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원을 나섰다. 지은원(=치온인) 경내 건물 곳곳에 숨겨진 7대불가사의가 어쩌니저쩌니 하지만 쓸데없는 말장난으로 비쳐졌기에 미련없이 돌아섰다.
개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평생 아이들을 상대로 살아온 사람인지라 아이들을 보듬고 있는 선생의 모습을 보자 눈길이 저절로 끌려갔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물길을 따라 달렸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진다.
교토 시내 곳곳에 신사요 절이다. 누가 그것들을 마구 쏟아부은듯 하다.
도심을 흐르고 있는 물이 맑아도 너무 맑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음식점에 들러 가격표를 보고는 질려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도로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패밀리 마트에 들어가서 과일과 삼각김밥을 사왔다.
취향대로 골라서 먹는 것이니 부담이 될 일이 없었다.
편의점 앞 공간에 마련된 탁자부근에 진을 쳤다.
나는 삼각김밥을 먹었다.
간단하게 한끼를 때우고 일어서다가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노부부를 만났다. 우리가 한국에서 출발하여 일본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말을 듣고 되게 놀라워하신다. 그들 부부는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대뜸 히딩크감독 이야기부터 꺼냈다.
언젠가는 히딩크 감독의 고향 마을에 가보는 것이 내 소원이라고 했더니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자전거를 타고 슬슬 달려나갔다. 다음 행선지는 남선사(=南禪寺 난젠지)다. 청소차 내부가 되게 깨끗하다.
나는 그런 청결함을 좋아한다. 사람살이에서의 행동도 간결하고 깨끗하기를 원한다. 구질구질한 것은 질색이다.
사람의 영혼도 깨끗하기를 바란다.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모두에게 공평하고 다정하게 대하되 속이고 싶지도 않으며 나도 남에게 속임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남선사 표지판을 발견했다. 표지석이 보인다는 것은 목표지점이 부근에 있다는 말이다.
절로 이어지는 도로를 천천히 달려나갔다.
경내 한구석에 자전거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기모노를 입은 처녀들이 지나간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여행지에서 전통옷을 빌려입는 것이 유행인 모양이다.
표지판에서 '철학의 길'을 발견했다. 철학의 길을 달려 은각사에 가는 것이 오늘의 일과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낱말들이 눈에 쏙 들어왔다.
자전거를 세워두었다. 분실을 대비해서 반드시 자물쇠를 채워둔다.
삼문을 향해 걸었다.
이건 누구 글인가하며 궁금해했지만 해독할 능력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남선사 삼문을 들어섰다. 삼문을 받치고 서있는 기둥이 엄청 굵다.
1628년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삼문의 높이만 22미터라고 하니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삼문 2층에 오르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한다. 올라가지 않고 경내 구경에 나섰다.
처음 창건될 당시의 건물들은 모두 소실되었다고 한다.
지금 남아있는 건물들은 대화재 발생 후일에 재건된 것들이라고 전한다.
우리에게는 홍길동이 있다면 일본에는 이시카와 고에몬이라는 인물이 있다고 한다.
그는 한때 난젠지에 숨어들었다고 한다.
그런 것도 유명하지만 남선사 경내로는 수로가 지나간다는 사실이 꽤나 유명하다.
교토 시내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교토 인근의 비와호에서 물을 끌어온 것이다. 어떤 이는 수력발전을 위해 물을 끌어왔다고도 이야기한다.
비와호를 한자로 쓰면 비파호가 된다. 호수 생김새가 비파를 닮았다.
비파호 물을 교토 시내로 끌어들인 것인데 물길을 고대 로마인들처럼 만들었는데 그 물길이 남선사 경내를 지나가는 것이다.
그런 물길을 일본인들은 수로각(水路閣)이라고 이름지어 부른다.
수로각은 유럽 곳곳에 남아있는 로마시대 수도교(水道橋)와 닮았다.
절 깊숙한 곳에는 코보리 엔슈가 만든 방장정원이 숨어있다.
예전에 보았으므로 안보기로 했다. 유료입장이기에 돈도 아껴야만 했다.
카레산스이도 유명하다지만 은각사와 용안사를 가게되면 볼 것이므로 참기로 했다. 카레산스이[枯れ山水]는 물을 쓰지 않고 돌이나 모래로 산수를 나타낸 일본 특유의 정원 양식이다.
어느 정도 살폈으므로 돌아나가기로 했다.
남선사 경내는 숲이 울창했다.
수로각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멋이 경내에 가득하다. 그늘이 제법 짙었다.
일본인들은 이런 공사를 19세기 후반에 끝냈다.
우린 그 시간에 정쟁을 일삼았고..... 그러다가 결국 나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천천히 걸어서 자전거를 세워둔 곳까지 갔다.
그 다음은 철학의 길을 따라 가서 은각사에 가볼 생각이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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