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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에서 대구까지 3 - 하목정

by 깜쌤 2018. 12. 4.


강변에 억새가 많았다.



그렇다. 억새다. 갈대는 아닌게 확실하다.



휴게소에 도착했지만 모아놓은 쓰레기를 치워두지 않은 공간이기에 쉬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자전거 음주운전은 반드시 단속해야하리라.



쉬었다가 가고 싶은 마음이 달아났기에 다시 출발했다.



한두군데의 오르막을 제외하면 길은 거의 평탄했다.



강변으로 펼쳐지는 경치구경은 덤으로 따라온다.



채석장 옆을 지났다. 문득 중국 절강성 소흥시를 방문했을 때 친구와 함께 동호를 찾아갔던 일이 떠올랐다.



소흥은 노신의 고향이다.




소흥의 명물은 누가 뭐래도 동호일것 같다. 동호의 상당부분은 채석장에 물이 채워진 곳이다.



하목정 부근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하목정 가는 길로 올라갔다.



자전거도로에서 가깝다.



대문을 열어두었길래 일단 들어섰다.



강변쪽으로 아담한 정자가 자리잡았고 손님들이 앉아 쉴 수 있는 탁자 위에는 모과 열매가 소담스레 담겨있었다.



주인의 품격이 드러나보인다.



뜨락에는 가을이 마지막 숨결을 차분하게 고르고 있었다.



정자는 하목정, 당호조차 하목당이다. 



첫글자는 분명 노을 하()자다. 두번째 글자는 기를(칠) 목()자에다가 새 조()를 붙인 것인줄 알았는데 주인장 설명은 그게 아니었다. 힘쓸 무() 밑에 새 조라고 한다. 목()은 '집오리 목'자라고 하셨다.



주인장 성품은 아주 단아하신가보다. 갖다 붙이기 부끄럽지만 딱 내 스타일이다.  



부뚜막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손이 다가가자 날래 도망하는 것으로 보아 주인장 어른을 닮아 기품이 넘치는데 거기다가 몸까지 가볍다.



노을빛에 날아가는 오리떼를 볼 수 있는 곳에 사는 고양이어서 그런지 격이 다른듯 했다.



옆으로 살짝 돌아가보았다. 살림집인듯 하다.



한학(漢學)에 밝은 내 친구는 이미 주인장과 말문을 트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바깥을 살폈다.



병자호란때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던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여기를 다녀간 적이 있는 모양이다. 


 

하목정 바깥 아래동네는 상업구역이었다.



하목정 하나가 동네를 먹여살릴 수도 있겠지만 주위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쉽게 건축허가를 해준듯 하다.



관청이 관광자원에 눈을 뜨지 못하면 곤란한 법이다.



부근에도 참한 기와집이 하나 숨어있었지만 역시 관련기관에서는 그 진가를 모르는듯 했다.



아는 것도 병이지만 모르는 것은 더 큰 병이다.



무식한 자가 용감해지면 말릴 길이 없는 법이다.



나는 다시 하목정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정자는 알파벳의 T 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자로는 丁자 구조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주인장은 정자 안 공간에 걸린 편액 싯귀를 열심히 설명해주고 계셨다.



누구의 싯귀를 담아서 걸어두었느냐하는 것은 정자의 가치를 논할 때 중요한 평가자료가 된다.



나는 뒤쪽 사당에 가보았다.



사당문도 열려있었다. 보통은 닫아두는 법이지만 주인장의 너른 마음씨와 배려 덕분이리라.



백일홍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 정도의 나이와 크기를 가진 백일홍을 찾아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꽃이 피었을 때 찾아왔더라면 좋았을 것을.....



사당에서 바라본 강변 풍광은 일급이었다.



마을이 정자 앞으로 너무 많이 다가온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이젠 나가야한다. 나는 아쉬움을 뒤에 남겨두고 사당문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