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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울진에서 영덕까지 6

by 깜쌤 2019. 10. 9.


죽변등대에 눈길 한번 던져주고 밑으로 걸어내려갔어.



자전거 안장에 올라서는 천천히 달렸지. 죽변항에 정박중인 어선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하릴없이 멍하게 앉아있었고......



울진항을 향해 내달렸어.



대게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해변을 장식하고 있었어. 사실 말이지 영덕 바다나 울진 바다나 거기가 거기지만 상표 권리면에서는 먼저 선점한 쪽이 득세하는 법이잖아? 그런 면에서 보면 울진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는 어디서나 예외없이 모래가 쌓이는 것 같아.



신나게 내달려서 울진읍으로 넘어왔어. 중간에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하려다가 참았어. 드립커피 가게도 있었지만 굳이 들어가보려고 하지 않았어.


 

저녁은 횟밥을 먹었어. 잘 하는 데가 있다면서 안내를 해주시더라고. 내가 대접해야 하는데 기어이 막으시는 거야. 배불리 먹고 왔으니 대금 연주 한곡조 청해 들어야하지 않겠어? 


 

나를 초청해주신 ㄱ집사님은 선비야. 인품도 훌륭한데다가 대금 연주에 일가견이 있지. 좋은 사람과 그렇게 멋있는 하루를 보냈어.

 


9월 18일 수요일 아침이 밝았어. ㄱ집사님이 잠 안 올때 보라고 주신 책을 뒤적거렸어. 이런 종류의 책에는 정신없이 빠져들지. 사실 재미도 엄청 있더라고. 돌아와서는 이 책을 빌리러 경주시립도서관에 몇 번이나 갔는데 빌리질 못했어.


 

아침을 준비해주셨어.



그동안 나는 짐을 챙겼어. 울진에서 이틀을 잤으니 오늘은 영덕까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내려갈 생각이었어.



후라이드 에그와 빵, 그리고 과일로 아침을 때웠어.



엊저녁 ㄱ집사님 직장에 세워둔 자전거에 올랐어. 작별 인사를 나누고 남쪽을 향해 달리는 거지. 울진 시장을 지났어. 카카오맵으로 거리를 측정해보았더니 오늘 달려야 할 거리가 대략 90킬로미터 정도였어.



제1 목표를 영덕으로 잡은 것은 거기까지 가야 경주로 내려가는 기차를 탈 수 있다는 것이었어. 워낙 저질 체력인지라 힘에 부치면 영해까지라도 갈 생각이었어. 영해까지는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릴 경우 약 70킬로미터 정도 될 것 같았어.



남대천을 지나고 왕피천을 지나쳤어.



울진은 참 아름다운 곳이었어.



나는 망양정 해수욕장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 바닷가 도로를 이용할 생각이었지.



아침 햇살이 자잘하게 부서져내렸어. 이런 경치를 감상해가며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을 잡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니겠어?



자전거도로 표시가 선명했어. 이런 멋진 길을 두고 왜 다른 길을 달릴 생각을 했었지? 울진 영덕간 해변도로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아름답고 편하고 좋은 길이야.



천천히 달리면 보이는게 너무 많아. 빨리 가면 시간은 벌 수 있지. 대신 많은 것을 놓쳐야 해. 


 

인생도 그래. 인생길 살기는 살아나가기 나름이야.



바위 위 독야청청한 소나무가 되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초가 될 수도 있고, 누구나 다 선망하는 뛰어난 두뇌로 서울대 법대를 나온 최고의 학력과 잘 생긴 외모를 가지고도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  



어쩌면 그들 무리들은 나같은 사람들을 개 돼지나 붕어나 가재 정도로 알지도 몰라.


 

인생길의 진정한 승자는 돈과 권력과 그 잘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아닐 거야.



나는 신의 존재와 심판을 믿거든.



얼마나 달렸을까? 깨끗한 해변을 만났어.



제일 깨끗한 곳이었던 것 같아.



거기가 어디라고 안 밝히고 싶어. 아름답다고 조금만 소문나면 마구 몰려들어 엉망진창으로 만드는게 싫기 때문이야. 


 

사람 눈은 비슷한 것 같아. 해변에 멋진 숙소들이 있더라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어.



마을 쉼터 앞에 자전거를 세웠어.




간식을 먹고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화장실도 다녀와야 했고 말이야.



ㄱ집사님이 챙겨주신 전과 주전부리를 꺼냈어. 꿀맛이었어. 집안 제사가 없는 분이지만 명절이라고 부인께서 직접 만들어주셨던 것이라고 하면서 아침에 챙겨주셨던 거야.



한 이십여분 쉬고 난 뒤에 다시 출발했어.



바람없는 날이었기에 약간의 더위를 느꼈지만 나에게는 너무 쾌적한 날로 여겨졌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모래 깔린 실개천을 찾아냈어. 나는 모래강을 만나면 엄청난 매력을 느껴. 자전거를 세우고 한참을 바라보았어.



바닷가에서 그물을 터는 어부들을 만났어.



바닷가 학교에 근무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그물도 항상 손을 보고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는 거야.



어부는 바다에 나가지 않는 날이라고 해서 쉬고 잠자고 노는게 아니더라고. 어장을 둘러보고 그물을 손봐야 하는 것이지. 세상일에 쉬운 것도 없고 더구나 공짜는 없다는 게 진리야.



망양 휴게소까지 내려왔어. 이 부근에서 자전거도로와 7번 국도와 마주치더라고.



나는 소음이 싫어. 많은 사람이 복닥거리는 것도 그리 안 좋아해. 스스로 생각해봐도 별스러운 성격을 지녔기에 문제가 정말 많은 사람이란 걸 깨닫고 있어.



바다가 잔잔했어.



나는 어지간하면 바닷가로만 달릴 생각이야.



바닷가로 이어진 길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두근거렸어.



나는 다시 안장에 올라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어.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