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9 유럽-동남부:발칸반도 여러나라(完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났다

by 깜쌤 2019. 11. 13.


우리가 묵으려고 예약해두었던 곳은 호텔 유로파였어. 제일 싼 방이 25유로라고 표시를 해두었어. 아마도 일인당 가격이겠지.


 

카운터의 아줌마는 영어가 통하지 않았어. 할 수 없이 전화기를 통해 어떤 아가씨와 통화를 해서 예약한 손님임을 밝히고 그런 뒤에 방을 배정 받았어. 방 두개를 이틀 사용하는데 220유로니까 하루에 110유로인 셈이지. 그렇다면 한사람당 하루 22.5유로가 되는 셈이었어.


 

그 정도 요금에 좋은 방을 차지하기는 무리겠지? 우린 골목길에 면한 방을 배정받았어.



침구는 싸구려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한물간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벽에 달려 있었어.



그래도 발코니가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바로 맞은 편 아래층이 나이트 클럽같았어. 그날 밤은 밤새 기성(奇聲)과 교성(巧聲), 괴성에다가 소음에 시달려야 했어. 


 

발코니에서 바라본 골목길이지. 외환위기를 맞아 휘청거리는 그리스 경제상태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ㄱ장로와 함께 외출을 나갔어. 아테네로 가는 기차표를 확인해 보고 싶었던 거야.



1층 카운터의 모습이야. 거기에서 파키스탄 청년 몇을 만났어. 그들은 싸구려 방을 구하려고 하는데 방이 없었던 거야. 슬픈 표정을 지으며 나가더라고. 주말이어서 정말로 방이 다 나가버렸는지 아니면 그들이 파키스탄 출신이기 때문에 주인이 '풀(Full)'이라고 했는지는 나도 구별할 길이 없어.



테살로니키는 해변을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야. 해안과 평행으로 뻗은 간선도로 몇개를 중심으로 발달했다고 보면 돼.



ㄱ장로와 나는 에그나티아(=에그나시아, 이그나시아)거리를 따라 걸었어. 우리가 묵는 호텔 부근에 큰 도로가 있는데 그게 바로 에그나시아 가로였거든.


 

그 도로가 테살로니키 기차역으로 연결되는 거야. 그런데 길거리에 왜 이렇게 영어가 빈약한 건지 모르겠네. 자기 나라 문자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지나친 자부심 때문일까?



도시 전체의 분위기는 후줄근했어. 그런 후줄근함이 테살로니키 전체를 감고 있는 것 같았어.



테살로니키 기차역까지는 약 20분 정도면 걸으면 되는 거리였어.



처음에는 버스 매표소에 들어갔다가 어딘가 수상한 분위기를 느꼈기에 기차표 창구가 아님을 눈치채고 찾아서 옮겨갔어.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었더니 경찰이 다가와서 실내에서의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고 알려주더라고. 우리가 동양인인데다가 나이가 든 사람으로 보였는지 그 정도로 무난히 넘어갔어.



유럽은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았어. 증오와 불신, 협박과 감시가 가득찬 사회는 지옥 아니겠어? 한때는 번영의 상징이었던 홍콩도 이제는 그런 식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 이틀 뒤, 그러니까 5월 20일 월요일 아침 9시 15분에 아테네를 향해 출발하는 기차표를 구했어. 아테네까지는 4시간이 소요되는데 하루에 6번 있더라고.


● 테살로니키 출발,  아테네 행 기차

 06.27        09.15      12.15       15.15      18.15      23.50    요금은 45.4유로였음


● 아테네 출발,  테살로니키 행 기차

 06.22       09.22       12.22       15.22      18.22      23.50     

 

2019년 5월 현재임



호텔로 돌아오다가 길거리 카페에 들어가서 앞뒤 생각없이 덜컥 그리스 스타일 커피를 주문했어. 나는 에스프레소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커피가루에다가 뜨거운 물을 부어서 가져온 거야. 맛이 너무 진하고 쓰고 거기다가 텁텁하기까지 했어. 현지 사정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자의 최후를 맞이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 커피 한잔에 1유로였었나?


  

호텔에 돌아와서는 쉬고 있던 일행과 저녁 식사겸 외출을 하기로 했어. 바닷가로 이어지는 골목을 따라 갔는데 그게 최상의 선택이었음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



우리는 골목길에 있는 수블라끼 집에 놓여있는 야외 탁자에 앉았어.



맞은 편에는 젊은이 두명이 드럼통에다가 예술을 입히고 있더라고. 우리 꼰대들이 보기엔 낙서지만 그들이 보기에는 고상한 예술행위가 되겠지.



수블라키 피타에 대해 말로 하는 것보다는 사진을 보여드리는게 빠르겠지? 이 집에서는 가정식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어. 숫자는 가격을 의미하지. 단위는 당연히 유로야.



이 집 홈메이드 수블라키 하나에 2.7유로가 기본인 것 같았어.



나는 수블라키 피타(= 삐따) 하나와 제로 콜라 한병을 주문했어. 도합 4.2유로였어. 이런 음식은 그동안 자주 먹어보았기에 그리 새롭지도 않았어.



저녁을 해결했으니 이젠 바닷가로 나가야겠지? 골목 식당에는 사람들로 가득가득했어.




외환위기를 맞았어도 그리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관광지야.



그러니 사람들로 넘쳐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니겠어?



잘 알다시피 테살로니키는 항구 도시야.



인구도 75만을 넘어서고 있다니까 제법 큰 도시지. 그리스에서는 수도인 아테네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해.



해변에는 젊은이들로 가득했어. 약간 들뜬 분위기였지만 평온했어.



석양에 에게해와 하늘이 물들어가고 있었어.



바닷가에 면한 길이 니키스라는 이름을 가진 도로야.



테살로니키에 왔으면 니키스 거리는 반드시 한번 정도는 걸어주어야하는게 예의일 거야. 그래야 이 도시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거든.



낚시를 즐기는 노인들이 많았어.



벤치에 앉아서 망중한을 즐기는 노인들도 꽤나 있더라고. 그렇게 니키스 거리를 따라 걷다가 아리스토텔레스 광장까지 간 거야.



바로 여기지. 아리스토텔레스 광장!



이제 횡단보도를 건너가야하지 않겠어? 차들이 워낙 많으니까 신경을 써야만 했어.



해는 지고 서쪽 하늘은 벌겋게 물들어가고 있는데....



산책객들은 해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나는 광장 여기저기를 살펴보았어. 누구를 찾기 위해서였지.



그게 누구냐고? 바로 이 사람이야. 아리스토텔레스!



그가 왜 여기 있는 거냐고? 테살로니키에서 가까운 곳에 마케도니아 왕국의 수도였던 펠라가 있어.



펠라를 근거지로 했던 마케도니아 왕국의 지배자 필리포스 2세 왕은 혈기 넘치는 아들을 잘 가르쳐달라는 의미에서 위대한 철학자 한사람을 모셔왔어.


 

그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야.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자기 자식 교육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기본인 것 같아.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지구 동쪽 어떤 나라에는 자기 조국을 엄청 사랑해서 개천에서 용이 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남의 자식을 가재나 붕어 정도가 되어도 문제없다는 식으로 쳐다본 인간도 있다는데...



아리스토텔레스 광장을 둘러 본 뒤 나는 호텔을 향해 걸었어.



광장 부근이 테살로니키 최고의 번화가인 거야.




거리의 악사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어. 취미로 하는 것인지 생계수단으로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양반이나 나나 모두 구정물 흐르는 도랑물의 붕어나 가재 신세지.



이런 삼류 여행기 속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나도 참 웃기는 인간이지. 모자라도 너무 모자라기 때문일 거야.



교육에 관한 이야기라면 나도 한이 맺힌 사람이야.




속마음으로만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호텔로 돌아왔어.



장거리 이동을 한 날이니까 빨리 쉬는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어. 발코니에 나가서 골목을 살펴보았어. 모든게 흐릿해지더라고. 그렇게 하루가 갔던 거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