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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8 베트남-월남의 달밤 2(完)

호치민 - 전쟁기념관

by 깜쌤 2019. 1. 19.


전쟁기념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로는 호치민 관광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평화를 갈구하는 이라면 반드시 들러야할 곳이다.



통일궁에서 걸어가도 되는 거리에 있다. 바로 옆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가까운 거리에 있다.  



고엽제 살포로 인해 말라 비틀어진 나무 등걸이 가득한 가운데 어린 소년이 놀고 있는, 너무나 유명한 사진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전쟁기념관에서는 웃고 떠드는 사림이 거의 없었다. 어깨를 짓누르는 진한 슬픔과 아픔이 사방에 가득한 곳이다.



커피숍에서조차 웃음소리가 나지 않았다.



무거움과 침울함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우리도 입을 다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공간이지만 무거운 침묵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간혹 철모르는 사람들이 떠들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전시물을 다보고나면 분위기를 바꾸게 된다.



관람객 중에는 백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세계인들은 '베트남 전쟁'이라고 부르지만 베트남인들은 미국에 저항했다고 해서 항미전쟁이라고 보른다.



네이팜탄을 피해 달아나는 발가벗은 소녀의 나신상은 전세계를 울렸다.



이 소녀는 지금도 살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의 참혹함을 이만큼 잘 표현한 사진이 또 있을까 싶다.



베트남 전쟁중에 300만명의 베트남인들이 죽어나갔다.



베트남 전쟁은 20세기에 인간이 만들어낸 비극 가운데 하나다.



베트남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대한민국도 가해자 가운데 하나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많은 군인들이  월남으로 향했다.



우리는 맹호부대 노래를 불렀고, 백마부대 노래를 불렀다.



신문에 올라오는 베트공 섬멸 숫자를 보며 희열을 느끼기도 했었지만 세월이 흐르고보니 진실을 알게 되었다.


 

친구 형도 청룡부대원으로 베트남을 다녀왔다.



살아돌아온 형의 눈빛은 고양이 눈 그 자체였다. 해병대 모자 창 밑으로 눈동자를 굴러가며 반들거리던 그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 인간의 눈에서 빛과 살기가 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고엽제 피해로 인해 기형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에서는 차마 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피해가며 벽에 걸린 아이들 그림을 살펴보았다.



그림 내용은 하나같이 평화를 염원하는 내용이었다.



전시물마다 사진 한장한장마다 진한 슬픔이 배어있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으며 전쟁 피해가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가해자의 처지에 선 대한민국을 구해준 사람가운데 한분이 박항서 축구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분은 베트남인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세워준 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베트남에 쳐들어갔던 나라 가운데 침략전쟁에 성공한 나라가 없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평가다.



고엽제 때문에 벌어지는 비극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월남전쟁에 참전한 미군 병사의 딸인 이 소녀만 해도 팔없이 태어났다. 아버지도 여러 가지 질병과 전쟁 후유증때문에 고통스러워하다가 끝내는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부대 마크도 보인다.



월남에 파병한 우리나라 군인들도 한때는 5만명 수준에 육박했다고 한다.



파병군인들의 피와 땀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늘날의 잣대로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을 마구 욕하고 재단한다는 것은 재고해볼 일이다.



베트남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빈다.



마당에는 노획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자료 위주로 된 전시물을 보고나자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할말을 잊어버렸다.



나는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 눈에는 눈물방울이 맺혀있기도 했다. 하나같이 숙연해져 있었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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