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레이몬드, 주인집 아들로서 호텔의 실무를 맡고 있는 건실한 청년이었어. 그와는 공항 픽업서비스 문제를 놓고 몇번의 이메일을 주고 받은바 있었는데 상당히 친절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 그가 우리 방에 찾아와서 아침에 내가 요구했던 숙박비 영주증을 전해주고는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더라고.
사실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픽업서비스 문제를 논의할 때 거의 약속단계까지 갔는데 그와의 연락방법 문제로 내가 포기를 했었기에 미안한 마음이 많았어. 그래서 조그만 기념품을 준비해가서 위로해주었더니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 겸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 안내를 위해 방까지 찾아왔던거야.
결국 내가 택한 방법은 기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간다는 것이었어. 환전한 금액도 얼마되지 않으니 택시를 탈 수도 없고 시내버스 노선도 모르니 그것도 사용하기가 두려웠기에 기차를 택할 수밖에 없었어.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대표하는 공항은 프란츠 리스트 국제공항이야.
프란츠 리스트라면 헝가리인들이 한없이 자랑스러워하는 미남 피아니스트며 작곡자 아니겠어? 우린 그냥 부다페스트 국제공항이라고 하지만 자기들 표현을 빌리자면 페렌츠 리스트 국제공항이지. 엄청난 기교파 피아니스트로서 쇼팽과 쌍벽을 이루었던 인물이지.
어느 나라든 공항까지 지하철을 연결시켜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헝가리는 그렇지 못하더라고. 그러면 일반적으로 공항버스를 이용하거니 택시를 타야하는데 배낭여행자 주제에 그렇게 하기엔 조금 그렇잖아? 물론 내가 알지못하는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내가 선택한 방법은 기차를 타는 것이었어.
위 지도를 보도록하지.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뜬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좋겠어. 우리는 지금 노란색과 빨간색 점이 함께 있는 곳에서 하룻밤을 보낸거야. 지도 검색을 통해 부근에 기차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기차를 타고 싶었어.
기차역까지는 호텔에서 1킬로미터 정도니까 걸어가도 15분 정도면 되는거야. 제일 위쪽의 빨간색 점에도 기차역이 있는데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기차역-이름은 페리헤기-이라는 사실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
호텔을 나와서 배낭을 메고 걸었어. 등에는 큰 배낭을 메고 앞에는 보조배낭을 메었지. 육십넘은 영감들이 배낭을 메고 줄서서 걷는 것이 현지인들 보기에는 신기하게 보였던 모양이야. 사람들이 우릴 쳐다보기도 하더라고. COOP라고 쓰여진 곳은 유명한 수퍼마켓 같았어.
교통량이 적으니까 걷기에 편한거야. 기차역으로 가는 길은 구글 지도를 보고 미리 확인해둔데다가 직선길이니 길잃을 염려는 없었어.
걷다가보니 예배당이 보이는게 아니겠어? 성당은 아닌게 확실했기에 사진을 찍어두었어.
유럽의 서민들 집은 대체로 담이 없다는 특징이 있지. 담이 있어도 높고 위압적이 아니고 개방적이어서 보기가 좋아.
물론 담이 있는 집들도 있지. 내 사생활을 남에게 속속들이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거나 부자들이 담을 높게 쌓는 법이지.
여기도 라일락이 피었어. 라일락 향기가 길바닥까지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았어.
얼마 걷지 않아서 철로를 만났어. 그렇다면 부근에 기차역이 있어야하는게 상식 아니겠어?
기차가 한대 지나가더라고. 플랫폼에 잠시 섰다가 가는데 우린 표를 구하지 못했으니 다음 차를 타기로 했어.
손님들이 기차를 타고내리는 플랫폼은 보이는데 역건물이 보이지 않는거였어. 부근을 둘러봐도 그런 곳이 없는거야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기차역은 없으니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사라는거였어. 우리가 걸어와서 만났던 건널목 부근에 승차권 자동판매기가 보이는거야. 할머니 두분이 현지어로 이야기를 해가며 표를 사더라고.
우리도 도전해야했어. 누가 도와줄 것도 아니니 스스로 해야하는데 뭐 별 수 있겠어? 스크린을 보니 헝가리 현지언어로 되어 있는데 자세히 보니 한구석에 유니언잭이 보이더라고. 영국국기 이름이 유니언잭이잖아. 영어가 나온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야. 어제밤 공항에서 바꾸어둔 지폐를 넣어서 표를 샀어.
승강장을 걸어가는데 급행열차가 무서운 속도로 지나가더라고. 그럴 땐 항상 조심해야해.
헝가리는 철도가 꽤나 잘 발달된 나라야. 그러니 기차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번 여행에 나섰던 우리팀 멤버야. 저 가운데 누가 깜쌤인지 궁금하지? 눈치 빠른 분들은 벌써 짐작하셨겠지만 사진 속에 깜쌤이라는 사람은 등장하지 않아.
기차표를 보도록 할까? 우린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시내 한가운데 있는 뉴가티 역으로 가려는거야. 우리가 기차를 타려는 곳은 베체스 구역에 있는 케르테칼야 기차역이지. 9시 50분경에 표를 샀으니 3시간 안에만 사용하면 되는모양이야. 요금은 442포린트. 우리돈으로 1,760원 정도라고 여기면 될것 같아.
이윽고 기차가 들어왔어. 아무 곳이나 빈좌석을 찾아가 않으면 되더라고.
자리에 앉아있으니 차장이 찾아와서 스탬프를 찍어주더라고. 하지만 이게 기차여서 차장이 확인해주지만 지하철은 자기가 직접 기계를 찾아 개찰을 한다는 의미에서 스스로 편칭해야해. 그 이야기는 지하철을 탈때 다시 꺼내도록 하지뭐.
유리창이 더러워서 그런지 사진조차 지저분해졌네.
기차는 유명한 세체니 온천 옆으로 지나가지.
마침내 뉴가티 기차역에 도착했어. 약 30분 정도 걸리는것 같았어.
부다페스트 시내 안에는 크게 보았을때 3개의 기차역이 있어. 아래 지도를 보도록 할까? 아주 중요한 정보니까 헝가리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봐두는게 좋을거야.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도록 해두었어.
부다페스트 시내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하는 강을 다뉴브라고 해. 도나우강이라고 해도 되. 강을 중심으로 왼쪽을 부다 지구, 오른쪽을 페스트 지구라고 불렀어. 그러니까 부다페스트는 두개의 구역이 합쳐져서 하나의 도시를 형성한 셈이지.
부다지구는 언덕도 있고 산이 있어서 요새를 만들어 방어하기에 편했어. 누가봐도 부다지구에 구경거리가 몰려있다는 것 정도는 상식으로 알 수 있는거야. 도시가 발달하면서 페스트 지구에도 볼거리가 널려있지. 지도를 잘보면 강 왼쪽에 기차역이 하나, 오른쪽에 두개가 있음을 알 수 있을거야. 우리가 예약해둔 호텔은 지도 하단 중앙부의 호텔 시티 스윙이야.
헝가리 철도노선표를 봐두었어. 다음에 쓰일 때가 있을까 싶어서말야. 헝가리 수도인 부다페스트로 연결된 국제 열차들도 제법 있어. 국제열차들은 켈레티 역에 도착하고 거기서 출발한다고그래.
기차역 건물이 고색창연하지? 호텔로 가기 전에 환전부터 해야했어. 현지 화폐가 있어야 밥도 사먹고 돌아다닐 수 있을거아냐.
그래서 두 사람을 기차역에 남겨두고 큰 배낭을 맡겨놓은 뒤 환전하기 위해 은행을 찾아 나섰어.
뒤돌아보았더니 뉴가티 기차역이 후줄근한 모습으로 버티고 서있었어.
2005년, 오스트리아에 비엔나에서 국제열차를 타고 겔레티역에 처음 도착했을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었지.
지하도 건너편 옥상에는 한국타이어 광고판이 붙어있었어.
이제 지하도로 내려가야겠지?
지하도를 오르내리기전에 은행위치를 미리 확인해두었어.
기차역 앞으로는 노란색 트램들이 다니기도 했고 2층버스들이 지나다니기도 했어.
은행에 들어가서 환전을 했어.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려서 환전을 한거야. 1유로당 314포린트의 비율로 200유로씩을 바꾸었어. 이때 주의할 점이 있어. 환전영수증은 잘 보관해두어야해. 헝가리 돈이 남을 경우 재환전할 때 유용할지도 모르거든.
지하철을 타고 호텔을 찾아가기로 했어. 구글 지도를 보고 호텔 부근으로 M3(지하철 3호선)가 지나간다는 사실을 확인해두었거든.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산뒤 지하철 입구에서 개찰을 했어. 빨간색 개찰기에 표를 넣으면 펀칭이 되는데 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해. 안하고 탔다가 검표원에게 걸리면 지하철 요금의 60배가량이나 되는 어마무시한 벌금을 내어야하는 경우가 생겨.
지하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어. 경사도 심해서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냥 사망이야.
승강장까지 찾아갔다고해서 아무것이나 탈 수 없잖아? 방향을 확인해야지. 영어 철자정도만 알면 실수할 일은 거의 없으니까 큰 걱정은 안해도 되.
어느 나라든 지하철은 거의 영어의 M자로 표시되어 있으니까 거리에서도 입출구 찾기가 쉬워. 3호선은 그리 깨끗한 편이 아니었지만 가장 빠르게 목적지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지하철이니까 그 후로도 자주 애용했어.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이제 지상으로 올라가야겠지? 영어로도 안내방송이 나오므로 그리 힘들지 않았어.
지상으로 올라와서는 호텔이 있는 방향을 확인해야했어. 스마트폰으로 구글 지도를 불러내서 방향을 찾으면 되니까 그런 건 식은죽 먹기야.
호텔을 향해 걸었어. 노란색 트램이 호텔 앞 거리로도 지나다니더라고. 트램 노선도를 알아두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형편에 따라 이용하면 되겠지? 여행하려면 신경쓸게 너무 많아. 어떨땐 온갖 정보를 파악하느라고 머리에 과부하가 걸리기도 해. 이때 벌어지는 여러가지 상황을 즐겨야만 여행이 편하지만 스트레스받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힘들어져.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