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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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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8 베트남-월남의 달밤 2(完)

메콩강 삼각주에서 4

by 깜쌤 2018. 12. 24.


녹슨 양철지붕 위에 올려둔 위성 안테나.....



양철과 나무 판자로 지어진 허름한 집 입구에 앉아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눈굵은 강아지 한마리....



그리고 노란색 하와이안 무궁화 한송이....   그 무궁화 꽃망울을 말려서 뜨거운 물을 부어 차로 마시면 시큼한 맛이 난다는 사실은 최근에 알았다.



츠나미에 밀려 해변에서 거리로 돌진한 듯한 느낌을 주는 배가 골목을 빼끔히 살피듯이 걸려있었다.



향을 꽂아둔 제단이 햇살과 세월의 흐름속에 바스라지고 있었다.



이제 어지간히 골목 누비기를 다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페리보트 승강장 부근은 시장이었다.



코코넛 열매와 야옹이가 나른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나는 천재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권태를 이 섬에서 거의 맛본듯 했다.



이 섬에서 맛볼 수 있는 나른함은 일정한 시간마다 깨어졌다.


 

페리보트가 도착하고 출발할 때는 섬을 지배하고 있는 나른한 권태에서 벗어나는듯 했다. 



우린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갔다.



아까 갈 때 내려왔던 비탈길을 올라갔다.



기회가 된다면 소형 보트도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있을것 같지 않았다.



시내로 들어가서 식당을 찾아나섰다가 결혼식 피로연이 벌어지는 천막을 발견했다.



노란색 아오자이를 걸친 베트남 아가씨들이 우릴 보고 반색하며 맞아주었다.



아오자이는 육감적인 옷이다. 결혼식 피로연은 이렇게 치루는 모양이다.



위층에 북카페가 있는 레스토랑을 발견하고는 들어가보았다.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스프 한가지를 곁들인 음식이 3만 7천동이었다. 우리 돈으로 1,750원이다.



식사를 마친 후 카페에 올라가서 커피를 한잔 하기로 했다.



북카페였다.



널찍한 공간에 책장이 놓여있고 탁자와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뜨거운 블랙 커피를 주문했는데 찬 커피를 가지고 왔다.



그냥 마셔주기로 했다.



거리로 내려갔더니 노란 눈을 가진 매가 발목이 묶인채로 나그네를 노려보았다.



호텔로 돌아갔다.



오후 3시경이 되었던가보다.



밀린 빨래를 해서 널어두었다. 이게 마지막 빨래가 될 것이다.



소나기 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방이 수선스러워지더니 물기가 덮쳐오기 시작했다.



스콜이 지나가면 시원해지는 법이다.



비오는 오후에는 한숨 자는게 최고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저녁 때가 되었다.



일행과 함께 시장구경을 나섰다.



밀물때인가보다. 운하 수위가 높아지고 있었다.



운하 건너편에는 분위기 있는 식당이 보인다.



시장 분위기는 후줄근했다.



저녁을 먹고 싶어도 그럴 듯한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온 우리들은 아까 봐 둔 분위기 있는 식당을 떠올렸다.



발걸음이 그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운하에 걸린 다리를 건넜다.



게 집게발처럼 그물을 쩍 펼친 배 한척이 운하밑을 지나고 있었다.



오른쪽 노란색 건물이 우리가 묵는 호텔이다.


 

전등이 켜지면서 도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른함에서 깨어나는듯 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