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오보섬 해변의 부두를 따라 천천히 걸었어.
맞은편에는 트로기르 섬 안에 있는 성채가 보이더라고.
비행기가 자주 머리 위로 날아갔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스플리트로 몰려 온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여기 트로기르 시가지 인구는 2만이 안되는 모양이야.
그래서 그런지 현지인들이 사는 거리는 한산했지만 구경다니는 사람은 많았어.
관광으로 먹고 사는 곳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키작은 종려들이 제법 많이 보였어.
요트 계류장 안으로 들어가보았지.
별별 요트들이 다 있더라고. 자가용 승용차를 가지는 단계가 넘어서면 자가용 요트나 영업용 요트를 가지게 된다고 하던데......
그 다음엔 자가용 경비행기지.
요트들의 위용이 대단했어. 디자인이 같은 것으로 보아 대여용 같았어.
부두가 대형 화분에 심어진 작은 나무에 꽃송이들이 조롱조롱 달렸는데 거기서 풍겨나오는 향기가 대단했어.
부두가에서 포근하게 보이는 커피 가게를 발견했어.
의자에 앉아 시선을 돌렸더니 건너편에 트로기르 섬이 보이는거야.
커피를 주문했어.
주인아줌마의 데코레이션에 대한 감각이 대단한것 같았어.
이번 여행에서 나는 에스프레소의 맛에 눈을 뜨게 되었어. 지금까진 거의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살았거든.
맞은 편 좌석에는 백인들 몇명이 앉아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지. 공간 하나하나가 고급스러웠어. 외부인들이 바깥에서 사진 촬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안내판을 붙여두었더라고. 단, 손님은 예외지.
커피를 마시며 어느 정도 쉬어준 뒤 일어났어.
왔던 길을 되짚어 걸었지.
트로기르섬과 치오보 섬을 이어주는 다리를 다시 건넜어.
이제부터 중세도시 트로기르를 뒤져봐야지.
중세도시답게 돌로된 벽들이 섬 밖을 감싸고 있었어.
누가봐도 요새같지. 좁은 골목들이 마을 안을 이어주고 있었어.
초대형 파라솔 그늘에는 관광객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어.
식사시간이 된거야.
분위기 좋은 해변가 레스토랑에는 가격대가 만만치 않았어.
골목안으로 들어가보았어. 어딘지 모르게 자다르를 닮은듯 했지.
바닥은 대리석으로 포장되어 있었고 예쁜 가게들이 줄을 이었어.
아드리아해의 도시들은 왜 이리 하나같이 깔끔하지? 골목을 돌아다니던 우리들은 피자가게를 발견했어. 섬이어서 그런지 골목은 그리 길지 않았어.
가격이 그럴듯 한데다가 우리 입맛에 잘 맞으며 먹기 쉬운 피자여서 들어가 본 거야.
피자 한판에 14,000원 정도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
백인 손님들이 적으니까 시선을 느낄 필요없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어.
나는 묘한 컴플렉스를 지니고 있는데 그건 바로 백인들이 가득 앉아있는 레스토랑 같은 곳은 들어가기가 꺼려진다는거야. 외모에서 느끼는 동양인 특유의 심리가 아닐까 싶은데 말야.
요즘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해. 우리 젊은이들 외모부터가 서구화되어 있는데다가 자신감이 있는 세대잖아. 우리 세대는 워낙 없이 살아서 그런지 이만큼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땟국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듯 해.
피자 한판과 무가당 콜라 한병으로 점심을 떼웠어. 86쿠나였으니 15,500원 정도였네. 한사람당 8천원 정도로 끝낸거지.
이 여행기를 읽어보며 눈치를 챘겠지만 나는 먹는데 큰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아니야. 깨끗하고 깔끔하면 아무거나 먹는 스타일이라는거지. 또 소박한 음식을 좋아하기도하고 말야.
작은 섬을 천천히 한바퀴 돌았어. 독립되어 떨어져있는 성채 모양이 아주 특이하지? 감시탑이었을까?
섬끝, 그러니까 성채 옆에는 잔디가 깔린 축구장이 있었어. 성채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카메를랭고 요새야.
크로아티아가 축구 강국인 이유를 대강 짐작하겠더라고.
독립한지 얼마 안되어 월드컵 4강에 오르더니 저번 대회에서는 결승까지 올랐잖아?
크로아티아라는 신생국가가 관광대국에다가 축구강국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그들은 거뜬히 해낸거야. 그만큼 기본이 탄탄하다는 말이겠지.
카메를랭고 요새는 15세기 베네치아 공화국 시절에 만든 것이라고해. 어떤 책에는 베네치아 공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베네치아(=베니스)는 공작이 다스리는 공국(公國)이라기보다 공화국다운 체제를 지녔던 나라라고 할 수 있어.
문화유적도 결코 만만치가 않았어.
곳곳에 로마, 비잔틴제국, 베네치아 공화국 시대의 유적과 흔적들이 가득한 나라지.
그런데다가 국민들이 미적으로 세련된 감각까지 지니고 있으니 관광대국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어?
이젠 많이 좋아졌지만 그런 면에서보면 아직도 우린 안타까운 면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19 유럽-동남부:발칸반도 여러나라(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황제의 궁전에서 (0) | 2019.09.06 |
---|---|
중세도시 트로기르 3 (0) | 2019.09.04 |
중세도시 트로기르 1 (0) | 2019.08.31 |
갤리선 (0) | 2019.08.30 |
바닷가에서 (0) | 2019.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