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로어타운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는 것은 쉬웠어.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통로 한쪽에 그려진 벽화가 내 시선을 붙잡았어.
이 벽화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테슬라야.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테슬라라고하면 무선통신과 전기분야에선 입지전적이며 전설적인 인물 아니겠어?
벽화에 테슬라라는 이름이 확실하게 밝혀져 있었어. 테슬라를 두고 미국에서는 미국인이라고 하고 세르비아에서는 세르비아 사람이라고하며 여기 크로아티아에서는 크로아티아 사람이라고 주장하니 정말 혼란스럽지. 심지어는 테슬라가 오스트리아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거야.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테슬라는 1856년에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중 연합왕국의 스밀랸이라는 곳에서 태어났어. 그렇다면 오스트리아 사람이라고 주장해도 되겠지만 그건 너무 근거가 빈약하잖아. 스밀랸이라고 하는 곳이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와 크로아티아가 한없이 자랑하는 관광도시 스플리트를 연결하는 도로 부근에 있으니까 지역으로 보면 크로아티아 사람이 되는 것이지.
그런데 그는 세르비아계 부모 밑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세르비아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거야. 오죽하면 세르비아의 수도인 베오그라드에 있는 국제공항 이름이 니콜라 테슬라 공항이겠어? 테슬라는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미국 국적을 가지고 활동했으니 미국인도 되는거야. 왜 모두들 테슬라를 두고 이렇게 서로 자기나라 사람이라고 우기는걸까?
그건 그의 유명세 때문이야. 20세기 이후 현대문명 형성에 그가 끼친 공적은 말로 설명이 다 안될 정도니까 그런거야. 우리 아이들은 발명왕 에디슨을 두고 영웅시하잖아. 테슬라는 에디슨과 같은 반열에 오르는 그런 인물이지. 차이점이라면 에디슨은 돈을 버는데 아주 밝았고 테슬라는 그렇지 못했다는거야. 오죽하면 일론 머스크가 세운 전기자동차회사 이름이 테슬라 모터즈겠어?
테슬라와 에디슨이 직류전기와 교류전기 문제로 인해 두고두고 사이가 나빴다는 것은 유명한 일이야. 잘은 모르지만 교류전기의 사용으로 인해 오늘날의 눈부신 전기에너지 문화가 이룩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야. 에디슨이 직류전기의 사용에 매달렸다면 테슬라는 교류전기의 유용성에 관해 일찍부터 눈을 뜬 사람이었지.
테슬라는 에디슨과 함께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가 둘다 노벨상을 놓치기도 했어. 거기에 얽힌 사연은 아직도 수수께끼지. 테슬라는 우주 공간이 에테르라는 물질로 채워져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게 혹시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피터 힉스의 힉스 입자와 연관있는 이야기였는지도 모르지.
한가지 더! 레이다의 발명도 그의 이론과 연구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아두면 좋을거야.
그렇다면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테슬라에 매달리는 이유를 알 것같지 않아?
나는 낙서 가득한 계단길을 천천히 내려갔어.
이런 멋진 산책로가 언덕 옆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어. 한가지, 신경 거슬리는 흠이 있다면 눈을 어지럽히는 낙서의 존재야. 그래피티를 하는 분들에게는 예술이겠지만 내 눈에는 낙서로 비쳐져.
이제 윗동네에서 아랫동네로 내려가는거지.
연인인지 부부인지 모르는 한쌍이 내 앞을 걸어내려가고 있었어.
뒤따라 걸으며 그들을 보는 것도 정말 좋았어. 낙서만 빼고 말야.
골목을 빠져나오니까 반 옐라치츠 광장이었어.
결국은 한바퀴를 돌아 원래 위치로 돌아온거야.
안본 곳이 몇군데 더 있었지만 그정도로 만족하기로 했어.
광장 건너편 가판대에서 트램을 타기위한 승차권을 샀어. 저런 가판대를 티삭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차표같은 것은 거기서 사면 되.
승강장 한쪽에 트램 정보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길래 가서 확인해보았어. 우리가 타려고 하는 트램은 6번인데 6분 뒤에 온다는거야.
승차권을 잘 보았지? 한장에 4쿠나였어. 그렇다면 800원이 채 안된다는 이야기야. 이 승차권을 가지고 자기 스스로 개찰을 해야하는데....
트램 안 여러 곳에 노란색 기계가 보이는데 밀어넣는 곳이 안보이는거야. 현지인 할머니께 물어보았더니 '프론트'라고 말씀하셨어. 제일 앞에 있는 기계를 의미하는 말이었는데 처음에는 못알아들었지. 다른 나라에서 온 부부도 우리처럼 몰라서 살짝 당황하는것 같더라고.
앞쪽으로 가서 운전석 뒤에 있는 기계속에 살짝 밀어넣었더니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개찰이 되는거야. 백인부부와 함께 서로 마주보며 씨익 웃었어.
동남부 유럽에서 별별걸 다 타보았는데 크로아티아 트램도 괜찮았어.
한 나라의 수도가 이렇게 아담할 줄은 몰랐어. 조용하고 정갈해서 좋았는데 낙서만은 너무 싫었어.
우린 버스 터미널 앞에서 내렸지. 걸어서 호텔로 향했어.
호텔에 도착하자 비로소 추위를 느낀거야. 침대속으로 파고 들었어.
침대에 쓰러져 잠을 자다가 깼는데 추위를 느껴 배낭 속에서 오리털 패딩을 꺼내 입었어. 피자 한조각으로 저녁을 떼웠지. 한참 뒤 다른 멤버들도 호텔로 들어왔는데 6시 10분경이 되어 저녁을 해결하러 다시 나간다는거야. 나는 혼자 남았어. 추워서 나가기가 싫었던거야.
노트북을 꺼내 정보를 검색하고 있는데 나갔던 분들이 8시경에 돌아와서는 봉지를 하나 내미는거야.
봉지속에는 촉촉하게 젖은 빵이 들어있었어. 은박지를 풀고 안을 보고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어.
우선 크기가 굉장했던거야. 거기다가 우리나라처럼 치킨 먹을 때 주는 무 비슷한 것도 들어있어서 더 신기하게 여겼지.
빵속에 소시지 비슷한 것 10개에다가 감자칩과 양파칩이 수두룩하게 들어있었어. 결국은 반만 먹고 나머지는 내일 아침 식사용으로 남겨두었어. 멤버들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웠어. 저녁이 되자 방안 벽면에 부착된 라디에이터가 따뜻하게 데워지기 시작하더라고. 주인장 마음 씀씀이도 좋았던거야. 덕분에 편안하게 잘 수 있었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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