그런뒤 자전거에 올라 등기산 스카이워크로 향했어.



그냥 통과하려다가 지금 아니면 언제 올라갈 수 있을까 싶어 자전거를 세운 거지.



산에 오르는 것은 무료였어.



시설들이 그럴듯 하더라고.



해안도로 위로 스카이워크가 뻗어 있었어.



작은 동산 위에 방부목을 깔고 휴식 공간을 만들어두었어.



신경림 시인의 시가 바위에 새겨져 있었어. 이 시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있다고 들었어. 물론 우리 학창시절에는 없었지.



시의 내용이 궁금하지? 소개해 볼까?




        동해바다 -후포에서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멧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잦아지고 굳어지나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다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새겨 들으라고 작심하고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어.



나는 후포항구를 지나 바닷가를 따라 계속 내려갈거야.



스카이 워크로 나가보지는 않았어.



아까 내가 갈매기를 만났던 모래와 대게 조형물이 있던 해변을 살펴보았어.



바다를 바라보는 모녀의 모습이 너무 좋았기에 모두들 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마구 일었어.



산에서 내려와 자전거에 다시 오른 나는 후포 항구를 왼쪽 옆으로 끼고 달렸어.



여기서부터는 작년 봄에 걸어갔던 기억이 있어.




작년에는 걸어서 내려갔지만 이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거지. 



마침내 울진군을 벗어나 영덕군 병곡면으로 들어섰어. 금곡교회 앞을 지났어. 이 교회에는 나와 얽힌 사연이 많은 곳이야.





예전 금곡초등학교 옆 개울에는 은어가 올라왔었지.



학교에는 아이들 그림자조차 사라져버렸어.



운동장에는 풀이 가득했어. 나는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했어.



영덕군 병곡면 금곡리를 지난 뒤에는 백석리 앞 도로를 달려나갔어.



고개마루에 올라섰어. 영덕까지 23킬로미터가 남았더라고. 나는 슬슬 고민하기 시작했어.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