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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9 유럽-동남부:발칸반도 여러나라(完

환상적인 산을 오르며 두브로브니크를 살폈다 1

by 깜쌤 2019. 10. 1.


산으로 오르는 비탈길은 지그재그로 나있었어.



야생화가 여기저기 널려있었어.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기 편하도록 잘 다듬어 둔 그런 길이었어.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길 모퉁이마다 조각판을 세워두었더라고.



이를 테면 이런 식이었는데 두세번 마주치고나니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되더라고. 왼쪽 사나이의 옷차림을 보면 고대 로마인들의 정장이었던 토가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오른쪽 사나이는 두손을 모은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데 하체만 가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토가를 입은 남자의 노예이거나 부하가 아닐까?




모퉁이에서 잠시 쉬기도 했어. 그들도 대화를 나누는데 우리도 끼어들어야하지 않겠어?



이젠 이 청동부조가 암시하는 내용들을 짐작할 수 있겠지?


 

스르지 언덕에 급히 오를 일이 있을까? 우린 천천히 걸었어. 그런데 말이지, 이 정도면 언덕이라기보다 산이라고 해야겠지? 이제부터는 산이라고 불러줄게.


  

다듬은 돌로 쌓은 길에 돌멩이들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어.



몇번이나 소개한대로 이 노란색 꽃이 산비탈 길가에 또 등장하는게 아니겠어?



더 올라가다가 고개를 아래로 돌렸더니 마침내 두브로브니크 시가지가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는 거야.


시가지도 시가지지만 나는 지그재그로 이어진 돌투성이 길이 더 마음에 들었어. 이란 출신의 세계적인 명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길이 생각났어.



그 분의 영화 속에는 올리브 나무들이 자주 등장했지만 여기 두브로브니크 스르지 산에는 엉겅퀴를 비롯해서 야생화들이 많았어.



내가 가진 카메라는 똑딱이지만 최대한 당겨서 찍어보았어.


 

올드타운 앞에 떠 있는 로크룸 섬도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어.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와 요새가 드디어 발밑에 흘끗 그 모습을 비춘거야.


 

어때?  이런 식으로 조금씩 보이다가 나중에는 그 전모를 다 드러내겠지.



아드리아해의 동쪽편은 누가봐도 다도해라고 할 수 있겠지? 서쪽에 해당하는 이탈리아 반도쪽은 해안선이 단조로워서 밋밋하다고 해.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서 오르는 것이라면 스르지 산을 천번이라도 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소나무 숲 위로 붉은 지붕을 가진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이 조금씩 나타난 거야.


 

그래! 바로 이 장면이야. 성벽으로 둘러쳐진 올드타운! 그곳이 두브로브니크 관광의 핵심이지.



이런 풍경을 놓치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어?



바다가 햇살아래 반짝이고 있었어.



길가에 우뚝 솟은 저 나무는 뭐지? 사이프러스 삼나무는 확실히 아니고....



어때?



이래도 쉬기에 편안하다고 게스트하우스에만 처박혀 있겠어?



사진속 제일 왼쪽 톡 튀어나온 절벽 위에 요새가 하나 보이지? 거기가 로브리예나츠 요새야. 어떤 이는 로브리에나 정도로 소리를 내기도 해.



크로아티아인들은 슬라브 계통의 사람들이야. 크로아티아 말로 떡갈나무를 두브라바 Dubrava 라고 한다는 거야. 거기에서 두브로브니크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해. 이 산에 예전에는 떡갈나무가 많았다는데 설마 이 나무가 떡갈나무는 아닐테지.



앞을 보랴, 위를 보랴, 뒤를 보랴, 여기를 보랴, 저기를 보랴, 정신차리기가 힘들 정도였어.



사방이 다 아름답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지.



아드리아 해안 풍광은 눈이 부실 정도였어.



높이 오를 수록 멀리 본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야. 


 

두브로브니크 전경을 보고 싶다면 스르지 산에 오를 일이야.



우린 이렇게 걸어오르지만 쉽게 오르는 방법도 당연히 존재하지.




그게 뭐냐고?



케이블카를 타는 거야.



마침내 그 유명한 올드타운의 항구와 그 앞에 떠 있는 섬까지 다 드러났어. 올드타운 앞에 있는 섬이 로크룸 섬이야. 섬안에는 수도원과 멋진 정원이 있다고 해.


 


산에 자라는 야생화 종류도 다양한 편이었어.


 

저 정도 성이라면 대포가 없던 시대에는 난공불락 아니겠어? 문제는 식량과 식수와 수비병 숫자 확보겠지. 


 

스르지 산에서는 높이 오를 수록 멋진 경치를 만날 수 있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만난 게 바로 이꽃이야.



이름? 당연히 모르지. 나는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았어.



마음을 뒤흔든 예쁜 소녀를 우연히 만난 수줍은 소년이, 소녀의 이름을 간절하게 알고 싶었지만 도저히 알 길이 없을 때처럼 그런 기분이 된거야.  



그러니 모르는게 낫지 않겠어?



몰라서 좋을 때도 있는 법이야.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자 도시가 한결 더 빛을 발하는듯 했어.



내가 사는 도시의 공무원과 정책 입안자들이 이런 모습을 직접 보고 느끼고 깨달았으면 좋겠어. 도시 색깔이 왜 필요한지 지붕 높이를 맞춘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어. 물론 높고 귀하신 분들이니까 당연히 먼저, 유명하다는 곳을 다 다녀가셨을 거야.


하지만 높은 양반들이 땀흘려가며 직접 거리를 걷고 산을 오르시겠어? 안목수준경륜은 절대로 그냥 생기는게 아냐.


나는 수십년 전부터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의 색깔과 상점 간판의 크기와 모양, 지붕 높이와 생김새와 색깔, 보도 블럭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귀담아 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 도리어 무시하고 멸시하기에 입을 다물어버린 거지. 그 후로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유명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사진과 동영상을 구해서 보여주며 이야기를 해준 거야. 그렇게 살았어.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