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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9 유럽-동남부:발칸반도 여러나라(完

자다르의 매력은 골목에 있어

by 깜쌤 2019. 8. 13.

5개의 우물 광장 한켠에 보면 커피숍이 있어. 노천 커피숍이지. 로마시대의 커다란 기둥이 카페 옆 공간에 버티고 서 있으므로 찾기가 너무나 쉽지. 



이름하여 노비 카페야. 이름만 본다면 마치 내가 양반이나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더라니까.



노비(Novi) 카페! 카페 맞은 편에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광장을 공유하며 사이좋게 영업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벽면을 붉게 칠한 건물이 주위에 이어져 있어서 분위기마져 좋았어.



여긴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에 14쿠나였어. 우리돈으로 치자면 2,500원 정도였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비행기가 날아갔어. 자다르 외곽에 유럽 각지로 이어지는 공항이 있다는건 나중에 알았어.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10쿠나 정도야. 어떤 것은 7쿠나짜리도 있더라니까. 이 정도의 관광지에서 이 정도 가격이면 만족스럽지. 아무리 오래 앉아있어도 종업원이나 주인이 눈치를 안주니까 마음 편하게 앉아있으면서 슬슬 졸아도 될 정도였어.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정신을 차린 뒤 일어나서 골목길 탐방에 나섰어.



이런 분위기에서는 뭐 급할게 없잖아. 꼭 명심할 일은 자다르(Zadar)라는 도시를 우습게 여기면 안된다는거야. 2016년에 유럽인들이 자다르를 '유럽 최고의 도시'로 선정할 정도였으니까 하는 말이지.



올드타운 속 시설 하나하나가 고급스러웠어. 무엇보다도 기품이 넘쳐나고 있었어. 



아무리 미인이더라고 천박스럽게 화장하고 입에서는 상소리가 쏟아져나온다면 누가 그녀에게서 매력을 느끼겠어?



나폴레타나라고 이름 붙여놓은 것으로 짐작컨데 피자 가게겠지?



이 도시에서는 이탈리아 냄새가 난다고? 맞아. 세계 제 2차대전 때까지만 하더라도 여긴 이탈리아 영토였지. 이탈리아가 패전국이 되면서 찢겨져 나간 곳이야.



유럽에 대해 잘 모르는 나같은 어리바리한 시골뜨기가 봐도 여긴 이탈리아적인 냄새가 스며들어 있어.



흑판에 쓰여진 낱말 노스탈지에는 향수를 의미하는 거 맞지? 몸에 뿌리는 향수는 Perfume 이고 여기서 말하는 향수(= nostalgia  鄕愁)는 고향을 생각한다는 그런 의미지.



일단 밖으로 여행을 나오기만 하면 어지간해서는 집생각이 나지 않는 나도 왠지 여기서는 향수병에 걸릴 것만 같았어.



골목을 이렇게 정갈하면서도 세련되게 가꿀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집은 옛집들인데 내부 수리를 깔끔하게 해서 잘도 활용하는구나 싶더라니까.



옛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전봇대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 왜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21세기에 신도시를 만들어 나가면서도 전봇대가 거리에 박혀야만하는거지? 전봇줄은 거미줄처럼 어설프게 마구 쳐져서 시야를 가리고 말야.



이는 당국자들의 무능과 무지를 나타내는 증거가 되지 않겠어? 걸핏하면 그들은 예산타령만 하지. 명품도시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와 노력은 거의 없는것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런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함은 물론이고 무엇이 잘못되어 가는지도 모른다는거야.



그래서 온갖 정이 다 떨어져 나가버렸다는 점이지.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을 가지지도 않아.


 

나는 이제 떠나고 싶어. 내가 사는 도시에서 떠나고 싶다는거야.



떠나서 여기로 오겠다는게 아니야. 이 나이에 내 삶의 터전을 떠나 어딜 가도 영원한 이방인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이런 골목에서는 뭘해야하지? 향기로운 차나 좋은 커피를 마셔야할까?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끼리만 마주 앉아서 포도주 잔을 기울여야 할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 슬퍼져. 내 맘을 아주 조금만이라도 헤아려주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 이런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노래 한구절을 듣고 이미 짐작했겠지만 나는 영원한 낭만주의자며 회의주의자야. 못말리는 로맨티스트이고 비관주의자이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이 들어도 철이 없어서 못말리는 정도가 되어버린 센티멘탈리스트가 아닐까?



 

이렇게 혼자 앉아서 커피 한잔을 두고 몇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나는 지겨워하지 않아. 이글을 쓰는 지금도 후지덥근하기 짝이 없는 한낮의 서재에 앉아 벌써 두시간째 버티고 있는 데 뭘..... 나는 하루 종일, 아니 몇날 몇일이라도 말하지 않고 입다물고 살 수 있어.



입다물고 사는데는 일가견이 있지. 나는 그게 엄청 편하지만 대신 주위사람들이 너무 불편해한다는 것쯤은 깨닫고 있지. 특히 아내가 힘들거야.



그렇게 걷다보니 종탑을 다시 만나게 되었어. 그건 성 도나투스 대성당 부근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말이지. 멋진 곳이었어. 여긴 아무리 걸어도 지겹지 않을 것같아.



그게 자다르의 매력인지도 몰라.



자다르는 크로아티아 최초의 대학이 만들어진 도시라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는거야.




곳곳에 널린게 로마시대의 유적이니 역사학자들은 되게 좋아하겠지? 그래서 자다르는 지식인의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대.



  

나는 포룸 옆을 걸어나갔어.



바닷가로 걸어나가는거지.



여기 포룸은 길이가 90미터 정도라는거야. 폭도 그 반은 된다니까 그만하면 그리 불편하지도 않고 아쉽지도 않은 넓이 아니겠어?



종탑과 성 도나투스 대성당을 뒤로 남겨두고 바닷가로 가는 길이지.



이 도시의 역사는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 어쩌면 그 전부터였는지도 모른다고해.



로마시대라고해도 제정시대 때부터 도시가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공화정 시대때부터인지 정확하게 구별하지도 않는 것 같아.


포룸 끝머리에 다다르면, 그러니까 바닷가까지 거의 접근하면 난전이 나타나기도 해.



별별걸 다 팔더라고.



마침내 바닷가로 나갔어. 구시가지 자체가 그리 크지 않으므로 잠시만 걸으면 바다를 만나게 되는거지.



젊은이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 역사학 강의를 듣는걸까?



일직선이 되도록 줄맞추어 깔아둔 바닥돌 틈사이로 역사의 더께가 스며들어 메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포룸 여기저기를 기웃거렸어.



슬슬 피곤해지더라고. 그렇다면 아파트로 돌아가 쉬어주어야겠지? 내가 수퍼맨이 아님을 깨달은지는 오래 되었거든.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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