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일 목요일이었어. 새벽부터 부산하게 외출 준비를 했어.
일단 짐을 싸서 맡겨두었어. 카운터에서 일을 보는 신사에게 짐보관을 부탁했더니 로비 한구석에 갖다두라는거야. 그리고는 호텔비를 지불했어. 신용카드로 예약확정만 된 상태였는데 나는 신용카드로 이미 지불된 것으로 착각을 했기에 지불했다고 했더니 그렇지 않다는거야.
리셉션을 맡고 있는 신사는 중후한 멋이 있었어. 호텔 2박 요금 192유로를 현금으로 지불했지. 내몫은 38유로니까 하루 2만6천원으로 묵은 셈이야.
8시경에 호텔에서 나와 지하철을 향해 걸었어. 오늘은 에스테르곰을 가기로 했거든. 뜬금없이 '에스테르곰'이라는 지명을 꺼내들면 거기가 어딘가싶어 황당해하실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지도를 가지고 설명해드리도록 할게.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지.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의 위치를 확인했어?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비엔나(=비인),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와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도 확인했고? 부다페스트 위쪽에 에스테르곰이라는 지명이 보이지?
안보이면 지도를 클릭해봐. 크게 뜰거야. 에스테르곰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국경에 있는 도시야. 슬로베니아와 슬로바키아를 혼동하면 안되. 엄연히 다른 나라니까 구별하고 있어야해. 슬로베니아는 구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나라고 슬로바키아는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에서 갈라져 나온 나라야.
에스테르곰은 슬로바키아와 도나우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도시야. 헝가리 역사에서 상당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엄청 큰 성당이 있다고해서 찾아나선거지. 지하철을 타고 뉴가티 기차역까지 갔어.
지하철 입구에서는 부정 승차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기위해서인지 검표작업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 국내선 기차표 판매소를 찾아가서 표를 샀지. 한사람당 1,120포린트였어. 약 4,500원 정도 되는 요금이지. 거리가 약 45킬로미터쯤 되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나라와 기차요금이 비슷한 것 같았어.
에스테르곰행 열차에 승차할 수 있는 플랫폼이 2번이라는데 도대체 2번 플랫폼이 어디 숨어있는지 전혀 눈에 띄질 않는거야.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
아침을 못먹었기에 아침을 해결해야하지 않겠어? 일행에게 아침식사용 빵을 내것도 사달라고 부탁해놓고서 다른 한분을 데리고 승강장을 찾으러 나섰어.
예상대로 2번 플랫폼은 다른 곳에 숨어있더라고. 그런 사실을 모르고 무심하게 있었으면 황당한 경우를 만나게 되었을거야.
승강장 위치를 확인해두고나서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어.
시간이 다되어 가기에 마음이 급해졌어.
에스테르곰이라는 글자가 보이지? 승강장을 못찾아서 기차를 못타는 일이 벌어지면 얼마나 당황스럽겠어?
일행을 모셔와서 승차했어. 기차가 깨끗하고 신형인것 같아.
이만하면 멋지지 않아? 좌석 간격도 넒고 깨끗해서 좋았어.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서 앉으면 되는 거였어.
이젠 아침을 먹어야겠지? 손님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기차안에서 빵을 먹어도 조금 덜 부담스러웠어.
에스테르곰이 종착역이어서 하차하는 부담도 없어 더 좋았어.
정시에 출발하더라고. 평소에 나는 기차 애호가야. 그래서 어지간하면 버스보다는 기차를 타지만 유럽에서는 기차요금이 버스보다 좀 더 비싸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을거야.
출발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차장이 와서 검표를 하더라고.
그라피티(이탈리아어로 graffitti, 영어로는 graffiti)라는 말 알지? 우리말로 옮긴다면 낙서 정도가 되겠는데 아무리 예술차원에서 접근한다고해도 이런 것은 너무 한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어떻게 생각해? 이런 낙서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허용해야할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공장소와 공공시설물에 하는 그라피티(낙서)는 절대 용납하면 안된다고 생각해.
도시를 벗어나면 시골이잖아? 시골 풍경이 나타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그게 신기하게 여겨지기 시작했어.
헝가리는 평원이 많고 산이 드문 나라야. 그래서 그런지 눈에 보이는 산조차 참 부드럽게 느껴지더라고.
기차역에 정차하여 손님이 탈 때마다 차장이 찾아와서 확인하곤 했어.
우리가 탄 차도 그렇지만 승강장 건너편에 도착한 다른 기차도 객차안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어.
큰 강이 다가왔다가는 사라져갔어. 도나우강이었을까?
시골은 제법 한적했어. 헝가리 전체인구가 약 일천만밖에 안되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어? 우린 오천만이 살고있지않아?
인구밀도가 낮아서 그런지 어디나 다 여유롭게 보였어.
우린 도시의 연속이지만 여긴 그렇지가 않았어. 맞은편 플랫폼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너무 여유롭게 보였어. 산밑에 들어선 집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 작은 도시같았어.
어느 순간부터 유채밭이 나타기 시작한거야. 나는 눈이 번쩍 뜨였어. 심학규처럼 말이지.
손학규는 정치인이고 심학규는 미스 심청의 아버지로서 선글래스를 좋아하는(?) 사람이지.
에스테르곰까지는 약 한시간 정도의 거리라고 하더라고.
시골집들은 지붕이 붉은 색깔이었어. 녹색 이파리들과 잘 어울리지?
시골 기차역도 2층이었어.
먼산들은 낮으막한데다가 물결치듯이 구릉을 이루고 있었어.
그런 언덕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으니까 정말 아름답게 보이는거야.
객차 천장에 달린 모니터에는 헝가리 글자로 여러가지 소개를 해주고 있었지만 영어가 나타나지 않으니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었어.
영어로 해주면 어디가 덧날까? '레아니바르'라고 읽어주면 촌스럽겠지?
시골에도 자동차가 잘 보급되어 있는것 같았어.
자동차가 있으면 수리공장도 있어야겠지? 이런 집은 수리공장 같더라고.
자동차를 대량으로 싣고가는 화물차를 만났어. 에스테르곰 부근에 일본 상표를 단 자동차 생산공장이 있는 모양이야.
마침내 종착점인 에스테르곰 역에 도착했어. 거의 한시간 정도 걸렸어.
승강장에 내렸어. 이제 우리 눈앞에는 어떤 모습이 펼쳐질것 같아?
이런 표시가 되어 있는 객차칸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모양이야. 나는 이런게 너무 부러웠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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