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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9 유럽-동남부:발칸반도 여러나라(完

자다르 뒤지기 4 - 태양의 인사

by 깜쌤 2019. 8. 21.


우리는 아파트로 향했어. 좀 쉬었다가 저녁을 먹어야지.



ㄱ장로와 ㄱ부장님이 수퍼에서 장을 봐왔어. 나는 장을 보러가지 않고 먼저 아파트로 돌아갔지. 우리보다 앞서 외출에서 돌아온 다른 두 분은 문도 잠그지 않고 주무시고 계셨어.



빵과 치즈와 양파와 피망과 토마토, 그리고 약간 질게 지어진 밥으로 저녁을 먹었어.



올리브 절임은 보너스로 나왔어. 너무 멋진 저녁이었어.


 

오후 6시 30분경에 '태양의 인사'를 보기 위해 아파트를 나섰어.



하늘은 구름 한점없이 깔끔하게 개어있었고......



이젠 눈에 제법 익은 골목을 걸어 바닷가로 나갔지.



서서히 그늘이 지고 있었어.



석양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골목골목에서 몰려나오고 있었어.



바닷가가 저만큼 보이는 곳에 이르니까 벌써 사람들이 제법 나와 있더라고.



기우는 햇살을 받아 건물들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어.



야외카페에는 사람들이 진을 치기 시작했고말야.



이런 의자에 앉아 석양을 보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피동적인것 같았어.



사람들이 바닷가에 제법 많이 모여 있었지. 이 바다에 얽힌 굉장한 사연을 알고 나면 느낌이 달라질걸?


서기 1202년 10월 8일, 폭이 약 5미터, 길이가 약 40여미터에 이르는 갤리선 50 여척에다가, 평저선 80 여척, 화물선 20 여척, 범선 50 여척으로 이루어진 십자군 대함대가 베네치아를 출발해서 자다르 위쪽의 폴라(오늘날의 풀라)로 향했지. 


그로부터 약 한달 뒤인 11월 10일에는 그 함대가 자다르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발라르두앵연대기에 기록되어 있다고해. 발라르두앵은 프랑스인인데 제4차 십자군 원정에 참여했던 분이지. 당시 동부유럽에서 세력을 넓혀가던 헝가리 국왕이 자다르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고 그것이 대세인줄 알았던 자다르성읍 주민들은 헝가리 국왕편에 섰던거야.



그런데 그들 자다르 주민들 앞에 베네치아 조선소에서 건조한 대함대가 모습을 드러낸거지. 11월 11일에 전투가 시작되었고 닷새 뒤에는 자다르가 함락되었어. 당시의 베네치아는 동부 지중해의 패권을 틀어잡고있던 해상 강국이었지. 십자군 함대가 여기에 머무르는 동안 비잔틴 제국(=동로마제국)의 알렉시우스 황자(황제의 아들)가 찾아왔어. 여기 자다르로 말야.


그게 너무나 유명한 1204년의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으로 이어지고 제 4차 십자군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약탈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진행된 뒤 라틴제국이 등장하게되는 단초가 되는거야. 그 사건을 자세히 이야기하려면 한없이 길어지니 끊어야지뭐. 그런걸 알고보면 여기 자다르가 너무 재미있는 곳이 되는거지.



석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보기보다 많았던거야. 인간의 감정은 거의 비슷한 것 같아. 어떤 이는 친구와.....



어떤 이들은 연인과 함께.....



혼자서 즐기려는 사람도 제법 많았어. 바닷가 광장에 둥글게 박힌 저건 뭘까 싶지?



 태양계를 의미하는 행성들이야.



해가 지고 있었어.



사람들은 바다오르간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석양을 감상하고 있었던거지.

 


저멀리 보이는 큰 원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눈치빠른 분들은 단번에 알아차릴걸. 제일 큰 둥근 원이  태양이라면 이건 목성이겠지.



바깥에 있는 다음 동그라미는 토성일 것이고....



지구 위치는 단번에 알겠지?



태양이 지고나면 이 설치 예술품의 의미를 저절로  알아차리게 될거야. 



이제 거의 태양이 수평선까지 다다랐어.

"태양아! 수고했다. 네 덕에 모든 생명체들이 오늘 하루도 목숨을 이어갈 수 있었어"


자연이나 우주에 관심을 갖는 분이라면 이 정도까지는 누구나 생각이 미칠거야. 그런데 말이지, 우리 인간들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신 창조주께는 왜 신경을 쓰지 않을까? 절대자나 창조주가 존재할 리 없다고 믿는 그 믿음도 정말 대단한 믿음이 아닐까싶어. 그만하지뭐.

 

 

조금 후면 이 둥근 원들이 빚어내는 변화에 모두들 신기해 하게 될거야.



모두들 입을 다물고 조용해졌어.


 

마침내 태양이 수평선 밑으로 사라져버리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어. 일부는 휘파람도 불었던 것 같아.



태양빛이 사라지자 원판에서는 오묘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어.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한거야. 너무 좋아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 존재들은 누구였을까? 



당연히 어린아이들이지. 그러니 동심이라는 말이 만들어진게 아니겠어? 아이들은 빛이 뿜어져나오는 둥근 원판 위를 깡총거리며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둘러선 어른들은 격려하는 의미에서 박수를 보내주었어.



그와 동시에 바이올린과 기타 소리가 서서히 울려퍼지기 시작한거야.



바이올린과 첼로 소리라면 맥을 추지못하는 내가 가만 있을 수 있어?


 

가만 있지 못했기에 춤이라도 추었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가까이 가서 들어주었다는 말이지.



그리고 거금(?) 6쿠나를 아낌없이 희사했지.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설치예술 작품을 감상했던데다가 심금을 울리는 연주까지 들었으니 이만하면 멋진 저녁 아니겠어? 



매일 이 정도로 살 수 있으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이지.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어.



아파트로 돌아가야지.



바다 오르간 소리를 감상하며 천천히 걸었어. 실제로 그 소리를 듣고 싶다면 아래 글상자 주소를 눌러봐. 손해볼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





작별 인사를 미리 당겨했어.


"자다르(자라), 안녕!"



자다르를 독일어로 발음하면 자라가 되지.



주위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어.



그렇게 또 하루가 갔어.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