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왜관에서 대구까지 4 - 나루터

by 깜쌤 2018. 12. 8.


단아한 선비풍의 주인어른이 나그네들에게 차 한잔을 대접하겠다고 하셔서 댓돌 위에 신발을 벗어두고 대청으로 올라섰다. 아무래도 댓돌 주인은 냐옹이인듯 하다.



오늘 아침까지도 자전거를 타다가 명문가 대청마루에 앉는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짐작을 못했다.



거기다가 차대접을 받으리라고 어찌 상상할 수 있었으랴?



보이차를 대접해주셨다. 은근한 맛과 향이 선비의 품격을 말해주는듯 하다.



중국 남서부 운남성을 여행하며 맛본 보이차에 반해 두고두고 마시겠노라고 구입하여 사온 적도 있었다. 그런 일이 이젠 까마득한 추억속의 일이 되었다.



귀한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백수를 하신 노모를 돌보느라 잠시 내려와 계신단다. 효자가 따로 없다.



주인어른의 배웅을 받으며 하목정을 나섰다.



늦가을에 핀 한떨기 꽃마냥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분이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멀리 갈 것 없이 부근에서 먹기로 했다.



하목정 입구 쉼터에서 짐을 풀었다.



친구부부가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마음 씀씀이가 놀랍다.



나는 맨입만 가지고 다닌다. 이따가 커피라도 한잔 대접해드려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다시 출발했다. 이미 만나본 아름다운 경치는 뒤에 남겨두고 가기로 했다.



 낙동강을 가로지른 다리밑을 통과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강바닥으로 뚫어놓은 자전거길이 고맙기만 하다.



강가에는 스포츠 시설들도 자리잡고 있었다.



특별히 별다른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자전거타기가 유일한 운동이다. 



친구는 운동 마니아 수준이다. 옷을 벗으면 보디 빌더 못지 않는 근육을 가지고 있다.



나는 천성적인 약골이다.



억새너머로 교회의 십자가가 보인다.



친구들은 저만치 앞서서 신나게 달려나가고 있었다.



나는 사진까지 찍어가며 산천유람하는 스타일이니 뒤로 쳐질 수밖에 없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눈에는 교회 뾰족탑이나 십자가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억새가 한번씩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이러니 속력내어 달릴 일이 뭐 있으랴?



잠시 길을 잃고 강변을 헤매다가 쉼터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는 아가씨를 만났다.



나이가 이만하니 수작부릴 일도 없다. 젊은이들 표현대로 하자면 작업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남겨두고는 나는 억새숲 사이를 달려나갔다.



색깔 조화가 눈부시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남겨두고 앞으로 나아가려니 마음이 저려왔다.



푸른 하늘을 맴도는 구름이 솜털마냥 가볍게 느껴진다.



분위기에 취했을까? 길을 잃고 말았다.



거기가 거기같았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다.



강변에서 길을 잃다니.....



억새밭이 너무 좋았다. 하늘에 기러기만 날아가면 딱인데....



강버들 이파리조차도 단풍이 들었다.



강변으로 취수장 시설이 보인다.



4대강 개발에 관해서는 세월이 흐른 뒤 지역마다 공과를 새로 따져봐야하지 않을까싶기도 한데....



취수장 부근이어서 그런지 출입금지구역이 확실했다.



그래야한다. 시민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전거 수리점이 나타났지만 나는 그냥 달렸다.



특별히 손볼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전거 정비센터를 배치한 것은 확실히 잘 한 일이다.



이 부근이 문산 나루터인가보다.



나루터들은 이젠 그 사명을 다하고 오래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이 부근도 한때는 교통의 요지였겠지만 이젠 그 사명을 다하고 사그라드는 중이다. 






어리

버리