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 천천히 걸어올라갔어.
눈가는데까지 탁 트인 광활한 평지와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과 산과 언덕을 보면 누가 봐도 여긴 사람이 터잡고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어?
문제는 겨울추위이겠지만 여기보다 더 추운 곳에서 살다가 들어온 사람들이라면 살만하다 여기고 터를 잡겠지.
여기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은 켈트인들이었다고해.
켈트인이 모여 살던 곳에 서기 89년경 로마 사람들이 들어와서 아쿠인쿰이라는 성을 건설한 것이 공식적인 역사기록이라고 전하지. 서기 89년이라면 로마가 공화국에서 황제가 다스리는 제국으로 변한 시기야. 고대에는 이 곳이 판노니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어.
여러 민족들이 헝가리 대평원을 거쳐갔지만 현재까지 남은 마지막 정착인들은 마자르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이 헝가리인들의 조상이라고 전하지.
마자르인들은 아시아인들과 연관성이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사실일거야. 그 아시아인들이 훈족과 관련이 있다면 우리와의 관련성도 무시할 수 없을거야.
작은 산봉우리처럼 여겨지는 겔레르트 언덕 위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우뚝 서있어. 여기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압권이지.
겔레르트 언덕 위에는 성채도 남아있어. 성채 너머로 자유의 여신이 우뚝 서서 부다페스트 시가지를 굽어보고 있었어. 소련이 히틀러의 나치로부터 헝가리를 해방시킨 기념으로 건립했다고 전해지는 기념물이지.
우리는 언덕을 한바퀴 감돌았어. 성채를 떠받치고 있는 언덕 비탈을 휘감아 오르는 길 양편으로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어.
누가봐도 여긴 요새야. 이런 곳에 자리를 잡고 항거한다면 함락시키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거야.
건너편 또 다른 낮은 언덕위에는 헝가리 왕궁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어.
부다페스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오른쪽 강변에는 헝가리 국회의사당이 고귀한 모습을 드러냈어. 이런 멋진 풍경을 이루는 건물에 전등이 반짝이고 조명이 비추어지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부다페스트 야경이 왜그리 유명한지 상상할 수 있을거야.
헝가리에 처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인 복음을 전했다고 하는 이가 동상으로 남겨져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기념물이 있는 작은 전망대에서 보면 다뉴브강에 걸린 엘리자베스 다리를 볼 수 있어.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엘리자베스 다리이겠지만 헝가리인들은 다른 발음으로 부르지.
여긴 사람들이 그리 북적대지 않아서 좋아.
작은 언덕 위에는 귀부인처럼 여겨지는 멋진 왕궁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듯이 서있었어.
우리는 다리 쪽으로 걸어갔던거야.
방금 내려온 기념물을 뒤돌아보았어. 멋지지?
걸어서 다리를 건너기로 했어.
발걸음을 옮기다말고 강변 풍경을 살펴보았어. 이 도시에는 트램노선이 사통팔달 식으로 깔려있는거야.
철길로 다니는 승용차들이 신기하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광경이잖아?
우리도 트램들이 다닐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 특히 경주같은 도시에는 트램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문제는 시가지에 거미줄처럼 쳐져있는 전선과 관료들의 의식이겠지.
다리를 거의 다 건넜어.
페스트지구로 넘어온거야.
조금 걸었더니 제법 피곤해졌기에 길거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주기로 했어. 노천 카페 자리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
동유럽에서는 어지간한 관광지가 아니라면 에스프레소 한잔에 1유로 정도면 될것 같더라고. 1유로면 1,300원 정도잖아?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 커피값은 왜그리 비싼거야?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에 몸의 피로가 풀리면서 정신까지 맑아진듯 했어.
이번 여행을 계기로 나는 에스프레소와 제법 친해져버렸어.
커피 한잔으로 피로를 푼 뒤 다시 일어나 강변도로를 천천히 걸었어. 아마 코르비누스 대학 앞을 지난듯 해.
이젠 호텔로 돌아가야지.
특색있는 건물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떠졌어.
신구의 조화가 기막히잖아?
이런 것을 보면 헝가리인들의 미적인 감각도 보통이 넘는듯 해.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공사중인 예배당을 만났어.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가까이 가보았어.
호텔로 돌아와서 쉬고 있는데 호텔 프론트에서 전화가 왔어. ㅅ부장의 배낭이 도착했다는거야. 이제 배낭 배달사고 처리도 끝냈으니 내일부턴 부다페스트를 뒤져야하는데 말야. 첫날이어서 그런지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에 남들은 식사를 위해 외출한 동안에도 나는 호텔에서 편히 쉬기로 했어. 그렇게 하루가 후딱 지나간거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