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9 유럽-동남부:발칸반도 여러나라(完

예쁜 마을 모스타르 3 - 다리와 카페

by 깜쌤 2019. 9. 19.


지난 사흘동안 글이 없었지? 경북의 최북단에 있는 울진에 갔었어. 울진 부근을 자전거로 슬금슬금 돌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는데 너무 아름다운 풍광에 홀려서 어찌할 바를 몰랐어. 마치 여기 모스타르처럼 말이지. 


  

모스타르를 상징하는 다리 부근에 서자마자 나는 무엇에 홀려버린 듯 했어.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다리가 다 있다는 말이지?


 

다리 입구에는 다락이 있는 돌문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어.



다리문 밖에는 동글동글한 돌로 바닥을 깐 골목이 이어지고 있었고 안쪽은 대리석으로 바닥을 깔았는데 오랜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채 반들거리고 있었어.



다리가 보이지? 모스타르를 상징하는 다리야. 모스타르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라는 나라를 구성하는 여러 개의 주 가운데 하나인 헤르체고비나네레트바 주의 주도야. 다리 밑으로는 네레트바 강이 흐르고 있지. 이 나라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도시라고 알려져 있어. 우리가 보기에는 그리 큰 도시도 아니지만 말야. 



스타리모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이 다리는 1566년에 건설되었다고 해. 1566년이라면 임진왜란이 끝나기 약 30여년 전의 일이야. 



다리 위에서 상류와 하류쪽 경치를 살펴보는 것도 빼놓지 못할 즐거움 가운데 하나지.



다리가 건설될 당시 이곳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영토였다고 해. 1993년의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에 이 다리가 파괴되었다고해. 그렇게 파괴되었던 다리를 다시 복구시켜놓은 거지.



보기에는 평화롭게 보여도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할 거야. 이 도시에는 크로아티아인들이 제법 거주하거든. 세르비아인들이 아닌 크로아티아인 말이야. 모스타르를 근거지로 하는 축구 클럽도 두개로 나뉘어져 있어서 보스니아인들과 크로아티아인들이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한다고 들었어. 



슬픈 일이지. 이 아름다운 곳에 보이지 않는 인종적인 분단과 신앙적인 구분이 존재하는거야.



그런 다름과 구분과 차이가 증오를 만들어내고 극한 상황속에서는 잔인한 살륙으로 나타나잖아? 그래서 나는 편가르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거야.



다리 위 제일 볼록한 곳에 서서 맞은 편을 살펴보았어.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많았어.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서 셔터를 눌렀어. 복닥거리는 것도 싫으니까 말야. 싫은게 뭐 그리 많으냐고 핀잔을 주고 싶지?  



내 자신이 괴팍한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 조용함과 깨끗함과 품위를 좋아한다는 것 뿐이야.  



사람들 틈에서 아침에 헤어진 우리 일행을 만났어. 너무 반갑더라고.



다리 건너편 골목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였어. 이쪽은 잠시 아껴두었다가 따로 구경하기로 마음먹었어.



그래서 우리 일행들을 모시고 아까 봐두었던 매력적인 커피숍을 다시 찾아간 거지.



오스만 투르크 스타일로 실내를 장식한 가게였어. 그런 것을 구별할 수 있느냐고 묻고 싶지? 난 그정도는 구별할 수 있어. 정원도 일본식, 한국식, 중국식 정도는 구별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지게 되었어. 오랜 여행 덕분이야. 내가 잘나서 그런건 절대 아니지.  



커피를 주문해두고 잠시 바깥으로 나가보았어. 파스텔 색깔로 칠한 강변의 집들이 강 건너 맞은 편에 나타났어.



강물은 청록색이었어. 그래서 그런지 맑고 깊고 깨끗한 느낌을 주었어.



물색깔로 보아 수심이 아주 깊을 것이라고 짐작했어. 아치형으로 걸린 다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어.

관광객들이 돈을 모아주면 저 다리 위에서 강물을 향해 다이빙을 하거나 뛰어내리는 청년이 있다고 들었어.


강변쪽으로도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비가 오는 날이어서 앉을 형편이 아니었어. 원래는 이런 자리에 앉아야하는데 말이지.



다시 안으로 들어와서 안쪽 분위기를 세밀하게 살펴보았어. 벽에 걸린 표주박과 재봉틀 받침대에 붙은 다리가 동양적인 멋을 풍겨주고 있었어.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서까래가 드러난 낮은 지붕도 정감을 살려주었지.



문간에는 아가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어. 그녀의 매력적인 얼굴은 조금 뒤에 소개해줄게.



돌로 된 벽을 그대로 살리고 동양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액자를 걸어두었어. 얼핏 보면 창문같지?



천박하지 않은 골동품들을 여기저기 숨겨놓은 것처럼 배치를 했어. 



 

주인의 모습이야. 중년으로 보였는데 출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아가씨와는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졌어.



벽에 걸어둔 표주박에  눈길이 자주 갔어. 유럽에서 이런 장식품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어. 뜨거운 물도 조금 부탁했었어.



크레마가 가득 뜬 에스프레소 한잔을 아껴가며 마셨어. 서양인들 숯불 다리미는 이렇게 생겼던가 봐.



주인은 이슬람교를 믿는 보스니아인일 것 같았어.



느낌이 그랬다는 것이지 절대적인것은 아니야.



비가 오락가락 하는날, 낯선 나라에서 경치좋은 강가 찻집에 앉아....  참 진부한 표현이지? 흔해빠지고 낡아빠진 표현이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생각만 떠오를 뿐이었어. 한참을 쉬다가 일어났어.



아가씨와도 작별 인사를 나누었어. 그녀의 옷차림을 보면서 크로아티아인은 아닐 것이라는 짐작을 한거지. 



 

인종과 종교를 가지고 구분하고 살륙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아기를 등에 짊어진 젊은 아빠가 가게 종업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저런 모습은 참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어.



우린 다시 다리로 통하는 골목으로 걸어갔어.



그리곤 일행과 헤어졌어. 이따 오후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말야.



나는 다리가 보이는 곳으로 다시 다가갔어.



다리를 볼 때마다 왜 그렇게 애잔함을 느껴야하는지 몰라.



강물은 나그네의 까닭 모를 진한 슬픔을 안고 마냥 흐르고 있었을 뿐이고.....  비는 계속 내리고 말이지.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