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7분에 에스테르곰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였어.
돌아갈 때도 아무 자리에 그냥 앉으면 되더라고.
나는 진행방향으로 왼쪽편에 앉았어. 일본 자동차회사 공장이 보였어.
왜국 수상 아베 신조라는 인간이 우리나라를 골탕 먹이겠다는 야욕을 밑바탕에 깔고 드디어 무역전쟁 시작을 알렸다잖아?
우리나라에 씻을 수없는 엄청난 가해를 해놓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인간들이 약속위반 운운하는 것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것 같아.
여행기 비슷한 글을 쓰다가 혈압 올리면 안되는데 말야. 자작나무 숲이 지나갔어.
여긴 아직도 경작가능한 땅이 널려있는 것 같아서 부러웠어.
노란 유채가 만발한 전원적인 경치가 가슴깊이 와 닿더라고.
부다페스트가 가까워졌어. 한시간 거리니까 지겹지도 않고 별로 아쉽지도 않았어.
역에서 내린 우리들은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서 스윙시티호텔로 갔어. 로비에 맡겨둔 배낭을 찾아서는 다시 부다페스트의 뉴가티 기차역에 돌아왔어.
왜냐고? 연휴를 맞아 부다페스트 시내 호텔방이 모두 동나버린 이야기를 했었지? 우리가 아슬아슬하게 구해놓은 아파트먼트는 시내 외곽 페리헤기의 공항 부근 주택가에 있으니 거기까지 찾아가야하는 거야. 표를 사서는 17번 홈에서 오후 6시 33분에 출발한다는 Z50 열차를 찾아나섰어.
아침에 호된 경험을 했으므로 대합실에서 매표를 하기 위해 늘어선 고객들의 줄을 관리하는 청년에게 플랫폼의 위치를 재확인해두었어. 17번 플랫폼은 오른쪽 끝부분에 있었어.
제일 뒤칸에 올라탔더니 승객들로 만원인거야. 앞쪽칸으로 옮아가자 빈자리가 있더라고. 자리에 앉자말자 기차가 출발했어.
우리들의 목적지는 페리헤기역이야. 헝가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은 그 이름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아. 부다페스트 교외에 있는 페렌츠 리스트 국제공항까지 아직은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므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은 우리의 어설픈 경험담을 기억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지 몰라.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페리헤기역에서 내렸어. 벌써 오후 7시가 되었어.
이젠 아파트를 향해서 걸어야지.
구름다리쪽으로 걸어가니 역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숨어있었어.
주택가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걸었어. 공항과는 정반대편이야.
저녁을 못먹게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핫도그 가게 위치도 파악해두었어.
교외의 주택가 골목 도로에는 자작나무를 심어둔 곳이 있었어. 내가 자작나무 팬이라는 것은 알지?
스마트폰으로 위치 검색을 했더니 바로 저 집이라는게 확실해졌어. 아파트를 여행자들에게 임대로 내어놓은 것 같았어. 건너가서 초인종을 눌렀는데 반응이 없는거야. 이제 문제가 생긴거야. 주인을 만나야하는데 주인을 어떻게 만나는거지?
전화하면 해결된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우린 현지 유심칩을 구하지 않았어. 이번 여행 기간이 한달이긴 하지만 제일 오래 체류할 나라가 크로아티아와 그리스인데 각각 한 열흘정도로만 머무를 생각으로 있으니 그때마다 유심칩 구하는 것이 낭비인거야.
스마트폰으로 그냥 전화하면 국제전화가 되어 요금부담이 클것아냐? 상대가 카톡 앱을 깔아두었을 리가 없기에 카톡 전화도 안되니 난감한 상황이 된거야. 이런저런 수를 생각해내다가 '헬로우'해가며 주인을 불러보기도 하고 초인종을 계속 눌렀는데 갑자기 아가씨들이 아파트 안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더라고.
단체로 담배를 빠꼼빠꼼 피워대며 연기를 허공으로 날리던 그녀들은 투숙객들이었어.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어. 주인 전화번호를 알면 대신 연락좀 해달라고 했더니 백인 아가씨들이 이내 협조적으로 나오더라고. 다행히 주인과 통화가 되었는데 곧 온다는거였어.
5분 정도 지나자 아가씨가 한명 왔는데 키가 170센티미터가 넘어가는 미스 헝가리 수준의 미모를 지닌 숙녀였어. 자기를 아멜리아라고 불러달라고 했던 그녀는 영어까지도 꽤나 유창하게 구사해서 우리 기를 죽여놓았어.
우리방은 3층에 있었어. 방 세개에다가 거실과 주방을 갖춘 곳이었으니 우리들만의 전용공간이 된 셈이지. 그녀는 우리에게 주의사항을 빠른 영어로 설명을 해주고는 사라졌어. 슬로바키아에서 남겨가지고 온 피자 반판씩 두개와 컵라면 한개씩으로 저녁을 대신했어.
식사후에 내일 아침꺼리를 해결하기 위해 장을 보러 간 팀이 빈손으로 돌아왔어. 샤워를 하고 잠들기 전에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에 머물기 위해 노트북 컴퓨터로 호텔검색을 하다가 완료하지 못하고 잠이 들었어.
2019년 5월 3일, 금요일 아침이었어. 우리 일행중 두분이 나가서 수퍼에서 장을 봐왔어. 빵과 파프리카와 치즈와 주스와 물..... 우리 팀 멤버 가운데 요리 전문가가 둘이나 끼어있어서 그분들이 아침 식사 준비를 하셨지.
한식 요리가 아니고 양식으로 해야지. 여긴 헝가리니까 말야. 뭐 거창하게 요리하는 수고를 요구할 순 없지 않겠어? 수제 햄버거를 만드는거지.
설렁설렁 얼른뚝딱 만들어낸 것이 이 정도수준이었어. 정말 대단하더라고. 감탄사가 저절로 쏟아졌어.
아침을 거하게 먹었으니 이젠 외출 준비를 해야겠지? 내일 아침에는 헝가리를 떠나서 크로아티아로 넘어가야해. 그러니 오늘은 우리팀 멤버 전원에게 자유시간을 드려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고 즐기기로 했어.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지역은 부다페스트의 외곽이야. 그러니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편을 세밀하게 점검해야만 했어.
일단 두 팀으로 나누어서 자유시간을 즐기되 한 팀은 트램을 타고 또 한 팀은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기로 한거야. 그러면서도 나와 ㄱ장로님은 우리 팀이 남긴 헝가리 돈 포린트를 모두 거두어서 유로로 다시 환전하기로 했어.
나는 시내버스 팀이었어. 그러니 일단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간거야. 사실 주인 아가씨와 같이 있던 어떤 여자분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었어.
182번이나 282번 버스를 타고 쾨기까지 가서 M3 버스로 갈아타면 지하철 3호선과 연결된다는 것이었어. M3 버스 이야기를 들으니 대강 짐작되었어.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는 정류장만 알아내면 반은 해결된것이나 마찬가지였어. 아파트 부근의 봉주르 카페 맞은편에서 버스를 탔어. 버스는 주택가 속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시내방향으로 줄기차게 나아가더라고.
운전기사 뒤편 천장에 모니터가 달려있었어. 쾨바냐 키스페트라는 지명을 보고 안심할 수 있었어. 쾨바냐 키스페스트 앞머리 글자를 따서 쾌키 혹은 쾌기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짐작했기 때문이야. 그런데 운전기사는 우리에게 돈을 받지 않았어. 왜 그랬을까?
우린 종점에서 내렸어.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불러내서 우리 위치를 파악해보니 쾨기 부근에서 M3 버스가 출발하는 거야. 알고보니 쾨기라는 곳에 거대한 시내버스 정류장이 위치하고 있었고 우리는 바로 그 현장에 와있었던거야. 그러니 사람들이 쾌기 쾨키 했던 것이었어.
55년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괴기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더랬는데..... 괴기는 고기의 사투리였다는 것을 세월이 흐른 뒤에 알게 되었어.
한쪽에서는 M3 버스가 연달아 출발하고 있었어. 이제 모든 의문이 풀린거야. 내일도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되겠구나 싶었어.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구해 시내버스에 올랐어.
이틀전에 자그레브행 버스표를 구하기 위해 이부근까지 왔었지않아? 호텔 위치와 아파트 위치가 우리들 움직임을 위한 동선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우린 무슨 일을 해도 잘되는 팀이라니까.
아까 시내버스를 탈때 구해두었던 표를 가지고 지하철 3호선을 탔어. 뉴가티 역 부근까지 간 ㄱ장로와 나는 유니온 은행에 가서 유로화로 바꾸었어. 내일이면 크로아티아로 가야하니까 헝가리 화폐 포린트는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잖아. 20만 포린트를 주었더니 600유로를 내주더라고.
우리팀을 대표해서 환전을 끝낸 후 다시 지하철을 타고 데악 역에서 내린 뒤 이슈트반 성당 앞까지 걸어갔어.
어제 커피를 마셨던 캘리포니아 카페까지 간 우리들은 커피를 주문해서 글기리로 했어.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으니 커피 한잔 정도는 마셔주어야하지 않겠어? 에스프레소 한잔과 아메리카노 한잔, 그렇게 두잔을 주문했는데 도합 1천 포린트였어.
2층 창가 좌석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천천히 커피맛을 음미했어. 나는 이런 순간이 제일 좋아. 야외 카페에서는 손님을 위해 가스불을 켜두는 것 같더라고. 저런 걸 가스난로라고 해야하나?
한참을 낮아 쉬다가 일어났어 도나우강변으로 나가기로 한거야. 우리들의 다음 행선지는 물어보나마나지. 도나우 강변에는 귀공자같은 자태로 멋지게 자리잡은 헝가리 국회의사당이 버티고 있거든.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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