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영웅광장'이라고 번역되는 회쇡테르 뒤에는 드넓은 녹색지대가 펼쳐져 있어. 이 숲너머에 세체니 온천이 숨어있겠지.
부다페스트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너른 공원은 부다페스트의 보석이라고 할 수 있어. 누구는 시립공원이라고 하고 누구는 국립공원이라고 하던데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어.
ㄱ부장과 나는 자그레브로 가는 국제버스표를 구하러 버스터미널에 갔을때 대합실에서 구해온 빵을 호숫가에서 먹기로 했어. 늦은 아침으로 여기며 말야.
나무 밑 풀밭에는 자잘한 꽃들이 소복소복 자라고 있었어.
물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 빵맛이 왜 이렇게 좋은지몰라. 이러면 딱 타고난 여행자 체질이라고 할 수 있겠지?
물가엔 버이더후녀드성이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어. 알파벳 문자가 나타내는대로 읽으면 바이다후냐드 성으로 읽어도 되겠지만 내가 소장하고 있는 제법 권위있는 책에는 버이더후녀드라는 식으로 표기를 해두었더라고.
아침도 먹었으니 이젠 성을 한번 둘러보아야겠지?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니 서둘러야만 했어.
성안에는 사람들로 만원이었어. 거짓말을 조금 더 보탠다면 가만있어도 떠밀려갈 처지가 된듯했어.
시간도 없는데다가 마음까지 급해져버리면 눈도장만 찍고 갈 수밖에 없지 않겠어?
이 성은 헝가리 건국 일천년을 기념해서 헝가리 고유의 양식을 다 살려서 짜집기식으로 지었다고도 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등이 혼합되어 있다는거야.
어찌보면 그런것 같기도 해.
다양한 양식이 결합되어 하나의 반듯한 건물이 된다는게 놀라워.
새겨진 글을 보면 이름없는 무명의 수도사를 묘사한 것 같은데.....
성안쪽으로 이어진 숲길을 따라 더 안으로 들어가보았어.
5월 1일이면 노동절이잖아? 그래서 그랬을까? 숲속은 축제분위기였어.
푸드트럭들이 줄을 서있는데 정말 다양한 먹거리들을 팔더라고.
방금 아침식사를 해버린게 후회될 정도였어.
자작나무들이 숲을 이룬 가운데 그늘 밑에서 펼쳐지는 행사들이 너무 신기했어.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크게 시끄럽지 않은 것도 좋았어.
우리는 다시 영웅광장으로 돌아나왔어. 광장 한가운데에서는 베네주엘라 국민 돕기 행사가 진행되는듯 했어. 누구누구가 대통령이 되었을때 차베스 정권이 들어선 베네주엘라가 대단한 이상사회인듯이 방송에서 특집편성까지 해가며 마구 떠들어대던 그 방송인들이 꼭 보아야할 행사였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 사회엔 얼치기들이 너무 많은듯해. 설익은 자기만의 생각을 무슨 대단한 새로운 사상이라도 되는듯이 과대포장하고 나타나서는 국민들을 기만하는 삼류 얼치기 정치인들 말야.
포퓰리즘의 대가들이 판치는 사회는 정말 싫어. 국민들이 피땀흘려 낸 나랏돈을 정권획득한 자기들의 장기집권을 위해 마구 뿌려대는 그런 포퓰리스트들이 싫다는 말이야.
우린 영웅광장을 벗어나야했어. 잠시 아래 지도를 보고 넘어갔으면해.
우리는 지도 우측 상부의 영웅광장에서 부다페스트를 양분하는 다뉴브강으로 이어지는 안드라시 거리를 이제부터 걸어보려고 해. 부다페스트의 중요한 볼거리는 안드라시 거리에 다 몰려있으니 절대 놓치면 안될거야.
저만치 앞에서 시위대가 나타났어. 뭘 주장하는지는 모르지만 노인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더라고. 편가르기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틀딱'들의 행진이라고 여겨지겠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천박한 용어들이 판을 시작한것 같아.
토착왜구, 홍어, 틀딱..... 왜들 그러는거야. 지역감정을 바탕에 깔고 앉아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건 정말 싫어.
서로 자기 주장을 마음대로 펴되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 나와는 전혀 생각이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견해의 차이임을 인정하고 완전히 틀린 것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안드라시 거리를 따라 걷다가 우리 한글을 보았어.
눈이 번쩍 떠졌어. 가만보니 헝가리주재 우리나라 대사관 건물이더라고.
이번 여행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인데 예전에 비해 우리나라의 위상이 정말 높아졌다는거야. 대한민국 여권의 위력도 대단하지만 유럽인들조차 한국을 매력적인 나라로 여기는듯 하더라고.
또 다른 단체가 플래카드를 들고 지나갔어.
자기들의 견해를 평화적으로 또렸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이야?
가만, 이 부근 어딘가에 헝가리가 자랑하는 음악가 프란츠 리스트의 생가가 있어야하는데 말야.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우리 위치를 재확인해야했어.
저들에게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