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번은 꼭 가보리라고 벼르고 벼르던 그 섬에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섬 이야기를 하느냐 싶지?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 헝가리에서 말이지.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지.
부다페스트 부근 다뉴브강에는 마가레트라는 영어식 이름을 가진 섬이 있어. 현지인들은 머르기트(혹은 마르기트) 섬이라고 하는 모양이야. 강 중간에 만들어진 섬인데 제법 크지.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뜰거야 오른쪽 아래를 보면 축척이 표시되어 있으니까 잘 살펴보면 섬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걸.
나는 섬으로 이어지는 다리 위로 올라갔어. 국회의사당에서 가까워.
울창한 숲으로 에워싸인 섬이 보이지?
자전거 도로와 인도가 차도 옆에 마련되어 있는 멋진 다리가 섬을 향해 뻗어있어.
작은 유람선들이 부두에 정박하고 있었어.
다리 위로는 트램도 지나다니고 있었어.
섬으로 연결되는 또 다른 작은 다리가 보이지?
거기엔 신호등까지 만들어져 있더라니까.
나는 다리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짧은 다리 위를 걸었어.
내가 밟아온 다리가 보이지?
섬은 거대한 쉼터이자 유원지였어.
자전거를 빌려 탈 수도 있었어.
분수엔 물이 뿜어져 오르고 있었고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춤을 추고 있었어.
음악분수였던거야. 음악분수의 존재보다 더 놀라운 일은 말야......
시민들이 벤치에 앉아 차분하게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지. 이들은 진정한 멋과 낭만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던거야.
유대인 소녀가 음악에 맞추어서 끼를 발산하고 있었어. 소녀가 유대인인 것을 내가 어떻게 확신하는지 그게 궁금하지 않아?
소냐와 함께 온 오빠와 아빠가 전통모자 키파(Kippah)를 쓰고 있었거든. 유감스럽게도 그들 모습은 사진으로 찍어두질 못했어.
나도 벤치에 앉아서 음악을 감상했어. 내가 그런걸 정말 좋아하는 것을 넌 잘 알지 싶어. 어설픈 내 글들 속에 그런 성향이 묻어나잖아?
음악분수를 보다가 졸음이 오는 것을 느꼈어. 그렇다면 어디가서 좀 쉬어야하지 않겠어?
나는 화단가 편안한 벤치에 앉아 졸기 시작했어.
졸긴 졸되 긴장의 끈은 놓칠 않았어. 누가 내 배낭을 들고 가버리면 곤란해지거든. 유럽에서는 좀도둑들을 조심해야되.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적당히 쉬어준 뒤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다리로 나갔어.
이제 아파트로 돌아가야겠다 싶었던거야.
뉴가티 지하철 역을 향해 걸었어. 저 위에 올려둔 지도에 빨간색 점으로 표시해둔 지점이 몇개 보일거야. 그 중 하나가 뉴가티 기차역이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아가씨들이 하나같이 모두 늘씬했어.
새로 젊어져서 다시 결혼할 수 있다면 백인아가씨와 결혼해야겠다고 아내에게 쓰잘데기 없는 헛소리를 했다가 며칠째 혼이 나고 있어.
나이들어 주책부렸다가 혼나고 있는거지. 이런걸 두고 주책바가지라고 하는 거야.
기차는 쾌바냐 키스페스트 역에서 잠시 섰어. 지하철이 선다는게 아니야. 기차가 잠시 섰던거지.
조금 뒤엔 페리헤기역에 멈추었어.
내려야지. 그래야 아파트먼트에 찾아갈 수있잖아.
비행장 표시가 보이지? 기차로도 페리헤기 역에 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두면 좋을걸.
어제 저녁처럼 걸어가다가 대우자동차를 만났어. 살아가면서 말을 제법 많이 바꾸었던 대통령 누구누구때 대우그룹이 해체되었었지. 그 분은 명언을 하나 남기셨어.
"나는 평생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한때 동부유럽권에서 대우라는 트레이드 마크는 정말 대단했었지. 상표하나 키우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야?
우리가 묵고있는 아파트로 걸어가다가 트램 정거장을 찾아내고는 확인해두었어.
50번 트램이 페리헤기 교외까지 연결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 그렇다면 내일 아침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로 가기 위해서는 50번 트램을 타고 나가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트램 종점 부근에는 예쁜 양품점 가게도 있더라고.
마침 트램 한대가 종점으로 다가오고 있었어.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다른 트램은 출발준비를 했고 말야.
종점에는 트램노선도가 붙어있었어.
나는 다시 아파트를 향해 걸었어. 붓꽃 종류였을까? 이파리가 너무 예뻤어.
오늘 아침에 헤어졌던 다른 팀들은 아직 오지 않았을 겉아서 아파트를 지나쳐 계속 걸어서는 봉주르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어.
아줌마 혼자서 경영하는 작은 카페였는데 아담했어.
창밖 모습을 살피며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셔주었어. 우리돈으로 1,900원 정도였어. 와이파이 비번을 물어 팀멤버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침에 우리가 탔던 그 번호 버스를 타고 온다는 거였어.
저녁은 만들어먹기로 했어.
수퍼에 가서 장을 봐와서 만들었지.
아파트에 살림도구가 다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지.
ㄱ장로님은 솜씨가 대단하시더라고.
나는 요리가 안되니까 사는데 지장이 많아.
헝가리 파프리카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고해. 실제 먹어보니까 달기까지 하더라고. 정말 맛있었어.
부킹 닷 컴에 접속해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있는 호텔을 예약해두고는 잠에 떨어졌어. 거실 소파에서 편안하게 혼자 잤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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