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선착장이라고 함은 2번 게이트 부근에 있는 선착장을 말해. 아래 지도를 봐. 항상 강조하는 것이지만 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되어 나타나지.
우린 지금 노란색으로 표시해둔 선착장에 다달은거야. 지도 아래쪽에서부터 위쪽으로 걸어왔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거야. 지도 오른쪽에 보면 초록색점이 보이지. 거기가 2번 게이트로 이어지는 버스들이 정차하는곳이야.
위 지도에서 노란색 점에서 빨간색 점으로 배를 타고 건너갔다가 다시 노란색 점으로 건너갔다고 보면 틀림없어.
다시 건너갔더니 배를 타야할 승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모두 P3선착장으로 가서 아래쪽 호수를 보려는 것이야.
나는 배를타고 가는 것을 포기했어. 우리팀 멤버들과 헤어져서 혼자서 다시 건너가기로 했어. 혼자 조용히 걷고 싶었거든.
나는 다시 배를 타고 게이트 2쪽으로 건너갔던거야. 물속을 보니 물고기들이 엄청 많았어.
건너편, 그러니까 빨간색 지점에 도착한 나는 배에서 내려 혼자 걷기 시작했어.
들꽃이 길가에 가득했어. 선착장 부근 후미진 만에는 또다른 작은 선착장이 숨어있었어.
난 이런 호젓함이 좋아. 분주함과 복잡함과 번잡한 것은 싫어.
이정표를 보았더니 P3로 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었어.
위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나타날거야. 우린 빨간색 큰 점에서 오늘 아침에 버스를 타고 지도 아래쪽의 검은 점까지 간 뒤 노란색 작은 동그라미로 표시한 길을 트레킹했던거야.
그래서 초록색 점으로 표시한 선착장까지 와서 일행들은 모두 배를 타고 위쪽 파란색 지점(거기가 P3야)까지 배를 타고 가버린거지. 난 이제부터 혼자서 빨간색 큰 점에서부터 호수가를 따라 걸으려고 하는 것이고.....
호수가로는 이런 멋진 길이 이어지고 있었어. 무섭지 않느냐고? 나처럼 혼자 걷는 사람이 심심치않게 있어서 두렵거나 무섭지는 않아. 야생동물의 위협은? 곰이나 늑대가 이런 곳까지 출몰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어.
선착장 부근의 호수도 정말 커. 트레킹을 시작했던 상부에 큰 호수가 있었다면 하부에 있는 이 호수도 만만치 않게 크지. 호수 깊이가 30미터가 넘는다니 우습게 볼 일이 아닌것 같아.
이런 멋진 길을 혼자 걷는것이니 얼마나 좋아?
길이 호수에 바짝 붙어있어서 그런지 어떤 부분은 물에 잠겨있기도 했어.
갑자기 배고픔을 느꼈어. 배낭속에 넣어두었던 빵을 꺼내 베어물었어. 이젠 과식하는 일이 거의 없어. 항상 조금 모자란듯이 먹는 습관을 들였는데 그게 너무 편하고 좋은거야.
물속에는 나무들이 영원한 잠을 자고 있었어. 자연적인 수명을 다한 뒤에 즐기는 편안한 휴식이니 좋지 않겠어?
나도 그래. 휴식을 즐길 나이가 된거지. 죽는게 두렵지 않느냐고? 나는 영생에 관한 확실한 소망을 가지고 있어. 그간 살아오면서 영적인 체험을 많이 했기에 크게 겁나진 않아.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어떤 막연한 운명적인 기다림이 아니고 확신을 가진 기다림이야.
관광객들을 태운 배가 지나가고 있었어. P3에서 P2로 가는 배야.
나는 귀를 열고 입을 다물고 천천히 걸었어. 한번식 마주치는 사람들에게는 하이(Hi)라는 한마디를 던져주면서 말이지.
무슨 여행기를 이렇게 길게 쓰느냐는 소릴 하고 싶지? 이렇게 길게 쓰면 아무도 안본다는 말도 하고 싶지? 그래. 아무도 안읽어봐도 괜찮아. 이건 내 삶의 기록이기 때문에 안본다고해도 문제될게 전혀 없어.
나는 내 방식대로 인생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거야. 이 나이에 명예를 추구할 일도 없고 유명해지고 싶은 것도 없으며 세상사람들이 안알아주고 몰라주어도 아무 상관이 없어.
나는 그냥 내 삶에 충실하고 싶을 뿐이야.
이제 거의 다온것 같아. 저기 건너편에 보이는게 P3 선착장이야. 목표가 저기냐고? 아니야. 거긴 새로운 출발점에 지나지 않아. 이 호수 아래쪽 골짜기로도 수많은 호수가 존재하는걸 뭐.
나는 계속 걸었어. 선착장에서 내린 사람들도 이쪽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걸어와서 합류하더라고.
이제부터는 협곡 분위기가 나기 시작했어.
위에서부터 흘러내려온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니 물의 양이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어?
그러니 하류로 내려갈수록 폭포도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거야.
길은 호수가로 이어지고 있었어.
사람들 숫자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게이트 1 에서 입장한 사람들이 상류쪽으로 올라오기 때문이었어.
나는 사람들을 피해 셔터를 눌렀어.
초등학교 아이들이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했어. 아이들을 보면 그냥 마음이 흐뭇해지는거야.
직업의식과 피의 근본은 속일 수가 없다더니 내가 꼭 그 꼴이 난 사람이었어.
이런 비경의 연속이니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확실히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는 '복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중에 방문하게 되는 아드리아 연안의 멋진 도시들을 보면서 그런 확신을 더 강하게 가질 수 있었어.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축구대회에서의 맹활약도 우연이 아니지 싶어.
이런 멋진 경치를 혼자 본다는 것은 비극이야.
좋고 아름다운 것은 공유해야하는게 정상 아니야?
그렇게 걷다보니 느낌으로 게이트 1이 가까워지는 것 같았어.
그렇다면 이젠 돌아가야지.
아쉬웠지만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어.
원래 왔던 곳을 향해 돌아가야지. 아까 놓친 P3 선착장에 가보기로 했어.
선착장으로 돌아가던 길에 헤어졌던 우리팀 멤버들을 만났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갈 방법을 약정하고 난 뒤 헤어져서 다시 혼자 걸었어.
P3 선착장 근처에는 화장실도 있었고 식사할 공간도 있더라고.
당연히 휴식 공간도 있었지.
아까 보았던 초등학교 아이들이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어. 나는 아이들에게 배를 탈 수 있는 권리를 양보해주고 P2 선착장까지 걸어가기로 했어.
P3 선착장과 P1 선착장으로 가는 길이 마주치는 지점에서 ㄱ장로를 만났어.
셔틀 버스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P2 선착장까지 걸었던거야. 몸은 고되어도 마음만은 행복했던 순간이었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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