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만다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이 부근에 살았다고해. 어떤 장군이 햇살 뜨거운 날 이부근을 지나다가 소녀에게 마실 물 한모금을 부탁했는데 소녀가 샘에서 물을 떠와서 드렸다는거지. 물을 뜬다는 말이 크로아티아 말로 '자그라비티'라고 한다는데 여기에서 '자그레브'라는 도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해.
소녀의 이름이 만다여서 이 샘은 만두셰바츠라고 불리게 되었고 그 자리에 만든 분수가 바로 이 분수라는 말이 전해진다는거야.
만두세바츠(혹은 만두셰바츠) 분수 한쪽에는 칼을 빼든 사나이 동상이 있는데 이 분이 바로 반 요십 옐라치츠(혹은 요십 옐라치치)총독이야. 1859년에 돌아가신 분인데 크로아티아의 독립영웅이라고 해. 동상이 향하고 있는 쪽이 남쪽이야.
반 옐라치치 광장에서 북쪽 언덕배기로 살짝 올라가면 거기가 어퍼타운이야.
나는 어퍼타운으로 향해 걸었어. 유럽에서는 꽃파는 가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지.
저 위쪽으로 계단이 보이잖아? 어퍼타운에 이르는 통로라고 할 수 있어.
어제 저녁에는 대성당쪽으로 올라갔지만 오늘은 다른 길을 택해 걷는 중이야.
계단을 올라갔더니 살짝 너른 공간이 나타났어.
한글 간판을 보고 놀랐어. <꽃보다 누나>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때문에 크로아티아가 한국인들에게 많이 떴었던 모양인데 나는 그런 것을 까맣게 모르고 살았어.
그게 벌써 5년전 일인것 같더라니까. 나도 참 바보스럽지? 너무 오랫동안 지상파 방송을 안보고 살았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는 방송은 이제 지긋지긋해. 그럴려고 시청료 거두어가며, 그럴려고 파업하는가 싶어서 이젠 꼴도 보기 싫은거야.
'개비에스'라는 소리나 '갬비시'라는 소리가 그냥 만들어지지는 않았을거야. 어느 누가 권력을 잡든간에 중심을 잡고 엄정하게 공정한 모습으로 방송할 수 없을까? 언론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든 인간들이 누구였더라.
선생을 하면서 느낀 사실인데 좌파 우파 가릴 것 없이 정권이 바뀔때마다 사회교과서 내용이 바뀐다는 거야. 한 학년을 오래 가르쳐보았으니 증거를 대라면 얼마든지 댈 수 있어. 심지어는 국어교과서 내용도 손을 대는 것 같았어.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야. 국가 장래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는 모습을 보고 환멸을 느꼈어.
건물 출입문으로 들어섰어. 건물 안이 무슨 용도로 쓰이고 있었을것 같아?
안은 짐작한대로 시장이었어.
어느 나라든 전통시장 구경은 흥미만점이야.
건물 안쪽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전체 모습을 살펴보았어. 끝에 채소전이 있더라고.
시장건물을 나섰더니 이번에는 노천 시장이 나타나는거야.
돌라츠 시장이지.
빗방울이 슬슬 뿌려서 그랬을까? 비어있는 판매대가 많았어.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
과일도 종류별로 많았는데.... 사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않았어.
허름한 기념품가게도 몰려드는 관광객 덕택으로 장사는 잘되는 것 같아보였어.
건물은 허름해도 색감은 뛰어난 것 같아. 뒤쪽으로 성모승천성당의 쌍둥이 첨탑이 솟아올라와 있더라고.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야외 카페가 텅텅 비었어.
'수베니리'라고 한 것으로 보아 기념품 가게겠지? 영어의 수버니어를 떠올리면 되거든.
자수작품 위에는 우산을 펴놓아서 빗방울에 젖지 않도록 해둔 센스가 좋았어.
시장에서 멀어질 수록 손님들이 줄어들었어.
카페 이름이 철학적이지 않아? 까르페 디엠(carpe diem) ! '현실에 충실하라, 오늘에 최선을 다하라'는 정도로 번역되는 말이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경구야. 아우구스투스(성경에는 아구스도로 등장함)가 살아있던 시절, 시인이었던 퀸티우스 호라티우스의 시에 그런 표현이 등장한다고해.
우리에게 라틴어는 낯선 말이지만 유럽인들에게는 그들 마음에 다가서는 의미가 달라. 한때는 라틴어 문장을 많이 외운다고 외웠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 내 블로그 타이틀 안에 보면 'et cetera'라는 말이 있지. 그것도 라틴어야. '기타 등등' 정도의 뜻이지.
수제 맥주를 파는 가게 앞에서 메뉴판을 살펴보았어. 맥주를 마셔본게 언제였더라?
곳곳에 성당이 보이던데 성당 입구에서 가련한 이들에게 자선을 행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찔렸어.
가만히 돌이켜보니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적선행위를 제일 적게 한것 같아.
여긴 술집을 겸한 커피숍이지싶어. 정체성이 부족한 가게에는 안들어가는게 옳은 일일거야.
어퍼타운에는 사람들 그림자조차 뜸했어.
곳곳마다 성당인것 같아.
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더 따라가보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았어.
모퉁이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어.
지도를 확인해보니 볼거리들은 그쪽으로 몰려있는 것 같았기에 말이지.
이곳으로도 호텔들이 제법 숨어있었어.
언덕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하고 걸어올랐어.
건물 벽에 마구 갈겨진 낙서가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어.
이게 예술이라는 말이지? 이런 걸 두고 예술이라고 우긴다면 그건 자기 행위의 합리화이자 무리한 강변에 지나지 않을거야.
높은 곳에 올라보니 붉은 지붕을 가진 자그레브 이 도시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어.
참하다는 생각도 들었어.
언덕위에도 골목이 이리저리 이어져나갔어.
크로아티아 깃발이 걸려있는 건물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부근에 관공서 건물이 있을 것으로 짐작했어. 사실이었을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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