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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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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9 유럽-동남부:발칸반도 여러나라(完

자그레브 기차역

by 깜쌤 2019. 7. 20.


2019년 5월 5일 일요일이었어. 예보에 의하면 아침 최저기온이 9도까지 떨어지더라고. 그러니 날씨가 춥고 차가웠던거야. 우리방에는 더블 침대 하나였기에 한사람이라도 편하게 주무시라는 뜻에서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자다가 결국 새벽에는 침대에 기어들어갈 수밖에 없었어.




발코니 맞은편은 빵집이었던 모양이야. 현지인들이 부지런하게 드나들었어.


 

식사를 하러 1층 로비에 내려갔어.



로비 한쪽에 식당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1인당 45쿠나(=6유로)를 주고 식사가 가능했어.



45쿠나는 8,100원 정도였는데 그 정도라면 가성비가 아주 좋은 식사라고 할 수 있었어.



뷔페식이었지.



나야 뭐 많이 먹는 사람이 아니니까 조금만 먹어두는거지.


야외식탁에서 식사하면 좋겠지만 비가 내리는 날이니까 참아야겠지?


 

로비에는 골동품들이 제법 있는 것 같았어.


 

주일 아침이니까 식사후에 함께 모여 예배를 드렸어. 크리스찬이 아닌 ㅅ부장님도 함께 참석해주셔서 너무 고마웠어. 식사후 두팀으로 나누어서 외출을 하기로 했어. 호텔 로비에 보니까 안내책자들이 즐비하길래 하나를 집어들었어. 한글 책자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지.



우린 호텔을 나와 버스터미널을 향해 걸었어.



버스터미널에 먼저 들렀어. 내일 아침에는 플리트비체로 가야하거든. 플리트비체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지?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파란 물빛을 거기서 찾을 수 있지. 마치 중국 서부 사천성 민산산맥속에 숨겨진 구채구처럼 말이지. 

 


구채구와 플리트비체! 내가 지금까지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신비로운 민물 색깔을 볼 수 있었던 곳이야. 단순히 색깔만으로 비교한다면 터키 중부의 파묵칼레도 신비한 곳이었지.  



버스 터미널에 가서 승강장들을 확인해두었어. 내일 아침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사전점검을 해둔거야. 


 

구조로 보아서는 위층에서 개찰을 받은 후에 아래층 지상바닥으로 내려와서 버스에 오르게 된다는 말이겠지.



하얀색 건물에 짙은 파랑으로 멋을 낸 터미널답게 버스도 짙은 파랑이었어.



2층 대합실로 올라갔어. 어제 저녁에 본 매표소말고 위층에도 있을 것 같아서 올라가본거야. 


 

내 예상이 맞았어. 크로아티아는 버스 회사별로 티켓 판매소가 따로 있었던거야. 이런 시스템은 오늘날의 터키에서도 볼 수 있지. 1995년 말레이지아에 처음 갔을때 싱가포르 맞은 편 도시 조호루바루에서 그런 시스템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



창구에 가서 표를 알아보았어. 플리트비체행 버스표는 91쿠나였어. 아래층에 있는 버스회사에서는 어제 99쿠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야. 버스 출발시간은 서로 달랐어. 나는 내일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미리 사두었지. 비수기에는 플리트비체로 가는 버스가 그렇게 자주 있는게 아니더라고.



버스표를 해결해두었으니 이제 마음놓고 시내 구경을 하면 되겠지.



일단 기차역을 향해 걸었어. 터미널에서 기차역까지는 10분 정도만 걸으면 될거야.



거리 구경을 해가며 걷는 것이니까 지겨울 일도 없었어. 비가 왔어. 낯선 도시에서 비를 맞는다는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보슬보슬 내리는 비 정도는 맞아주어야하는거 아냐?



거리는 깨끗했어. 트램이 지나가고 버스가 조용히 다가왔다가 슬며시 지나가며, 자가용 승용차들이 다니지만 교통량은 많지 않았기에 쾌적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우체국은 자그레브 중앙역 부근에 있었어. 인터넷이 없었던 예전에는 우체국에 가서 밤새도록 쓴 그림엽서를 국제우편으로 보내는 낭만이 있던 곳이었지. 그런 낭만조차 사라져버린 요즘 우체국은 나그네가 거의 찾아가볼 일이 없는 무미건조한 관공서가 되어버렸어.


   

그래도 우체국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더라고. 자그레브 중앙역 플랫폼으로 날렵한 모습을 지닌 기차가 들어왔어.



구시대의 유물인 증기기관차는 박제가 되어 서 있었고.....



자그레브 중앙역의 옆모습이지. 그리 크지 않았어.



옆으로는 좁아도 정면으로는 제법 길었어.


 

모퉁에는 야외카페가 있었지만 쌀쌀하하고 궂은 날이어서 그런지 손님 발길이 끊어져버렸어.



나는 대합실에 들어가보았어. 제임스 본드 중령이 보이는가 싶기도 했기에 말야. 살인면허 번호 007을 지닌 제임스 본드와 자그레브 중앙역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영국의 소설가 이안 플레밍이 쓴 소설 가운데 "From Russia with Love"가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007 애인과 함께 소련서 오다>는 식으로 번역하기도 했고 영화로 나왔을땐 <007 위기일발>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었지.


읽어보았는지 모르겠는데 젊었던 날에 나는 그 책을 손에 쥐자말자 눈한번 뗌없이 끝까지 정신없이 읽어나갔어. 그 정도로 긴박감있고 재미있었지. 나이들어 그런 재미를 느낀 소설이 하나 있었어. 브라운이 쓴 다빈치 코드가 그런 책이었어. 정통 크리스찬의 입장에서 보면 다빈치코드는 신성모독적인 내용이 가득한 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


 

'"From Russia with Love" 속에 자그레브가 등장해. 유투브에 올라온 영화속의 바로 그 장면을 소개해줄게. 시간있다면 아래 글 상자 주소를 한번 클릭해봐. 아 참, 대합실 속에는 환전소도 있더라.



그런데 말이지, 영화속 그 기차역이 과연 자그레브 중앙역 맞을까? 1963년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개봉된 영화였으니까 공산주의 국가였던 유고슬라비아에서 촬영이 가능했을까 싶어서 해보는 의심 깔린 소리지. 개봉된지가 벌써 56년이나 된 오래전 영화지.



아무렴 어때? 나는 역광장으로 나갔어. 기차역 앞으로 빨간색 트램이 스쳐지나갔어.



트램 승강장쪽으로 걸어나가다가 뒤를 돌아보았어. 자그레브 중앙역 모습이 뒤에 버티고 있었어.


 

그리스의 고전적인 느낌이 나는 건물이었어. 내 눈에 그렇게 보였던것이지 내 느낌이 전적으로 옳다는 말은 아니야. 내가 건축에 관해 무지몽매한 사람이라는 걸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어.


 

나는 지하로 내려갔어. 지하에는 뭐가 있을까 싶어서 궁금하기도 했고 지하통로가 어디로 연결되는지 그게 알고싶기도 했기 때문이지.



지하에는 매장들이 있었어. 피자 가게도 있었는데 다가가보았어.



피자를 보고는 너무 놀라서 말이 안나왔어. 피자 크기가 엄청났거든. 조각으로도 팔더라고.



지상으로 다시 올라왔어. 이번에는 파란색 트램이 지나가길래 셔터를 눌렀지.



역 맞은편이 킹 토미슬라프(=토미슬라브)광장이야. 노란색 건물은 아트 파빌리온이지.



토미슬라브왕은 크로아티아의 건국자라고 알려져 있어.



교황으로부터 크로아티아의 통치자로 인정받아 왕위에 오른게 서기 925년이라고해.




우리나라 역사와 비교하자면 신라말기에 해당되겠지.



기차역 앞에 동상이 있고 동상너머엔 분수, 그 다음엔 아트 파빌리언 하는 식으로 늘어서있는거야.




분수가 상당히 정교했어. 유럽인들의 분수 제작솜씨는 인정해주어야되.



푸른 잔디와 노란색 건물이 제법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



아트 파빌리언은 1896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열렸던 밀레니엄 전시회때 사용되었던 크로아티아 전시관 건물이었다고해. 나중에 그걸 뜯어서 옮겨세운거라고 보면 틀림없어.



우린 공원 옆으로 난 거리를 따라 걸었어.



캐논과 올림푸스라는 일본 상표가 보이더라고. 올림푸스는 한때 소형 카메라로 대인기를 끌었던 회사야. 요즘 일본제 불매운동이 한창 벌어지고 있어. 나도 당연히 동참해야지.



 

어느새 반 옐라치츠광장 부근까지 가버린거야.



어제 저녁에 여기까지 다녀갔었지.



자그레브 관광의 출발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곳이지.



광장 저쪽 좌대 위에서 칼을 뽑아들고 호령하는듯한 사나이가 반 옐라치츠야.



벌써 시간이 제법 되었네.



광장 한쪽에 아름다운 분수가 있는데 이 분수는 꼭 봐두어야되. 만두셰바츠 분수야. 오늘은 여기까지만 구경하지 뭐. 분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할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