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는 신비탈을 따라 위로 이어지고 있었어.
전망대부근에 관리사무소 비슷한 곳이 있더라고.
안내판에 있었던 그림이었던가? 예전의 스플리트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진 것을 보았어.
산책로를 걸었어. 비는 계속 오는데.....
산책로가에 심겨져있는게 용설란 맞지?
산책로를 따라 어느 정도 올라가자 돌로 만든 작은 예배당이 나를 맞아주었어. 돌로 된 종탑이 특이하지?
누구였을까? 이런 언덕에 예배당을 만들 생각을 한 사람이..... 성 니콜라스 예배당이라고 이름이 붙어있다고해. 정확하게 말하자면 성당이지.
나무로 된 문이 닫혀 있었어.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잖아?
틈사이로 안을 들여다보았어. 돌로 된 강대상 하나뿐인 정말 단순한 예배당이었어. 예배당 안에는 의자도 하나 안보이더라고.
길은 위로 이어져있었어. 산책로는 언덕을 따라 바다를 보며 계속 이어지고 있었지만 비때문에 방향을 바꾼거야.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이젠 포기할 수 없잖아? 돌계단 길을 걸어 위로 올라가보았지.
수도시설이 나타났어.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개인 궁전을 만들고나서 왕궁내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주민들을 위해 이곳 언덕을 공원으로 꾸몄다는 말이 있던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어.
언덕 위에는 동상과 분홍색으로 벽을 칠한 예쁜 건물도 있었어.
용도가 무엇인지는 짐작을 하지 못했어. 나중에 알고보니 이 부근에 동물원과 박물관도 있는것 같았어.
고양이 한마리가 비를 피해 문간에 엎드려 있었지. 녀석의 신세가 처량해보였어. 설마 동물원에서 탈출을 감행한 자유에 굶주린 고양이는 아니겠지?
신세로만 따지면 처량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지. 얇은 주머니로 낯선 나라와 너른 세상을 돌아다니기가 쉬운 일이 아니잖아. 더구나 젊지도 않은데 말이야.
오늘처럼 비가 오기라도하면 신세가 더 한심해지지. 누구는 멋진 크루즈선을 타고 유람을 다니는데 우린 뭐야?
그래도 당신들은 보따리 싸서 외국에 갈 수 있는 처지니 무엇이 부럽소하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그건 그렇다고 인정해 드려야지.
어찌보면 나같은 사람은 복받은 사람일 수도 있어. 돈도 없고 힘도 없지만 백발 휘날리며 외국으로 떠돌아 다닐 수 있다는게 어디야?
용설란이 가득한 비탈길을 걸어 아래로 내려갔어.
용설란 꽃대 너머로 스플리트 항구가 그 모습을 드러냈어.
난 처음에 유카와 용설란을 잘 구별하지 못했어.
유카는 평생 한번만 꽃을 피운다던데 정말이야? 용설란은 어때? 녀석의 꽃대가 나무줄기처럼 크다는 사실은 그동안 잘 모르고살았어. 그럴 정도로 내 견문이 좁고 얕은거지 뭐.
전망대가 보이지? 아까는 비가 너무 오는데다가 바람이 세차서 접근할 생각조차 못했어.
소나무 가지 너머로 항구가 보이더라고.
날이 좋았더라면 더 멋진 경치를 보여 줄 수 있었을텐데....
밝은 햇살 아래 빛나는 붉은 지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 주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 조금 더 기다려봐. 두브로브니크로 내려 가면 원없이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
높은 솟은 종탑 부근이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이야.
전망대 부근의 카페 종업원들은 서둘러 야외탁자 부근을 비닐로 둘러치고 있었어.
우린 골목을 걸어내려왔어. 3층 발코니에 나타난 사나이가 우릴 보고 손을 흔들어주었어.
여긴 고급 주택가같아.
골목에 담이 없으니 훨씬 보기가 좋았어.
어딜 가나 벽면을 이용해서 물건 받침대와 탁자를 배치해둔 것이 마음에 들었어.
골목에서 발견한 민박집들은 수준이 있는가봐. 트립 어드바이져같은 곳에서 인정해주는 것을 보면 말이야.
이제 거의 언덕을 다 내려왔어.
골목에서 눈에 익은 영어 구절을 발견했어. 스텝 바이 스텝! '한걸음 한걸음' 정도로 번역해도 되겠지? 50여년 전 중학교 다닐 때 영어 교과서 속표지에 쓰여있었던 문장이지. 난 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있어.
"Step by step, one goes far."
영어식으로 표현하자면 리퍼블릭 광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까지 내려간거야.
여기서부터는 익숙한 경치야.
우린 골목으로 들어섰고.....
천천히 돌아다녔어.
한잔 마실 수 있는 가게를 찾아나선거지.
계단을 이용한 안내문구가 멋지잖아?
부근에서 제법 포근하게 보이는 카페를 찾아냈어.
2016년 북유럽을 돌아다닐때 에스토니아의 타르투에서 묵었던 그 호텔방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카페가 눈에 들어온거야. 잠깐, 지하공간이 보이지?
그때 묵었던 호텔이지. 카페 분위기가 흡사하지 않아?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속을 녹였어.
아까 밖에서 카페 바닥을 보니까 지하공간이 있더라고. 내려가보았지.
지하공간은 더 아늑했어.
그렇게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인 뒤 골목으로 나와서 게스트하우스를 향해 걸었어.
크로아티아를 상장하는 문양을 옆구리에 새긴 특이한 버스가 우리 앞을 지나 멀리 사라지고 있었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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